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급부상하는 까닭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3.28 09:23:26
  • 댓글 0개

‘글로벌 로드’ 위 무서운 질주 “세계를 유혹하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로드’를 달리는 현대·기아차의 질주가 무섭다. 기술력은 이미 해외 유명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정도.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전문기관들도 현대·기아차의 상품성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TOP 자동차 기업이 되기에는 아직까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효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인사들에게 의전차량 제공해 주목
골프·테니스·축구·스키 등 스포츠 행사 공식후원

광고효과가 초당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미식축구 결승전인 2012 슈퍼볼 경기에서 현대·기아차는 이색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기아차의 K5(현지명 옵티마) 광고는 미국 자동차 전문 사이트 ‘카스닷컴’에서 발표한 2012 슈퍼볼 자동차 광고 순위에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한 크라이슬러의 기업광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이후 기아차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서 K5에 대한 검색이 폭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는 곧바로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2월에만 1만1558대를 판매하며 전월대비 31.1% 증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49.7% 증가했다. 전 세계 1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송된 광고를 통해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물론, 그 보다 더욱 큰 소득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인지도를 제고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수년간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과 자동차 전문 단체로부터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오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벤츠나 BMW, 폭스바겐 등에 비해 뒤쳐지는 게 사실이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지난 2~3년간 다양한 국제적 행사와 대형 스포츠 대회 등을 통해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현대·기아차는 이제 과거 세계 시장에서 ‘값싼 브랜드’로 인식되던 ‘낙인’을 떨쳐내고 글로벌 메이커들과 겨룰 수 있는 ‘거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탑클래스’에 걸맞은
‘탑클래스 차’ 제공해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5일 코엑스(서울 강남구 삼성도 소재)에서 조희용 핵안보정상회의준비기획단 부단장 및 김충호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 차량전달식을 가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전달식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의 의전 및 경호를 위한 차량으로 현대차의 플래그십 차량인 에쿠스 리무진을 비롯하여 에쿠스 세단, 스타렉스, 모하비 등 총 262대의 차량을 지원하고, 이에 더하여 전문 정비인력 70여 명으로 구성된 ‘정비지원단’을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핵 안보 정상회의’는 전세계 50여 국가의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핵 없는 세상’이라는 세계평화를 위한 핵심 과제 달성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로, 2010년 미국에서 개최된 이래 두 번째로 개최되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인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각국 정상들을 통해 전 세계에 현대·기아차의 우수한 상품성을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희용 부단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에서 58명의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안보 분야의 최대 정상회의인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차량을 협찬해 준 것은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에 대한민국 브랜드인 현대·기아차의 차량이 이용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 역시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차량 협찬을 통해 각국 정상들에게 현대·기아차의 높은 품질과 제품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챠량지원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 정상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차량 제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및 2011년 ‘G20 국회의장회의’에서도 의전 및 경호용 차량으로 에쿠스 리무진 등 각각 172대와 30대를 협찬한 바 있다. 지난 2010년에도 10월에는 북미 3개 지역(시애틀 공관, 애틀랜타 공관, 샌프란시스코 공관) 해외공관장에게 업무용 차량으로 에쿠스를 공급했다. 앞서 6월에는 ‘한-중미 통합체제 정상회담’에서 중미 10개국 정상들에게 제네시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최근 3년간 개최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제 행사에 차량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현대·기아차의 상품성을 입증하고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국제 문화행사·스포츠 대회
후원해 세계인 이목 집중


현대·기아차는 각종 국제적인 행사에도 차량지원을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최근 세련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스포츠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에게도 그 매력을 호소하고 있다.

2010년 2월에는 ‘디자인 기아’가 ‘세계 디자인 수도’임을 자부하는 서울시와 MOU를 체결하고 ‘세계 디자인 도시 서미트(sumit)’에 차량을 지원하여, 행사에 참석하는 세계 17개국 31개 도시의 시장들과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기아차의 대형세단 K7과 오피러스를 제공하여 기아차만의 디자인 매력을 뽐냈다.

현대차도 2010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 축제인 ‘2010 한국 국제 아트 페어’를 공식 후원해 전 세계 16개국 193개 갤러리의 주요 문화예술계 VIP들의 편의를 위해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베라크루즈를 의전 차량으로 운영하여 현대차의 문화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했다.

또한 현대차는 2010년 볼쇼이, 마린스키 극장과 더불어 러시아 3대 극장으로 손꼽히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오페라단이 러시아 최고의 오페라로 인정받은 <프린스 이고르> 내한 공연시 의전차량으로 제네시스를 제공하여 세계적인 극단의 품격에 어울리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우수한 상품성과 품격을 알릴 수 있었다.

문화·예술인에 차량 지원해 문화기업 프리미엄     
각종 친환경 행사에 하이브리드 차 지원 눈길

기아차 역시 2011년 ‘시네마 천국’의 작곡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데뷔 50주년 기념 내한공연’에 의전차량으로 K7을 제공하여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게 했으며, 러시아 상트 페테부르크 아이스발레단·소프라노 조수미 등 세계최정상급의 문화?예술인사들에게 의전차량을 지원해 문화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여왔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포츠 행사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미 PGA 개막전·2010년 호주 마스터즈 골프대회 등 다양한 국제 골프대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여 고급적인 이미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를 2002년부터 공식 후원함으로써 기아차만의 역동적인(Dynamic)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의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대회에도 다양한 스폰서십으로 참여하여 전 세계에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2011년에는 기아차가 ‘2011 코파아메리카’ 및 ‘유럽청소년 축구대회’를 후원했으며, 현대차는 ‘2011 독일여자월드컵’에 후원사로 참여하여 의전용 차량 등을 제공하는 등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현대·기아차의 브랜드를 알렸으며, 2014년부터·2022년 월드컵까지 3회의 월드컵 대회를 포함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상위 후원사로서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1년 국제스키연맹이 주관하는 스키점프대회에 현대차가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니버스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친환경 차량 지원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현대·기아차는 최근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대한 글로벌 이슈가 강조됨에 따라 친환경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6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2012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 차량을 지원하는 협약을 2월에 체결하고, K5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5대의 차량을 기부하기로 했다. 특히, K5 하이브리드와 프라이드는 고연비를 통한 경제성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최소화로 환경부로부터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해 친환경성까지 갖춘 기아차의 대표 친환경 모델로서 이번 행사의 취지와 특히 잘 부합해 전달 차량으로 선정됐다.

현대차 역시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2010년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회의인 ‘환경을 위한 글로벌기업 정상회의(B4E)’에 친환경 차량을 지원하여 현대차의 친환경 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널리고 친환경 선도기업 이미지도 제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1년에는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오지 진료가 가능한 현지 맞춤형 차량을 개발해 작년 7월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5개국에 10대의 모바일 클리닉 진료 차량을 제공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09년부터 저개발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세계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현대·기아차는 대한민국만의 브랜드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기아차만의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감동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