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주역’ 김찬경-임석 닮은 꼴 인생사

회사 말아먹은 두 회장님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았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저축은행 사태가 연일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네 곳.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저축은행의 비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인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웃사촌인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꼭 빼다 박았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사태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이름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리규모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입문 시기

먼저 금융권에 발을 들인 시기가 비슷하다. 김 회장은 1999년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사 오너가 됐다. 이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그 끝에 미래저축은행을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워냈다.

임 회장도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창업해 금융권에 진입했다. 이어 2002년에 파산 직전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들어선데 이어 2005년부터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해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5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2006년 호남솔로몬저축은행, 2007년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만들었다.

#학력위조 의혹

두 회장은 모두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중졸인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가짜 서울 법대생 행세를 하다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은 20대 때부터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고 다녔다. 미팅이나 학회 활동에도 참가해 과대표까지 지냈고, 김 회장의 결혼식에는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학력 위조 사실이 탄로 난 이후에도 태연히 동문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출 위기 몰리자 상대 회사 유상증자에 편법 투자
두터운 정관계 인맥·수상한 행적으로 로비의혹 받아

임 회장도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의 이력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 ‘학위 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미국 회계감사원은 2004년 이 대학을 ‘학위 남발 기관’으로 발표한 바 있다.

#메가톤급 개인비리

수많은 개인비리를 저지른 점도 빼다 박았다. 김 회장은 충남의 27홀 규모 골프장 건설업체에 1500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골프장을 만들도록 한 뒤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5명 정도의 개인과 법인에 분산 대출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감춰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래저축은행의 담보로 알려졌던 충남 아산시 송익면 외암민속마을의 1000억원대 건재고택도 김 회장이 이미 차명으로 매입해 개인별장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유명 관광지에서 카지노 호텔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한 법인에 200억원을 대출해준 뒤 대출금 일부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상당)를 몰래 빼내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190억원을 챙겼다. 당시 그는 주식 가치의 30%가 넘는 8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떼 줄 정도로 현금을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은 급여를 받으면 압류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은 걸로 처리했다. 대신 회사 명의의 백화점카드로 매달 수천만원씩을 쓰는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서의 가족 계좌로 회삿돈을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명의로 2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하고, 자신의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도 제기됐다.

임 회장도 만만치 않다. 먼저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고의로 파산시켜 35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솔로몬캐피탈은 임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97.5%)인 한맥기업의 100% 자회사이다. 한맥기업은 솔로몬그룹 사옥 등을 관리해왔고 솔로몬캐피탈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해주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또 임 회장은 지난 3월중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시가 40억원 상당)를 배우자 앞으로 등기이전해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차명으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라는 선박운용업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솔로몬저축은행과 계열사들은 지난 2010년 사모선박펀드에 약 26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사모펀드 자금의 99%는 솔로몬 측의 돈으로 구성됐다. 이 자금을 투자받아 선박을 운용하는 회사가 바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다.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는 미국 국적의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이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는 일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임 회장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외국 선적의 선박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솔로몬저축은행과 경기ㆍ호남ㆍ부산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출 유치 대가로 대출모집법인들에 지급한 530억원의 수수료 중 약 170억원을 사적으로 되돌려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상호 유상 증자

두 회장은 퇴출 위기에 몰리자 상부상조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늘리기 위해 각각 상대 회사의 유상증자에 총 435억 원을 편법으로 투자한 것.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김 회장 동생 명의로 된 서울 서초동 5층짜리 빌딩을 담보로 350억 원을 김 회장 동생에게 대출했다. 금융당국은 이 돈 중 상당액이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같은 시기 김 회장 부인명의 아파트 등을 담보로 김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W사에 65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돈 역시 미래저축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 W사가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 대출받은 돈 전액을 투자한 것이다.

1999년 금융권 입문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려
학력 위조·까면 깔수록 쏟아지는 비리도 빼다 박아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증자를 추진할 당시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일부 흘러들어갔다. 금액은 약 30억원대로 미래저축은행이 그림 등을 담보로 서미갤러리에 대출해준 98억원의 일부가 솔로몬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두 회장이 ‘작당모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장의 접점이 많은 이유에서다. 실제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으며 소망교회를 다니는 점도 같다. 또 두 사람은 모두 이 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다.

#정치권 로비 의혹

이들 회장은 나란히 로비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 저축은행이 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뒷배경’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DJ정부 시절인 2002년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불렸다. 솔로몬저축은행 출범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임 회장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의 인맥 형성 과정은 1987년 DJ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1998년 6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J 정부 시절 임 회장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의 행적도 의혹투성다. 김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권 실세가 개입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CNK 인터내셔널 주식 235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회장은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NK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페이퍼컴퍼니 매입분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올해 초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동일인 대출한도를 어기고 1000억원가량 차명으로 대출해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은 모양새. 어찌나 닮았는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현재 두 회장은 나란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닮은 꼴 회장님들이 ‘마지막’까지도 함께 할지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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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