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모 광고사 여사장, 정치권 일감 독식의 비밀

재벌 까던 의원님들 “뒷구멍으로 하는 짓은 한술 더”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최근 모 광고사의 눈부신 성장이 호사가들의 혀끝을 맴돌고 있다. 30대 중반의 젊은 여사장이 2009년 자본금 5000만원,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불과 2년 만에 연매출 60억원대, 23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호사가들의 얘기를 가만 들어보니 썩 좋은 내용이 아니다. 성장과정이 심상치 않다는 의혹이다. 대체 이 회사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

취미로 정치홍보물 제작하다 정치인 눈에 띄어
홍보회사 창업하게 해 정당 내 홍보 일감 ‘몰빵’

시간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 증권사에서 일하던 30대 초중반의 여직원 A씨는 돌연 일에 흥미를 잃고 직장을 그만뒀다. 대신 평소 관심이 있던 웹디자인과 홍보물제작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광고업계에 취업이나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단순한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2년 만에 60억 매출

웹디자인 공부에 한창이던 어느 날, A씨는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정치권의 행사와 관련된 홈페이지를 제작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A씨였지만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일을 계기로 A씨는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의뢰를 받아 무료로 도움을 줬다.

그러던 지난 2009년 A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홍보물 전단지 제작을 부탁 받았다. 이를 위해 A씨는 봉하마을을 찾았고, 그곳에서 모정당 유력정치인인 B의원과 C의원 눈에 띄었다. 두 의원은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며 A씨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후 A씨는 두 의원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의원은 지원을 약속하며 A씨에게 홍보회사를 창업할 것을 제안했다. 고민을 거듭한 A씨는 결국 자본금 5000만원으로 홍보회사를 차렸다. 창업 초기 직원은 A씨를 포함해 3명이 전부였다.

광고업계 초짜인 A씨였지만 회사를 일으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두 의원의 아낌없는 지원사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원은 파격적이었다. 해당 정당의 전단지?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 홍보에 관련된 일감이 전부 A씨의 회사에 주어졌다.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A씨의 회사는 현재 연매출 60억원대, 23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불과 2년전 증권사 일개 직원에서 잘나가는 회사 사장님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그런데 문제는 두 의원이 A씨에게 베푼 호의가 재벌가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와 많이 닮아있다는 점이다. 두 의원은 공개경쟁 절차를 생략한 채 광고 전량을 몰아줬다. 직권을 남용해 부당거래를 유도한 셈이다.

특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두 의원도 다르지 않았다. B의원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날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C의원도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A씨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당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공약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 호사가는 “문제의 정치인들과 소속정당의 행태는 그 동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핏대를 세우던 모습과 대조적”이라며 “결국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본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밀로 남겨질 수 있던 ‘수상한 거래’에 대한 얘기가 나온 건 A씨의 내연남인 D씨의 입에서다. D씨는 A씨가 증권사에서 근무할 당시 지점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A씨와 D씨는 둘 다 배우자는 물론 엄연히 가정이 있는 몸이다. 불륜관계인 셈이다.


불륜남이 소문내

이들의 관계는 A씨가 증권사를 그만둔 뒤에도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성공 배경을 D씨에게 털어놨다. D씨를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A씨의 기대와 달리 D씨는 A씨의 ‘비밀’을 혼자 간직하지 않았다. 여러 명의 주변인들에게 떠벌이고 다녔다.

D씨의 혀끝에서 시작된 이 얘기는 입에서 입을 타고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A씨도 이를 의식한 듯 회사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웠다. 현재 문제의 광고사 홈페이지에는 A씨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대기업 계열 광고사 출신의 재원들을 요직에 배치해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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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