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톡톡 튀는 이색 마케팅 장안의 화제

스포츠에 엔터테인먼트까지 “뭐든 튀어야 산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튀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들이 각종 제품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당연히 딱딱한 제품 설명식의 전통적인 광고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세계의 기업들은 최근 약속이라도 한듯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나 브랜드 이미지 광고, 스포츠 마케팅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광고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최근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이색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광고
이렇게 달라졌어요”

현대기아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딱딱하고 정형화된’, 어찌 보면 ‘지루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였다. 또 과거의 자동차 광고들을 봐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길만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사이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급부상한 현대기아차는 그 위상만큼이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지난해 해외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 낸 CUV 벨로스터의 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의 바이럴마케팅 기업이 제작한 이 광고는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교통사고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포함돼 다소 ‘잔인하다’는 이유로 독일 내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광고는 좌우 비대칭 3도어 차량인 벨로스터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해 화제가 됐다.

현대기아차, 이색 광고로 세계인 관심 한몸에 받아
현대차, 헐리우드 영화 주연…기아차, 출시전 노출

기아차도 국내 최초의 박스카인 쏘울의 광고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9년부터 귀여운 햄스터가 등장하는 광고를 시리즈물로 내놓아 젊은 층들을 공략한데 이어 지난 한 해를 휩쓴 셔플댄스 열풍을 활용, 햄스터들이 셔플댄스를 추는 코믹한 광고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광고는 실질적인 매출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기아차 쏘울는 지난 2011년 미국 시장에서 10만 2267대를 판매, 2010년 대비 52.4%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 지난 3월 전세계 1억명이 시청하는 미국 NFL슈퍼볼에서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5편의 광고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 치타와 경주를 펼치는 내용을 담은 현대차의 벨로스터 터보 광고는 미국 슈퍼볼 경기 방송에 집행된 55개 광고 중 선호도 7위, 자동차 광고로는 2위에 선정됐다. 기아차의 K5 광고도 전체 12위를 차지했고, 신형 제네시스 쿠페의 광고도 15위에 선정됐다.

현대 기아차는 슈퍼볼 광고의 영향을 톡톡히 봤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3월 미국시장에서 3240대를 판매해 전월(2월) 대비 무려 91.4%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기아차 K5 역시 지난 3월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 판매 1만5000대를 돌파했다.

영화관에 이어
안방까지 공략

최근 여러 기업들이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PPL(Pruduct Placement)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다양한 PPL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 제품을 등장시켜 세계시장에 현대기아차를 알리고 있다. 과거엔 도로 위를 달려 지나가거나 정차되어 있는 장면 등 아주 짧은 순간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개봉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차로 현대차 제네시스가 등장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에 싼타페, 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에 NF쏘나타와 프라이드가 등장한 바 있으며, 지난 2008년에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24>와 <더 유닛>에 제네시스가 등장했고,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슈프리머시>에는 EF쏘나타가 5분간 쉬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또 최근 미국 케이블 채널 AMC의 최고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시즌 2>에서 현대차 투싼ix가 주인공이 이용하는 차량으로 여러 차례 비중 있는 장면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영화보다는 주로 드라마를 통해서 PPL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이미 출시된 차가 아니라 출시 전에 TV를 통해서 먼저 제품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기아차는 2010년 KBS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당시 막 출시된 스포티지R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고, 2009년 방송된 KBS의 <아이리스>에서는 극중 주인공인 이병헌의 차로 출시 전인 K7을 등장시켜 신차 붐 조성에 기여했다.

기아차는 또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 최초의 후륜구동 프리미엄 세단인 K9을 출시 전부터 SBS 드라마 <패션왕>에 등장시켰다. 기아차는 출시 전부터 K9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K9의 모습을 공개, 신차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기배우 이민호가 주인공을 맡은 <씨티헌터>에서 주인공의 차로 벨로스터를 등장시켜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벨로스터는 하루 평균 계약대수가 140여대에 이르는 등 드라마 방영 전과 비교해 계약대수가 50%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PPL외에도 각종 쇼프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TV프로그램에 차량을 노출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K-POP스타>에는 현대차 i40와 i30가 등장하고, <런닝맨> <무한도전> <1박2일> 등 오락 프로그램에도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차량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이색 런칭쇼에
엔터테인먼트 가미

이색적인 광고나 PPL도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한 발 더 나아가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통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개념 PUV 벨로스터 출시행사를 시작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선보이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앞 특설무대에서 국내외 유명 DJ, 가수, 탤런트 등 대형스타들을 초청해 ‘벨로스터 런칭 오프닝쇼’를 개최했다.

이날 오프닝쇼에는 국내 유명 DJ 아리카마(ARIKAMA)와 인기 가수 싸이의 공연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뮤직페스티벌에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DJ 칼 콕스(Carl Cox)의 공연이 펼쳐졌다.

유명연예인 초대하는 등 이색 론칭쇼로 젊은 층 공략
현대차, 축구·골프…기아차, 야구·농구·테니스 후원해

현대차의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는 2012년에도 이어졌다. 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국내 대표적인 SUV차량인 싼타페는 지난 19일 인천 송도 왕복 8차선 도로인 ‘하모니로’에서 보도발표회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 21일에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런칭 페스티벌 ‘런서트’를 진행했다.

마라톤과 콘서트를 결합한 형태의 이색적인 행사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서는 현대차는 행사장에 ‘싼타페 광장’을 마련, 신형 싼타페 전시 및 모델들과의 포토타임을 진행하고 고객들이 직접 시승을 해 볼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해 참가자들에게 싼타페의 상품성을 알렸다. 또 세븐, 2NE1, 티아라, 신화 등 K-POP스타들이 총출동해 신나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해 고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포츠 마케팅은
계속 된다 ‘쭈욱~’

이미 현대기아차의 이색 마케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스포츠 마케팅 역시 기업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스포츠 마케팅은 각각 영역을 나눠 진행돼 각 브랜드의 특성을 대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스포츠인 축구와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골프에 집중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아차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농구, 테니스 등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6월 개막된 ‘2011 FIFA 여자 월드컵’에 대회 공식 차량을 지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로 2012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차량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유로 2012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골프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국내외의 다양한 골프대회를 개최 및 후원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골프대회 중 최대규모이면서 유일한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후원한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 마케팅 이외에도 미국 프로농구(NBA), 테니스 등을 적극 후원하며,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1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후원계약을 체결하는 등 총 13개 구단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신인왕 블레이크 그리핀을 글로벌 홍보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또한 유명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킴 클리스터(벨기에)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 대회를 지난 2002년부터 11년 연속 메이저 스폰서로 참여해 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특히 2011년 대회는 전세계 160여 개 국가로 중계되어 연인원 10억 명 이상이 시청하고, 기아차는 약 6천여 시간 동안 브랜드 로고 노출을 통해 미화 7억 달러 상당의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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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