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경찰들도 몸 사리는 혐오의 거리 '조선족타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26 09: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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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킬링'으로 변질된 '코리안 드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 1일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사건. 이어 5일 뒤 발생한 영등포 직업소개소 소장 살인사건. 국내 거주 조선족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아고라에서는 ‘조선족 전면 추방’을 주장하는 청원이 시작됐고 조선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CCTV 증설과 순찰인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조선족이 많은 지역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며 인력시장에서도 조선족을 배척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거주 조선족 50만명 시대를 맞아 <일요시사>가 조선족이 다수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 연변거리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를 찾아 거리 분위기를 느껴봤다.

기자는 먼저 가리봉동 '연변거리'를 찾았다. 과거 구로공단 자리 사이에 자리 잡은 가리봉동은 1964년 수출무역단지에 일자리를 찾아 모여 든 20대 전후 젊은이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이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구로공단 내 업체들이 이전하면서 한국 근로자들이 빠져나갔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늘어난 조선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자리 구하지 못한
조선족 거리 헤맨다

조선족들은 이곳 가리봉동에서 값싼 쪽방에 몸을 의지하고 저마다의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1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로 빠져나와 10여 분쯤 걸어가니 중국어로 가득한 간판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 거리에는 조선족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소개소, 여행사, 식당과 상점 등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기자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복장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들은 무채색 작업복에 작업화를 신고 있었으며 벌써 술 몇잔 걸친 듯 불쾌한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자들은 유행에 뒤쳐진 옷차림에 무성의하게 분만 발라놓은 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 외부에 마련된 탁자에서는 작업복 차림의 남성 3명이 막걸리 5병째를 비워내고 있었다. 직업소개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탁자에 별다른 안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투른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애초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무척 거칠었다.

3명 중 리더 격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차오니마"라는 말을 하고 기자를 밀쳤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기자는 급히 자리를 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남성이 한 말은 한국어로도 꽤 심한 욕이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화가 난 것일까? 하지만 인력시장은 일자리보다는 인력이 넘쳐 항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있기 마련.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 직업소개소 문을 두드렸다.

직업소개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기자의 궁금증을 한 마디로 풀어줬다.

"조선족을 꺼리는 업체들이 전보다 많이 늘어났어요."

국내 조선족 거주 지역 공포 분위기 확산 "밤이 무섭다" 
인터뷰 요청 기자 밀치며 "차오니아" 한국말로 "XX새끼"

수원 토막살인사건, 영등포 직업소개소 소장 살해 사건 등 조선족에 의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조선족이 일 하러 오는 것을 꺼리는 업체가 늘어났다는 것.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선족이 배척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조선족들이 거리를 헤매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가리봉동 근방에서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사정은 어떨까? 직업소개소에서 빠져나와 중국식 냉면을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는 한산했다. 조선족도 한국인도 보이지 않았다.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여성 한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냉면 하나를 주문하고 "요즘 장사 어때요"라고 물었다. 주방에 중국말로 냉면 주문을 전달한 그녀가 기자를 흘낏 보더니 입을 열었다.

"기자죠? 요즘 많이들 오네. 보다시피 거리가 한산해요. 가끔 와서 냉면 한 그릇 먹고 가던 한국사람들도 발길을 뚝 끊었죠. 도대체 내가 무슨 죄가 있나요? 같은 조선족이라는 것? 그 수원에서 있었다는 살인을 한국사람이 저질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여주인은 이 말을 끝으로 눈을 TV로 돌려버렸다. "어디서 왔느냐" "언제부터 여기에 살았느냐" "가족은 어디 있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여성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냉면을 먹고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 기자 뒤로 "또 오세요"라는 나지막한 목소리만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거리로 나온 기자의 눈에 양 손에 봉투를 들고 급하게 걸어가는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붉어진 손가락과 팽팽하게 당겨진 봉투가 그 무게를 짐작케 했다. 얼른 다가가 "어디까지 가세요? 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는 흠칫 놀라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기자가 "취재 나온 기자에요. 괜찮으니까 이리 주세요"라고 하자 그제서야 할머니는 봉투 하나를 기자에게 건네며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짐을 받아들고 할머니와 나란히 길을 걸으며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냐"고 물었다.

"손녀가 집에서 기다려. 얼른 가야돼. 요즘 너무 무서운 일들이 많아서 걱정이야.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정신없더라도 데리고 나올 걸…."

불법체류 조선족
전체 중 80~90%

양꼬치구이와 휴대폰매장 사이 골목으로 들어선 할머니는 골목골목을 지나 한 허름한 주택 앞에 멈춰 섰다. 들어와서 물 한 잔 먹고 가라는 할머니의 말을 정중히 사양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가리봉동 주민센터가 3월 말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은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무등록 조선족을 합한 수치로 무등록 조선족은 전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리봉동 총 주민수가 1만4343명으로 집계된 것을 반영하면 가히 가리봉동은 조선족이 대부분이라고 할 만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택시기사들도 가리봉동은 잘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가더라도 손님을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조선족 한모(48)씨가 자신을 태우지 않고 지나치려는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파손하고 항의하는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몰려다니는 조선족
주민들 격양된 반응

또한 지난 2007년 4월에는 가리봉동 일대를 거점으로 조선족들을 모아 '옌벤 흑사파'를 결성한 뒤 유흥업소 주인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조선족 32명이 무더기로 검거된 적도 있었다.

기자가 이튿날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거리'는 가리봉동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12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발표한 '등록 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안산시 단원구에는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이 2만1969명이 살고 있다. 단원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3만7487명의 60%에 육박하는 수치. 조선족 다음을 중국인이 뒤따르지만 집계된 인구수가 4927명인 것은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비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원곡동은 대표적인 조선족 밀집 지역인데 원곡동은 반월공단과 인접해 출퇴근이 좋고 교통이 편리해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곡동에 정착한 조선족이 친척을 초청해 함께 생활하는 식으로 그 몸집을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저녁 8시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다문화거리에 도착하니 조선족이 대부분이라는 말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다문화거리가 아닌 '조선족거리'라고 이름이 붙었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거리에는 조선족을 상대로 하는 휴대폰대리점, 식당, 노래방 등의 업체가 들어서 있었으며 간판은 한자로 가득했다. 거리에는 전철을 타고 모여든 사람들로 다소 활기를 띠었다. 따뜻해진 날씨 덕분인지 길거리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낯선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선 남의 나라에 와 있다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말을 듣기위해 원곡1동 주민센터 인근으로 향했다. 기자가 만난 원곡동 주민들 중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 특히 조선족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 이모(46·여)씨는 원래도 무서웠던 동네가 공포분위기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밤길 다니기가 겁나요. 외국인, 특히 조선족들이 떼로 몰려 다녀 공포감을 주니 괜히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애들한테도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어요."

이씨와 얘기를 나누는데 다가온 한모(55)씨는 울분을 토했다. 외국인들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는 것.

'방검조끼' 구입한 경찰, 순찰시간 늘려도 '역부족'
'조선족 전면 추방' 서명운동 '폭동' 일어날 우려

"수원에서 있었던 토막살인 때문에 조선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을 뿐이지 여기(원곡동)에는 항상 조선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어요. 그런데도 그들에게 기회를 또 줘야할 이유가 있겠어요? 조선족들은 뭐 '다 그런 건 아니다' '색안경 끼고 보지 말아 달라'고 말하겠지만 우리 어머니, 동생, 아들, 딸들을 위해서라도 이 나라에서 쫓아버려야 해요."

이 같은 주민들의 격양된 반응은 안산 원곡동 인근에서 발생한 조선족 관련 흉악범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9월4일 새벽 1시47분 안산시 원곡동 한 편의점에 조선족 현모(30)씨가 침입해 편의점 전원스위치를 내린 뒤 아르바이트생인 김모(21·여)씨를 둔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다. 김씨가 저항하자 현씨는 김씨 얼굴을 둔기로 때려 쓰러뜨린 뒤 김씨의 머리채를 잡고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내려쳤다. 김씨는 왼쪽 안구 파열로 영구 실명하게 됐고, 얼굴뼈와 두개골 골절로 한쪽 얼굴이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상을 입었다.

앞선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장애인화장실에서 2007년 1월24일 발견된 여행용가방 속의 여성 토막시신도 조선족에 의한 것이었다. 범인 손모(41)씨는 피해여성인 애인 정모(33)씨의 집에 갔다가 정씨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에 앙심을 품고 정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손씨는 정씨의 시신 일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인근 야산에 묻고 나머지는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30대 조선족 여성이 괴한이 뿌린 화학물질에 의해 3도 화상을 입은 사건도 발생했으며 조선족끼리 사소한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러 결국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도 나타났다. 또 중국 현지에서 조직하고 안산시에 있는 조선족과 협력한 마약사건이 발생해 조선족이 검거된 사건도 있었다.

안산 단원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범죄도 2007년 408건, 2008년 790건, 2011년 863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안산시와 경찰서는 치안강화를 위해 원곡동 일대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순찰을 강화 했고 사비를 들여 '방검조끼'까지 구입했지만 역부족이다.

하지만 조선족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비단 강력범죄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조선족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원 사건에 대한 조선족 반응'이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이 올라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사진에는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이유 없이 죽일 수도 있지만 그 용기가 나왔을 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 됩니다" "순간 정신 나가서 죽였겠지 뭐 ㅋㅋㅋ" "난 그 수원 살인사건에 대해 잘 몰랐고, 그리고 그 여자 몸 파는 여자라면서??? ㅋㅋㅋ 난 그냥 요즘 그 사건 때문에 난리 법석하는 자체가 싫어서 그냥 한소리 했을 뿐이지"등 수원 토막살인 가해자 오원춘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사회 안전망 마련
인식 전환 시급

이런 가운데 인터넷상에는 조선족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등장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지난 7일부터 '조선족 전면 추방'이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며 지난 19일까지 7000여 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실제 조선족에 의한 범죄는 전체 범죄율의 0.5에 불과해 일부의 문제를 전체인 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것인 양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선족 혐오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폭동과 같은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마련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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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