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탄광도시로 이름이 높았고 1990년대 이후 관광레저도시로 거듭난 태백은 질 좋은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육우도 젖소도 수입우도 아닌 순수 한우, 1등급 이상의 고급육, 연탄불을 사용한 ‘직화구이’라는 세 가지 조건에 푸짐한 양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다.
‘붉은 살코기 사이사이로 하얀 마블링이 눈처럼 박혀 있는 1등급 한우.’
말만으로도 당장 입안에 침이 돌게 만드는 이 표현 속에는 소고기를 향한 대다수 한국인의 욕망과 기호와 취향이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정확히 말하면 1등급 위에 1+와 1++ 등급이 있긴 하지만, 소소하게 따지지 말기로 하자. 장금이 수준의 섬세한 미각을 지닌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1등급이나 1+, 1++ 등급이나 대개 거기서 거기다.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살살 녹는 기막힌 맛
마블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곧, ‘씹는 맛’보다 ‘씹기도 전에 살살 녹는 맛’을 더 쳐준다는 얘기다. 마블링은 고기의 근육조직 안에 분포하는 지방층을 가리키는데, 지방이 고루 퍼져 있는 고기일수록 연하고 부드럽다.
그럼 마블링 외에 고기의 부드러운 풍미와 감칠맛을 살려 주는 또 다른 비법은 무엇일까? 그건 ‘불’이다. 가스불에 팬을 놓고 구운 고기와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 구운 고기 맛이 천지차이라는 건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결정적 한 방’인 셈이다.
예전엔 탄광도시로 이름이 높았고 1990년대 이후 관광레저도시로 거듭난 태백은 질 좋은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육우도 젖소도 수입우도 아닌 순수 한우, 1등급 이상의 고급육, 연탄불을 사용한 ‘직화구이’라는 세 가지 요건에 푸짐한 양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다.
태백 한우의 명성은 탄광도시로 호황을 누리던 30~4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지나가는 개조차 만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녔다고 할 만큼 경기가 좋았던 태백이다. 당시 광부들은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낸다고 돼지삼겹살이나 소고기를 연탄불에 구워먹곤 했는데, 지금도 대부분의 식당이 연탄구이를 고수하며 태백만의 독특한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옛날에야 흔했으니 그랬다 치고, 지금껏 연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치 있으라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려고? 황지동 주공아파트 앞에서 20년간 장사를 해온 태성실비식당 채원중 사장에게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실제가격만 받는 실비식당
1인분에 2만5000원
“연탄은 숯불보다 화력이 세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합니다. 센 불은 고기의 육즙을 꽉 잡아 주고, 시종일관 일정한 온도 덕에 마지막 한 점까지 최상의 상태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귀찮아도 연탄을 씁니다. 연탄에서 나오는 가스가 몸에 해롭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연탄 속까지 완전히 태워서 하얗게 만든 다음 불씨만 남겨서 쓰니까요.”
하루 평균 70장의 연탄을 소비한다는 식당 뒤편엔 탄불을 관리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멀쩡한 새 연탄들이 화덕 안에서 저 홀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처럼 연탄구이가 태백만의 특징이다 보니 신발 벗고 들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먹는 ‘방’보다 드럼통 잘라 만든 테이블에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먹는 ‘홀’이 더 인기가 있는 건 당연지사. 태성실비식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누구나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예사로 여기는 분위기다.
원조 격인 황지시장골목을 포함해 태백시에 약 40개 안팎의 한우식당이 있는데, 아무개 ‘실비식당’이라는 상호를 쓰는 집이 많다. 태성실비, 시장실비, 경성실비, 현대실비, 배달실비, 부흥실비 등이 그것이다. ‘실제 비용만 받고 판다’는 말뜻 그대로 갈빗살, 모듬, 주물럭, 육회무침, 육회 등 주요 메뉴가 모두 1인분 200g에 2만5000원 선이다.
물론 태백한우골식당처럼 상호에 ‘실비’가 들어가지 않은 집도 가격은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서울 강남의 유명 고깃집들이 1인분 150~180g을 5만원 넘는 가격에 내놓는 것에 비하면 반값에 불과한 셈이니, 고기 먹기엔 다소 이르다 싶은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도 금세 문전성시를 이루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태백의 한우식당들은 대개 갈빗살이나 등심 외에 서너 종류의 부위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모듬 메뉴를 판다. 소 한 마리당 1.5kg~2kg 밖에 안 나오는 안창살을 비롯해 치맛살, 제비추리 등 고급 부위를 골고루 맛볼 수 있으니 굳이 등심, 갈비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달고 시원한 배와 함께 살살 비벼 먹는 육회무침은 고소하기 이를 데 없고, 기름기 하나 없는 우둔살을 얇게 저며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는 육회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제대로다.
마무리는 소면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태성실비식당은 멸치 등 10여 가지 재료로 맛을 낸 육수가 개운하고, 된장찌개에 소면을 넣어 먹는 태백식 된장소면을 내는 집도 많다.
맛있는 한우고기로 배를 채운 후 커피 한잔 들고 산책 삼아 가볼 만한 곳으로 황지연못이 있다. 1300리 낙동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상지, 중지, 하지 세 개의 연못이 있는데, 여기서 솟아난 하루 5000톤의 물이 드넓은 영남평야를 도도히 흘러 남해까지 간다. 황지연못은 황지시장 근처,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태백 시민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봄의 철쭉,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꽃으로 사계절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황지연못과 함께 태백의 자랑인 검룡소에도 들러 보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대덕산, 금대봉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안에 있다. 석회암 암반을 뚫고 하루 2000톤씩 솟아나는 물이 완만한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데, 언제나 섭씨 9도의 수온을 유지하며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임계, 정선, 영월을 거쳐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에 도착한 물이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을 이룬 후 서울을 관통해 서해로 흘러나가는 514km의 기나긴 여정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검룡소는 주차장에서 1.3km 가량 걸어서 들어가는데, 산길이 호젓하고 완만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좋다. 보통 걸음으로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들러
태백석탄박물관과 구문소까지
박물관 두 곳도 강추다. 광산도시 태백의 역사를 잘 보여 주는 태백석탄박물관은 태백산 주 등산로 입구에 있다. 동양 최대 규모인 박물관의 7개 전시관은 한국 석탄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자료와 통계자료로 채워져 있다. 근대산업화의 주역이었던 탄광 노동자들의 애환도 고스란히 전해온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흥미로워하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연탄에 대한 추억을 지닌 중장년층이라면 색다른 감회에 젖어들 것이다. 관람에 2시간이 소요된다는 박물관 홍보자료 문구에 ‘에이~’ 하며 들어섰다가 다리 두드리며 나오는 사람이 많다. 태백산도립공원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아이들이 더 흥미를 느낄 만한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전문박물관으로 지구 탄생, 대륙 이동, 삼엽충과 같은 고생대 해양생물의 출현, 공룡의 등장과 멸종 등 흥미진진한 지구와 생물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 관람 후에는 지질탐방로를 따라 5분 거리에 위치한 구문소도 둘러보자. 1억5000만 년에서 3억 년 전에 석회암이 용해되어 생긴 것으로 알려진 구문소 일원의 지형은 자연교육학습장으로도 최적지다.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여행정보>
♣당일 코스
코스1 : 용연동굴 → 검룡소 → 황지연못 → 태백석탄박물관
코스2 : 황지연못 → 구문소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1박2일 코스
①첫째 날 : 용연동굴 →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 검룡소 → 추전역
②둘째 날 : 구문소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 황지연못 → 석탄박물관♣대중교통
[버스]
동서울 → 태백, 하루 33회 운행(3시간10분 소요)
부산 동부터미널 → 태백, 하루 6회 운행
대구 북부터미널 → 태백, 하루 11회 운행
※문의 : 태백시외버스터미널 033)552-3100(열차)
청량리역 → 태백역, 하루 7회 운행(4시간40분 소요)
부산역 → 통리역, 하루 1회 운행(6시간30분 소요)
동대구역 → 통리역, 하루 2회 운행(4시간20분 소요)
강릉역 → 태백역, 하루 7회 운행(2시간10분 소요)
※문의 : 철도공사 1544-7788 / 태백역 033)552-7788♣자가운전
[수도권]중부고속 호법 IC → 영동고속 남원주 IC → 중앙고속 제천 IC → 영월 → 태백
경부고속 신갈 IC → 영동고속 남원주 IC → 중앙고속 제천 IC → 영월 → 태백
[영남권] 경부고속 금호 IC → 중앙고속 영주 IC → 봉화 → 현동 → 태백
[충청/전북] 대전 → 회덕분기점 → 남이분기점 → 음성 → 충주 → 제천 → 영월 → 태백♣주요 식당
●태성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5287, 553-5289 ●경성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3-9356 ●시장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2085 ●배달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3371 ●부흥한우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2999 ●태백산한우 : 한우, 소도동, 033)552-9393 ●태백한우골 : 한우, 황지동, 033)554-4599 ●감자옹심이 : 감자옹심이, 황지동, 033)554-0077 ●김서방네닭갈비 : 닭갈비, 황지동, 033)553-6378 ●한서방칼국수 : 닭칼국수·멸치칼국수, 황연동, 033)554-3300♣주변 볼거리
용연동굴, 추전역, 통리오일장, 철암역 선탄장,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태백레이싱파크, 태백체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