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파문 김구라 방송 은퇴 논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23 09: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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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안 된다" VS "과거 일일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방송인 김구라가 2002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종군위안부에 대해 무리한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돼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김구라는 소속사를 통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거듭 사죄했으며 자신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를 두고 동료 연예인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고, 인터넷 누리꾼들은 '김구라 옹호파'와 '김구라 반대파'로 갈리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김구라의 발목을 잡은 발언은 지난 2002년 <딴지일보>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 나왔다. 당시 집창촌 여성들이 경찰 단속에 반발, 전세버스를 타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침묵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김구라는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담긴 음성파일이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김구라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김구라는 지난 16일 소속사 라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제 말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분노를 느꼈을 분들에게는 평생을 반성하고 사죄할 것"이라고 사과하며 방송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지방서 자숙 중

소식을 들은 동료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개그우먼 김미화는 지난 1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구라야 은퇴하지 마라! 누나랑 손잡고 할머니들께 가자. 가서 큰절 올리고 안아드리자. 누나가 할머니들 홍보대사이고 딸이다. 할머니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아들의 과거 허물을 다 용서하신다. 그게 어머니 마음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구라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함께 출연 했던 윤종신도 트위터에 "많은 분들의 꾸짖음에 인정하고 사과하고 고개 숙인 김구라를 바라보는 마음이 내내 안좋았습니다. 5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로서 다들 공개적인 언급을 피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 못내 아쉬워 이 새벽에 트윗합니다. 본인 다짐대로 자숙의 시간 잘 보내고 그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 <라디오스타>"라는 조언을 건넸다.

연예인과 정치인을 바라보는 다른 도덕적 잣대를 꼬집은 연예인도 있었다. 배우 정찬은 "도대체 연예인들에게 공소시효도 없고 사생활도 무시하는 대중의 잣대는…. 그 잣대는 당신들이 지지하고 투표한 정치인들에게 들이대시라. 김구라씨가 막말 방송한 걸 몰랐다. 현재진행형인 성추행, 논문표절보다 극악한 과거인가"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방송인 김제동은 김구라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는데 지난 13일 방송된 SBS <고현정쇼>에서 "뭐 저런 사람이 있나 싶었다. 좋아하는 상대라 해도 서로 간 동의 하에 독설이 오가야 좋은 것이다. 방송에서는 받아칠 기회가 없었는데 왜 남의 인생에 대해 간섭하는지, 자기나 잘하라 그래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갈라졌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김구라의 방송하차 소식을 반겼지만 일부는 응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02년 인터넷 방송서 종군위안부 발언 돌출
모든 프로그램 하차…옹호파 vs 반대파 설전

아이디 도**는 뉴스 댓글을 통해 "개인적으로 김구라씨 좋아했고 특유의 가식 없는 멘트를 보면서 후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용서 받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누가 지켜주나? 10년 전 발언이라서 용서해야 하나? 제발 하루 앞을 내다보지 말고 1년, 10년 후를 내다보자. 우리나라 외교는 우리나라 국민이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hongji***는 트위터에서 "아쉽고 안타깝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을 그런 식으로 폄훼한 사실은 10년이 지나든, 100년이 지나든 너무 큰 잘못이다. 의식 있는 성인 돼서 한다는 말이 저런 말이라는 건 용납이 안 되는거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김구라가 한 말의 심각성을 망각한 채, 방송에서 김구라 못 본다는 이유로 아쉬워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의식이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fukon***도 트위터에서 "입 하나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입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저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답이 없다. 앞으로도 또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김구라, 이번에는 좀 많이 쉬어야 할 거다"고 말했다.

김구라의 방송 하차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김**는 뉴스 댓글에서 "과거 들춰서 떳떳한 사람 있나? 한 가지 실수, 잘못 없는 사람 있나? 마녀사냥으로 또 한 사람 보내네. 정치인 때문에 웃어본 적은 단 한번 없어도 김구라 때문에 웃어본 적은 끝도 없이 많고, 내가 하고 싶어도 힘없어서 말 못하는 것도 입이 되어 말해주는 풍자인 아니던가?!"라며 김구라의 방송 하차를 아쉬워했다.

10년 지나 불거져

아이디 junggi***는 트위터를 통해 "10년 전 일이고 세월이 지나오는 동안 충분히 잘못을 인지하고 가치관도 바뀌어서 지금은 자기가 얼마나 무개념 발언을 했었는지 알 텐데 대국민사과하고 위안부할머니들께 봉사하는 걸로 끝내도 될 걸 극단적으로 자숙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김구라는 경기도 김포 자택이 아닌 지방 모처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들 동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을 우려해 되도록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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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