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가수라는 수식어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올해 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과 인기스타상을 거머쥐며 스타덤에 오른 최성희. 그녀는 ‘바다’란 예명을 버리고 본명인 최성희로 활동할 만큼 뮤지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2003년 뮤지컬 <페퍼민트>로 뮤지컬계에 첫 발을 디딘 후 모노뮤지컬 <텔 미 온 어 선데이>와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에 캐스팅 돼 가창력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현재는 김아중을 스타로 만든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열기의 중심에 있는 강한별 역의 최성희를 만났다.
뚱녀 연기 위해 솜으로 가득 채운 옷 입은 채 노래·춤 선보여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인기스타상 수상…뮤지컬계 블루칩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뚱뚱하고 못생겨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전신성형에 성공해 꿈과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뮤지컬은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OST는 그대로 유지하되 2D 영상을 3D 무대로 옮겨오는 작업에 중점을 뒀다. 특히 뚱뚱한 몸이 S라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무대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뚱녀 연기를 위해 솜으로 가득 채운 옷을 입은 채 노래하고 춤춰요. 얼굴도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메이크업이 아니라 거의 변장에 가까워요. 전에 방송했던 TV프로그램 <체인지>(SBS)에 나오는 특수분장이랑 비슷해요. 땀이 많이 나 힘들지만 참고 있죠.”
미녀로 변신 전까지 뚱뚱보 분장에 맹추 같은 행동, 어눌한 말투 등을 연기해야 한다. 아이돌 스타 출신에겐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외모에 특별히 신경을 안 써요. 특히 작품 속에서 외모가 망가지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아요. 단 진실로 연기하는 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죠.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할 때 희열감이 느껴지는데 특히 제 목소리로 진심이 전달될 땐 소름이 돋을 정도에요. 뮤지컬을 하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안정감, 균형감이 느껴져요. 가수일 땐 몰랐는데 지금은 제가 원하는 하늘을 날고 있는 거 같아요.”
열정적인 배우로 정평 나 있어
최성희는 뮤지컬계에서도 열정적인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첫 뮤지컬 도전작 <페퍼민트> 공연과 바다 솔로 앨범을 동시에 발매하며 두 가지를 병행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100% 뮤지컬에 투신했다. 한때 톱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새로운 분야에선 낯설고 이방인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그녀의 소탈하고 예의바른 행동과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 뮤지컬계 인사들은 최성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점차 가수 바다가 아닌 뮤지컬 배우 최성희로 옷을 갈아입었다. 올해 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는 신인상과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이 끝난 지도 꽤 오래됐고,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았는데 감사할 따름이죠. 상을 받았다 해서 인정받은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단지 제 열정을 알아주신 거 같아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역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은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무대에 오르는 꿈을 꿔왔다. 최성희는 이번 작품의 뮤지컬 넘버 ‘한번뿐인 인생’을 부르면 옛 생각이 많이 난다고 털어놨다.
“노래는 너무 하고 싶은데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셨어요. 6년 동안 성당 앞에서 매일같이 노래 부르고 춤을 췄어요. 속옷을 짜면 땀이 나올 정도였죠.”
힘든 시절을 지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그녀.
“이번 뮤지컬에서는 비록 괴로운 미녀 역을 맡았지만 관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거에요.”
세상으로부터 받은 걸 돌려주고 싶어
가요계 아이돌 여성 그룹의 양대 산맥인 SES와 핑클. 두 팀은 데뷔부터 줄곧 라이벌의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각 멤버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바다와 옥주현은 라이벌 중 라이벌이었다. 옥주현이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먼저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하면서 최성희와 옥주현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뮤지컬에서 신 라이벌로 자리 잡게 됐다.
“둘이 워낙 가수 생활을 할 때부터 친해서 경쟁이라기보다는 선의의 라이벌 정도라고 할 수 있죠. 둘의 목소리 색깔이나 창법 등이 달라서 비교하기가 어려워요. 서로에게 장단이 있는데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주현이는 당당히 자기 실력으로 뮤지컬을 시작했고, 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제 오랜 의지에 따라 시작한 게 차이겠죠.”
그녀는 태안 앞바다 기름띠 제거 자원봉사 현장에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제가 학비를 끝까지 못 냈다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어두워졌을지 몰라요. 그런데 성당의 어떤 분이 무기명으로 두 학기 등록금을 내주셨어요. 그때 세상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어요. 세상으로부터 받은 걸 돌려주고 싶어요.”
그녀는 태안군민 돕기 콘서트에서부터 시작해 결식아동 돕기 콘서트로 이어지는 자선릴레이 콘서트를 열겠다고 했다. 그것도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 화려한 가수의 길을 걸어온 바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길을 걷기 시작한 최성희. 지금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서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과 연기와 함께 뮤지컬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는 최성희의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