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③ 희비 엇갈린 야권 잠룡들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친 ‘문풍’에 웃고 울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11 후폭풍에 야권이 쓸려가는 양상이다. 대선의 전초전인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하면서다. 야권은 전국적 연대까지 형성하며 똘똘 뭉쳤지만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총선 피바람에 잠룡들의 온도차는 미묘하다. 대세론을 구축하던 ‘문풍’의 파괴력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치면서다. 무주공산이 된 야권 대선티켓을 두고 울고 웃는 잠룡들의 엇갈리는 희비쌍곡선을 들여다봤다.

여권의 자살골도 못 받아먹고 총선 말아먹은 야권

파괴력 약해진 문풍에 잠룡들 표정 미묘한 온도차

야권이 총선 성적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간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불법사찰 논란’ 등 정부여당에 대형악재가 겹치며 MB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화됐다. 총선을 앞둔 야권입장에서는 ‘천재일우’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때문에 야권은 바닥 치는 민심을 등에 업고 전국적 연대를 형성해 이번 4?11 총선에서 ‘압승’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장밋빛 전망 야권

총선정국서 죽 쒀


하지만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자 예상 밖의 결과가 쏟아졌다. 총선 개표 결과 새누리당이 152석, 민주통합당이 127석, 통합진보당이 13석을 확보한 것.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19대 국회 역시 현재와 같은 ‘여대야소’ 형국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에 야권 잠룡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이번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총선 성적표가 대선가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진 지난 1992년 상황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의 충격을 짐작해볼 수 있다.

당시 15대 총선에선 민주자유당 149석, 민주당 97석, 통일국민당 31석, 기타 22석의 결과가 나왔다. 그해 12월에 실시된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잠룡들 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야권에서 대세론을 형성하던 ‘문풍’ ‘안풍’의 위력이 반감되면서다. 때문에 야권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먼저 낙동강벨트 형성으로 PK(부산?경남)공략에 나섰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문풍’ 확장에 한계가 드러나며 대권가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 고문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며 새누리당의 아성을 깼다. 하지만 PK지역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단 3석이다. 자력으로 당선된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면 문 고문과 민홍철 당선자 등 2명뿐이다. 1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기대에는 한참 부족한 셈이다. 낙동강 벨트의 저조한 성적으로 문풍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쳤다는 평이다. 때문에 문 고문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상태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이 지역을 5번이나 방문하며 문풍을 차단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때문에 문 고문은 자신의 정치고향인 부산에서조차 박 위원장을 넘지 못하고 지역구에만 갇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문 고문은 선거기간 부산에 발이 묶여 전국적인 행보를 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대선국면이 본격화되면 내세울 콘텐츠가 없는 것도 흠이다. 이는 곧 대선주자 교체론의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다른 잠룡들의 도전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정치 1번지 접수한

정세균, 대권도 탄력

‘한미FTA 저격수’를 자임하며 적진의 심장인 강남을에 파고든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한미FTA 전도사’인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에 크게 패했다. 생사가 불투명한 불모지에 뛰어들며 희생정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구축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0년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뒤 2002년 대선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정 고문이 벤치마킹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 고문의 측근인 이종걸?정청래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 측근들의 국회 입성 좌절로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이다. 때문에 향후 정 고문의 대권가도 역시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당선됨으로써 정치적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대선 가도에도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정 고문의 눈높이는 대선에 맞춰져 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거쳐 갔던 종로입성을 두고 정 고문은 한층 고무된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정 고문의 측근인사들 역시 선전하며 당내의 확고한 입지도 넓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신기남ㆍ오영식 ㆍ윤호중ㆍ이미경ㆍ전병헌ㆍ최재성 후보 등이 정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광범위하게 포진한 친노 그룹까지 포함하면 정 고문의 대선 동력은 그만큼 더 강력해진 셈이다. 특히 이번 총선으로 정 고문은 ‘호남 터줏대감’에서 ‘전국 주자’로 격상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정 고문은 당내 폭넓은 지지기반과 달리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비록 비례대표 당선에 실패했지만 전국적으로 당이 선전하며 표정이 밝은 상태다. 유 대표는 통합진보당의 정당지지율을 20%로 장담하면서 비례대표 12번을 선택했지만 실제 지지율이 이에 미치지 못해 당선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선전해 제3당으로 자리 잡으며 정치적 리더십을 인정받게 됐다. 때문에 당내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선주자로서 적당한 시점에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정동영 한풀 꺽이고 정세균?김두관 활짝 웃고

무주공산 ‘대권행’ 백가쟁명 혈투 예고된 야권리그전

이번 총선에서 백의종군한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원 유세에 동참했기 때문에 총선 성적의 영향권 내에 있다. 손 고문은 특히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 공략에 나섰다. 민주통합당이 수도권 지역에서 선전한 점을 감안하면 손 고문은 반사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친손학규계’인 이춘석·이찬열·송두영·신학용·양승조 후보가 당선되며 손 고문의 체면치레를 해줬다. 원내 기동력을 상당히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손 고문은 자신의 지역구(경기 분당을)를 물려받은 김병욱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끝내 원내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전체적인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상태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총선에 관여하지 않았던 김두관 경남지사는 총선 결과의 직접 영향권에선 벗어나 있다. 하지만 PK지역에서 문풍이 미풍에 그치며 김 지사는 반사이익으로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상태다. 문풍 확장성의 한계로 친노 세력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김 지사에게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PK를 근거지로 두고 있는 김 지사의 향후 대선 행보는 가변적인 상황이 된 상태다. 특히 김 지사는 동네 이장·군수부터 장관·도지사의 막강한 내공에 정치경험까지 더해져 공공연히 대선판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유력 잠룡으로 꼽혀왔다. 게다가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던 평소 움직임을 감안하면 적절한 시점에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선구도가 ‘박근혜 대 문재인’ 대결로 굳어지지 않는다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게 점치고 있다.

잠재적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의 대권 가도는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원장이 투표 촉구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평이다.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9일을 포함해 연속적인 투표독려 메시지를 보냈지만 투표율이 54.3%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못 미치는데다가 오히려 지역감정이 악화하는 쪽으로 투표행태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외곽에서 간접적인 정치를 하는 안 원장의 ‘신비주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안 원장의 향후 대선행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더 치열해진

야권 ‘안방리그전’


하지만 안 원장은 젊은 세대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안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야의 정쟁으로 ‘정치 피로증’이 쌓일수록 안 원장의 입지는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대권도전이 점쳐지고 있는 안 원장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총선 이후 대선정국으로 접어들며 야권에서는 무주공산의 대권행을 두고 본격적인 백가쟁명식 치열한 혈투가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문풍과 안풍의 영향력 반감으로 야권 잠룡들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게다가 잠룡들의 갖은 승부수가 예측되며 ‘대권행’의 주인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다. 또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돌발변수에 대권행은 더욱더 안개국면이다. 이제 단 하나뿐인 대선티켓 확보를 위한 야권 잠룡들의 안방리그전은 피 튀기는 혈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과연 어느 잠룡이 대선티켓을 확보하고 마지막까지 웃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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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