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미성년자 앞세운 '영계노래방'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18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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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같은 '영계도우미' 만지고 벗기고 "이게 뭡니까!"

[일요시사=특별취재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퇴폐영업을 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성매매를 부추겨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미성년자를 여성도우미로 소개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유흥업소 업주를 폭행한 조직폭력배 32명이 검거된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14~16세의 가출청소년 200여 명을 모집해 원룸 등에 합숙시키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이중 2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에 한 가지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모처에서도 미성년자가 도우미로 들어오는 노래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타고 있는 차에 호객꾼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먼저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강북의 모처로 향했다.

마침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 기자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미성년자 도우미가 출몰한다는 서울 강북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인 차에 호객꾼이 접근한다"는 제보자의 말을 따라 해당 블록을 무한정으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의 차가 5~6바퀴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객꾼은커녕 잡상인 한 명 접근하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기자는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제보지역이 잘 보이는 한 커피숍에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접근한 호객꾼
"영계도 있어요"

어느덧 밤 10시, 기자의 눈에 신호대기 중인 검정색 승용차에 접근하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운전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호객꾼이 신호가 바뀌자 뒤로 물러났고 승용차는 자리를 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몇 차례 더 발생했고 기자도 다시 차를 타고 해당 지역을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숍에서 봤던 호객꾼이 기자의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노래방 한번 안 가실래요? 가격 흥정 가능하고 오늘 물도 좋은데…. 영계도 있어요. 원하는 스타일 말씀하시면 딱 맞게 불러드릴게요."

고민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주변 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신호가 바뀔 때가 다 된 것 같았다. 이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자 호객꾼이 곧장 조수석에 올라탔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조금 직진하시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호객꾼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차는 어느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동안 호객꾼은 끼고 있던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근처 공간에 차를 주차하고 호객꾼을 따라 한 빌라의 지하로 들어섰다. 1층은 상가, 2~4층은 주거용으로 보였다. 간판은 없었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조명이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천장에 보이는 붉은 불빛이 CCTV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양말에 운동화 신은 도우미 여성, 알고 보니 16살
미성년자 노래방, 주택가 한 가운데 버젓이 영업

안에서 열어줬던 철문은 기자가 들어서자 다시 굳게 잠겼다. 내부는 평범한 노래방이었다. 눈에 잘 보이는 데에 부착돼있어야 하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노래방과 다르지 않았다.

시각은 11시30분께. 손님은 기자 한 사람뿐이었다. 카운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성을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개시 손님이시니 조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제보자의 조언대로 "영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성이 채 대답하기 전에 머쓱해진 기자는 맥주 5병을 시키고 시간은 1시간 단위로 해서 10분 남았을 때 별말 없으면 알아서 1시간씩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로 불러드릴까요?"

"가장 어린 친구로 불러 달라"고 답했다. 중학생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대답을 들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기자는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을 살펴봤다. 기자가 시킨 맥주 5병은 4만원, 노래방 비용은 시간당 1만5000원이었고 도우미비용은 시간당 2만5000원이었다. 합이 8만원. 일반 노래방 비용보다 저렴했다. 노래방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5분여가 지났을까? 주문을 받은 남성이 술과 간단한 안주를 들고 들어왔다.

"1시간 넣어드렸고 아가씨는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겁니다."

문 열고 들어온 도우미
"열여섯 살 혜미예요"

노래방 화면을 보니 60분이 찍혀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겉보기에도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인 도우미들처럼 야한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운동화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화장도 진하지 않았다. 일부러 어린 모습을 강조한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혜미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열여섯 살이라면 중학교 3학년이라는 말. "최대한 어린 친구를 불러 달라"고 했다는 업주의 말을 듣고 더 나이를 어리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기자의 앞에 서있는 도우미는 열여섯 살임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인사를 마친 혜미는 기자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삼촌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기자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술잔을 들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일이 처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10대 가출소녀 200명
합숙시켜 도우미 공급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이 추가되고 맥주 3병이 들어오자 혜미가 '대딸'과 같은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2차도 가능하기는 한데 밖으로 나가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가능한데…. 대딸은 3만원이고 그거(?)는 그때그때 달라요."

최대한 태연한 척 말하려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해도 학생은 학생이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자의 눈에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까웠다. 최고로 어린나이가 16세라면 17, 18, 19세 고등학생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런 일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사정이 궁금했다. "언제 일이 끝나느냐"고 물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출근 시간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어요.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있다가 전화가 오면 출근하면 돼요. 방금 전에도 친구들이랑 있었어요."

인천지역에서 검거된 기업형 영업은 아닌 듯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아니면 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제 합숙이나 폭력도 없다고 했다.

화면을 보니 15분 가량 시간이 남아있었다. 혜미를 내보내며 "이제 나갈 것이다. 나중에 밥 한번 사주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혜미는 기자가 내민 휴대폰에 흔쾌히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술값은 모두 10만원이 나왔다.

계산을 하는 기자의 등 뒤로 여러 노랫소리가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세팀 정도 손님이 와 있는 듯 했다. 현금을 내밀며 "고등학생도 있느냐? 어디에서 저런 어린 친구들을 구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지들이 찾아 와요. 일 하고 싶다고. 그게 손님들을 통해 알려지죠. 오는 애들 막지 않고 가는 애들도 잡지 않아요. 그래도 일하겠다는 애들이 더 많아요. 거의 이 근방에 사는데 저희는 연락처만 받아놓고 손님이 원하면 불러주죠."

"다른 곳이 또 있나. 다음번에 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대기 중인 차에 접근한 호객꾼 "노래방 안 가세요?"
"대딸도 가능해요…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있죠. 제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만 세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워낙 쉬쉬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손님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시면 영업하지 않는 날은 미리 문자를 드려요. 영업시간은 저녁 10시부터고 오시면 확인하고 문 열어 드릴게요."

이 업주의 말에 따르면 도우미로 일하는 어린소녀들은 대부분 가출청소년이다. 이들은 잘 곳을 마련해 주는 등 약간의 편의만 제공해주면 말을 잘 들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영계'들을 찾는 손님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면서 일반 성인 접대부를 쓰는 업소에 비해 수입이 더 좋다고 한다. 수익 배분은 도우미비용 2만5000원 중 5000원만 업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도우미 차지라는 것.

"우리는 장소만 제공해주는 거죠. 애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요. 대딸을 하든 섹스를 하든 그에 대한 수입은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우린 전혀 상관없어요."

어린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업주를 뒤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앞에도 주택, 뒤에도 주택, 옆에도 주택이었다. 주택가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비단 기자가 방문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일 인천 주안역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고 10대 가출여성 200여 명을 유흥업소 도우미로 고용해 봉사료 착취는 물론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오다 경찰에 적발된 조직폭력배와 보도방업자들은 사회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의 모 폭력조직 추종세력인 A씨는 10대 도우미 공급 독점을 위해 지난해 5월 주안동 2030거리와 카페골목에서 활동하는 보도방 업주와 조직폭력배를 규합해 '주안보도연합파'를 결성,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쪽지를 무작위로 보내 미성년자 200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업주 1명이 승합차에 미성년자 10여 명씩을 데리고 다니며 1일 평균 30만~40만원씩 월 1000여만원의 불법수익을 올렸으며, 미성년자들이 도우미로 일하면서 받은 수입의 40%를 소개비 명목으로 뜯어냈다.

또 이들은 업소를 돌며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일삼고 미성년 여자도우미 2명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미성년자를 익산시내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에 알선해준 혐의로 폭력조직 '배차장파'와 '중앙동파' '구시장파' 행동대원 6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발생했다.

업주와 도우미
"누가 더 나쁠까?"

또 노래방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업주 20여 명은 폭력배들이 보내준 여성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접객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강요와 협박에 못 이겨 도우미에 종사하는 어린 소녀들도 있겠지만 기자가 만났던 그날의 혜미양은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듯 보였다. 또 해당 업주의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이 많다"는 말은 미성년자도우미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자가 미성년자도우미 업소를 방문한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격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범국민적 기념일에 기자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사회의 병폐를 직접 목격해야 했다. 일부 이익만을 ?는 불법노래방업자와 돈 만을 바라보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성년자도우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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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