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재계 양대산맥 '차세대 리더' 입체분석(下)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2: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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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다 좁아" 세계무대 질주할 새 엔진 시동 '부릉부릉'

[일요시사=송을철 기자] 국내 2위의 대기업, 세계 TOP5 자동차 메이커 현대기아차그룹. 이 회사의 후계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선 경영승계가 10년은 이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존재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칠순을 넘긴 고령에도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세대교체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 정 부회장도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그룹 최고 책임자의 막대한 책무감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미 그룹 경영전면에서 대내외의 주목을 받는 인물로 성장해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차세대 '재계 대통령' 1순위를 다투는 그의 모든 것을 완벽 해부했다. 



#성장배경

1970년 서울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1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과 아침식사를 같이했다. 정 창업주와 매일 마주하며 세간에 잘 알려진 현대가 전통의 '밥상머리 교육'을 받은 것이다.

정 부회장은 자연스레 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배려하는 기본예절을 배우고 근면과 성실, 도덕성 등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하나하나 쌓았다고 한다. 정 부회장에게 '겸손하고 예절 바른 후계자'라는 평가가 따라 다니는 배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재벌 후계자답지 않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함도 여기서 비롯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소주를 즐기고 김치찌개와 냉면을 즐겨 먹는 등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수학했다. 정 부회장이 미국에 유학을 간 것은 영어를 중요하게 여긴 정 명예회장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미국 유학기간 정 부회장은 영어 외에도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등 기업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덕목을 많이 배웠다.


실제 정 부회장은 지방사업장 개소식이나 야유회 등의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즉석 막걸리 파티를 벌이거나 영화나 연극 티켓을 직원들에게 선물해 주는 등 스킨십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경영수업

1997년 8월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정 부회장은 곧바로 한국으로 오지 않고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 취직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기업들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9년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이 처음 맡은 일은 자재본부 구매실장. '부품을 제대로 알아야 자동차도 안다'는 정 창업주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이후 정 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를 오가며 영업 및 마케팅, 기획업무 등을 두루 익혔다. 그러던 2005년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특명으로 기아차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됐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그 해 기아차는 매출 15조9994억원, 영업이익 74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소폭(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5.6%나 감소했다. 이후에는 더욱 나빠져 2006년(-1253억원)과 2007년(-554억원)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다.

정 부회장은 돌파구를 '디자인'에서 찾았다. 정 부회장은 2006년 세계 3대 디자이너의 한 명으로 꼽히던 피터 슈라이어 폭스바겐그룹 디자인총괄 책임자를 디자인 최고 책임자(부사장)로 영입했다. 기아차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디자인을 향상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슈라이어는 2005년 처음 기아차의 영입제의를 받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유럽까지 날아와 설득하는 정 부회장의 삼고초려에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


슈라이어의 영입으로 디자인경영에 가속도가 붙은 기아차는 포르테에 이어 스포티지R, K5, K7 등 혁신적 디자인의 신차들을 잇따라 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08년 8월 선보인 포르테는 지난해까지 66만여 대가 판매되며 기아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카로 자리 잡았다.

또 슈라이어가 디자인 전 과정을 주관한 스포티지R은 2010년 3월 출시 이후 2년도 안 돼 25만여 대가 팔렸으며, 2010년 4월과 2009년 11월 각각 출시된 K5(23만대), K7(8만대)도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대가 전통 '밥상머리 교육'으로 겸손과 예절 겸비
'디자인 경영'으로 위기에 빠진 기아차 구해내기도 

자연스레 실적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2008년 308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아차는 2009년 사상 최초로 영업익 1조원(1조1445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2010년(2조4900억원)과 2011년(3조5251억원)에는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배구조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31.88%)를 비롯해 현대엠코(25.06%), 오토에버(20.1%), 이노션(40%), 기아차(1.75%) 등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다. 정 부회장이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등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정 부회장은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사인 모비스를 확보할 실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22.52%를 사들이려면 6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2조8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주변의 시선이 부담이다. 정 회장의 6조44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세금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비스와 현대엠코, 오토에버 등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잇는 계열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정상적인 실탄을 제공해줘야 한다.

#경영철학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아버지 정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들이 싸구려 차라고 비아냥거렸던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일군 정 회장의 품질경영 및 현장경영은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의 산실인 남양연구소를 수시로 찾아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나누며 연구개발 방향을 정하고 현황을 체크한다. 모터쇼 등 해외출장 때에도 현지법인을 방문해 꼼꼼하게 챙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7월 캐나다에서 열린 현대차 딜러모임에 참석한 뒤 곧바로 캐나다법인을 방문해 판매ㆍ서비스 품질을 높일 것을 당부한 것이다. 예고 없는 방문에 현지 법인임직원들이 다소 당황했지만 정 부회장의 일 욕심을 아는지라 브리핑 준비를 사전에 해놨다는 후문이다.

#향후 과제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LA모터쇼에서 기자들에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안하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TOP5 메이커로서의 자리를 지켜내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경영여건이 썩 좋지 않다. 올해 자동차시장은 수요가 예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현대차기아차에 반사이익을 안겨줬던 GM과 토요타 등 미국과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재기에 나서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내수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미FTA와 한 EU FTA 효과를 등에 업은 수입차 업체들이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갉아 먹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경영여건이 악화된 만큼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노사문제 역시 불안하다. 지난해 말 강성노조가 출범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노조원의 분신사태로 파업이 발생하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노사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주간2교대와 선거정국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지배구조 핵심기업 지분 확보해야…문제는 '실탄'
국내외 경영여건·노사문제·성장동력 등 과제 산적

성장동력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도 정 부회장의 과제다. 이미 그룹은 2009년부터 2013년을 목표로 고연비 및 친환경차 개발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해 녹색성장을 견인키로 했다. 여기에 현대건설 육성을 통해 기존 자동차 부문과 철강 부문에 더해 종합 엔지니어링 부문을 3대 핵심 성장 축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그룹 안팎에선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는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칠순을 넘긴 정 회장이 올해 들어서도 국내외를 분주히 오가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 부회장도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그룹 최고 책임자의 막대한 책무감을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미 그룹 경영전면에서 대내외의 주목을 받는 인물로 성장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언제 현대차 총수에 올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정 부회장이 그리는 현대차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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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