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주역’ 김찬경-임석 닮은 꼴 인생사

회사 말아먹은 두 회장님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았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저축은행 사태가 연일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네 곳.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저축은행의 비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인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웃사촌인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꼭 빼다 박았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사태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이름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리규모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입문 시기

먼저 금융권에 발을 들인 시기가 비슷하다. 김 회장은 1999년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사 오너가 됐다. 이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그 끝에 미래저축은행을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워냈다.

임 회장도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창업해 금융권에 진입했다. 이어 2002년에 파산 직전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들어선데 이어 2005년부터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해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5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2006년 호남솔로몬저축은행, 2007년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만들었다.

#학력위조 의혹

두 회장은 모두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중졸인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가짜 서울 법대생 행세를 하다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은 20대 때부터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고 다녔다. 미팅이나 학회 활동에도 참가해 과대표까지 지냈고, 김 회장의 결혼식에는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학력 위조 사실이 탄로 난 이후에도 태연히 동문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출 위기 몰리자 상대 회사 유상증자에 편법 투자
두터운 정관계 인맥·수상한 행적으로 로비의혹 받아

임 회장도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의 이력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 ‘학위 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미국 회계감사원은 2004년 이 대학을 ‘학위 남발 기관’으로 발표한 바 있다.

#메가톤급 개인비리

수많은 개인비리를 저지른 점도 빼다 박았다. 김 회장은 충남의 27홀 규모 골프장 건설업체에 1500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골프장을 만들도록 한 뒤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5명 정도의 개인과 법인에 분산 대출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감춰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래저축은행의 담보로 알려졌던 충남 아산시 송익면 외암민속마을의 1000억원대 건재고택도 김 회장이 이미 차명으로 매입해 개인별장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유명 관광지에서 카지노 호텔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한 법인에 200억원을 대출해준 뒤 대출금 일부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상당)를 몰래 빼내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190억원을 챙겼다. 당시 그는 주식 가치의 30%가 넘는 8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떼 줄 정도로 현금을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은 급여를 받으면 압류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은 걸로 처리했다. 대신 회사 명의의 백화점카드로 매달 수천만원씩을 쓰는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서의 가족 계좌로 회삿돈을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명의로 2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하고, 자신의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도 제기됐다.

임 회장도 만만치 않다. 먼저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고의로 파산시켜 35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솔로몬캐피탈은 임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97.5%)인 한맥기업의 100% 자회사이다. 한맥기업은 솔로몬그룹 사옥 등을 관리해왔고 솔로몬캐피탈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해주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또 임 회장은 지난 3월중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시가 40억원 상당)를 배우자 앞으로 등기이전해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차명으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라는 선박운용업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솔로몬저축은행과 계열사들은 지난 2010년 사모선박펀드에 약 26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사모펀드 자금의 99%는 솔로몬 측의 돈으로 구성됐다. 이 자금을 투자받아 선박을 운용하는 회사가 바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다.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는 미국 국적의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이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는 일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임 회장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외국 선적의 선박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솔로몬저축은행과 경기ㆍ호남ㆍ부산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출 유치 대가로 대출모집법인들에 지급한 530억원의 수수료 중 약 170억원을 사적으로 되돌려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상호 유상 증자

두 회장은 퇴출 위기에 몰리자 상부상조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늘리기 위해 각각 상대 회사의 유상증자에 총 435억 원을 편법으로 투자한 것.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김 회장 동생 명의로 된 서울 서초동 5층짜리 빌딩을 담보로 350억 원을 김 회장 동생에게 대출했다. 금융당국은 이 돈 중 상당액이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같은 시기 김 회장 부인명의 아파트 등을 담보로 김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W사에 65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돈 역시 미래저축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 W사가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 대출받은 돈 전액을 투자한 것이다.

1999년 금융권 입문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려
학력 위조·까면 깔수록 쏟아지는 비리도 빼다 박아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증자를 추진할 당시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일부 흘러들어갔다. 금액은 약 30억원대로 미래저축은행이 그림 등을 담보로 서미갤러리에 대출해준 98억원의 일부가 솔로몬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두 회장이 ‘작당모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장의 접점이 많은 이유에서다. 실제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으며 소망교회를 다니는 점도 같다. 또 두 사람은 모두 이 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다.

#정치권 로비 의혹

이들 회장은 나란히 로비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 저축은행이 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뒷배경’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DJ정부 시절인 2002년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불렸다. 솔로몬저축은행 출범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임 회장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의 인맥 형성 과정은 1987년 DJ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1998년 6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J 정부 시절 임 회장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의 행적도 의혹투성다. 김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권 실세가 개입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CNK 인터내셔널 주식 235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회장은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NK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페이퍼컴퍼니 매입분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올해 초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동일인 대출한도를 어기고 1000억원가량 차명으로 대출해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은 모양새. 어찌나 닮았는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현재 두 회장은 나란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닮은 꼴 회장님들이 ‘마지막’까지도 함께 할지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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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