<충격>조계종 승려들의 끝없는 진흙탕 폭로전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21 15: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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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오시려던 부처님도 안 오시겠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부처님 오신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스님들의 도박 동영상으로 시작된 폭로전이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에서 제적당한 성호스님이 승려들의 억대 도박사건에 이어 명진스님과 자승스님 등 조계종 고위층의 '룸살롱 성매매'까지 추가 폭로하자 조계종도 성호스님을 명혜훼손으로 고소한데 이어, 성호스님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자승스님은 지난 15일부터 참회의 뜻으로 100일 동안 108배에 들어가고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도 도박스님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했지만 한국 불교계의 이번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스님 억대 밤샘 도박'을 최초로 폭로한 성호스님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조계종 고위직 스님들의 룸살롱 출입과 성매수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성호스님은 이날 방송에서 "명진스님하고 자승스님은 과거 강남 신밧드, 소위 풀코스 룸살롱에 가서성 매수한 사실이 있다. 그 일로 조계사 앞에서 석 달 넘게 1인 시위를 했다"며 "명진스님은 자기만큼은 (성매수를) 한 적이 없다. 좀 빼달라고 해서 빼드렸다. 총무원장 스님은 한마디가 없다"고 주장했다.

'스님 억대 밤샘 도박'
조계종의 이상한 변명

'신밧드 룸살롱 사건'은 지난 2001년 2월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의 당시 부의장이던 명진스님, 종회의원이었던 자승 현 총무원장 등이 봉은사 주지였던 A스님 등과 함께 강남 신사동 룸살롱인 신밧드에서 같은 숫자의 여종업원을 앉혀놓고 외국산 양주를 마신 사건이다.

그는 또 "자승스님이 (2009년) 총무원장 출마 전에 처자식을 숨겨둔 은처승이고 승랍(승려로 살아온 햇수)을 3년 도둑질한 도둑놈이라는 괴문건이 나돈 적이 있는데 (총무원에서) 내가 뒤에서 만들고 시켰다고 집단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직 조계종을 대표하는 원로원 중에 숨겨둔 부인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결혼한 호적을 가진 분도 있다"며 "호적에도 그런데 현실적으로 숨겨놓은 마누라가 있는 게 어는 정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계종 스님들과 신도들은 (결혼한 스님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도박은 그냥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다반사인데 뭘 저걸 가지고 성호스님이 추잡스럽게 저러느냐' 이렇게 종단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려 도박에 대해서는 "일반인은 충격적이겠지만 종회의원이나 계파별 모임이 있으면 액수도 더 크다. 언론에 나오지 않았을 뿐 외국에 나가서 필리핀,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몇 백억 잃은 스님도 있다"며 도박이 이미 일부 승려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날 성호스님은 검찰조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이 서울 강남의 신밧드 룸살롱에서 300만 원을 주고 술을 마시고 성매수까지 했다"며 "신밧드는 접대부만 150명으로 술 먹고 2차까지 다 한 세트로 한다. 자승스님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왜 이곳에 단골로 갔겠느냐. 이 술집은 2차 안 나가는 사람은 받아주지도 않는다. 오직 '오입'이 목적인 사람만 가는 곳에 승복을 입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호스님 '룸살롱 성매수' '숨겨둔 부인' 추가 폭로
조계종 전격 대응 "성호스님, 비구니 성폭행하려 했다"

그는 또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원혜스님과 명진스님은 먼저 나가고 자승스님과 지흥스님은 성매매를 한 뒤 나중에 나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성매수는 바아리죄(승단을 떠나야 하는 무거운 죄) 중 첫째인 대음계를 범한 것으로 이들은 승단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나는 송월주 스님의 법제자로서 종단 개혁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밧드는 당시 강남권에서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풀살롱'이었지만 단속 등으로 수년 전 폐업하고 현재는 다른 사람이 인수해 다른 이름으로 영업하고 있다.

조계종에서도 즉각 사태진화에 나섰다. 조계종 호법부장 정념스님은 성호스님이 출연한 라디오에 지난 16일 출연해 성호스님의 폭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스님들 갔다는 룸살롱
2차 반드시 나가야 했다"


정념스님은 승려들의 도박과 관련 "국민들께 머리 숙여 참회 드린다"며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일어나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려 종단 전체가 참회하고 자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스님들의 은처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도박이 다반사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스님들이 5000~6000명인데 놀이문화라는 게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며 "사회에서 말하는 도박이 있고 내기문화가 있고 또 어른들이 나이 드시면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그걸 하면 좋다고 하더라. 화투 이런 것을. 이런 문화를 한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함부로 전체를 매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체 판돈이 4~500만원인데 마지막에 나눠 주더라"며 "내기문화 겸 또 어떤 심심풀이로 이런 것을 한 것은 있지만…. 사실은 잘못됐지만"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사회자가 "예를 들어 판돈이 500만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열 차례 스무 차례 돌면 곱하기로 되기 때문에 억대로 가게 된다"고 말하자 "그건 도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내기하는데 무슨 그걸 도박판에 비교를 하냐"고 불편해 했다.

조계종, 성호스님
명예훼손 고소

'룸살롱 성매매' 폭로에 대해서는 "방송 출연에 앞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며 "명진스님 말씀이 자승스님은 당시 다른 곳에 있다가 중요한 얘기를 하자고 해서 왔는데, 올 때 운전했던 스님이 있고 또 장소가 적절치 않아서 오랜 시간 머물지 않고 장소를 나가셨다더라"고 전했다.

또 "어제 성매수 얘기가 나왔는데 명진스님 말씀을 빌리자면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정념스님의 라디오 출연 이외에도 성호스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성호스님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음을 주장해 조계종 승려들의 폭로전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5일부터 성호스님을 '스님' 호칭 대신 속명을 사용 '종단 제적자 정한영'으로 지칭하면서 "종단 음해 및 각종 파렴치 행위로 물의를 빚고 있는 정한영의 발언에 대해 그동안 직접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각종 허위사실을 언론에 남발해 종단을 음해하고 있기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대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총무원은 "(성호스님이) 2004년 12월 밤 11시쯤 사찰 내에서 비구니스님을 강제로 성폭행 하려다 비구니스님과 스님의 모친이 저항하자 스님과 모친을 밀어 넘어뜨리고 폭행했다"며 "이 폭행사건 때문에 모친은 6년간 장애를 겪고 투병하다 사망했고 비구니스님은 소장파열로 소장 제거 수술을 받고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찰 돈으로 '링컨 LS'와 '포드 이스케이프' 등 고급 외제차를 구입해 타고 다녔다"며 차량번호를 공개했다.

정념스님 "도박 아닌 내기문화 전체 판돈 4~500만원"
부처님 오신 날 앞두고 이게 무슨 낯부끄러운 짓


또 "2011년 1월 주지직에서 해임된 사찰을 되찾겠다며 직원의 손을 드라이버로 찌르고 사찰 기물을 파손해 폭력사건으로 전주지법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라며 "주지 재직 시절 금당사 문화재 관람료를 횡령해 탕진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주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종무원을 상대로 한 100억원 손배소, 총무원장을 상대로 한 당선무효소, 직무정지가처분, 사문서위조 등 15건의 고소 고발을 벌인자"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성호스님은 "비구니 스님 성폭행 관련 건은 종단의 강요에 의한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외제차는 은사 스님에게 할부로 사드렸고 폭력 건은 정당방위, 횡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계종 내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성호스님 외에 현 조계종 지도부에 불만을 품고 이번 사건을 확대시키고 있는 또 다른 세력으로 명진스님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승려들의 도박사건 자체보다도 이들의 폭로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진스님의 측근으로 도박 동영상을 유포했다고 지목받은 전 조계종 총무원장 특보 김영국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님이 스님답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고 문제가 커진 원인인데 그걸 바로 잡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종권 다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위기를 벗어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성호스님도 명진스님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2, 3의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현 총무원장이 진행하는 자성과 쇄신이라는 것도 자성이 우선인데, 의혹과 소문의 당사자들은 침묵만 지키기보다 해명을 해야 한다"며 "도박 얘기가 나온 게 어제 오늘이 아닌데 증거가 없다고 말하기보다 성직자에게 그런 의혹이 나온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룸살롱 출입 건에 대해서는 "이미 사건 당시 명진스님도 출입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다"며 "함께 간 자승 총무원장은 일언반구도 없는데 해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성호스님을 상대로 동영상 입수 경위를 포함해 고발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성호스님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도박에 가담한 승려 8명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어서 이번 수사가 불교계 전반의 각종 의혹과 비리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쇄신 노력 불구
파문 가라앉기 힘들 듯

이런 가운데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해 포교원장 등 집행부 50여 명은 이번 파문에 대한 참회의 뜻으로 108배 참회 정진을 시작했다. 자승스님은 또 기획실장에 법미스님, 사회부장에 법광스님, 호법부장 서리에 정념스님을 임명하는 등 후속인사도 단행하며 적극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쇄신 노력에도 이번 사건은 잇따른 추가 폭로 및 추문으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세속에서도 지탄받을 밤샘 도박과 음주도 부끄럽고 그걸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폭로하고 하는 것도 비불교적 행위"라며 "출가자가 본분을 잊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부처님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셨지만 우리에겐 부처님 법이 있느니 불법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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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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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