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트로트 가수 A씨 '불법추심' 피소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9 11:39:00
  • 댓글 0개

앞에선 '미소짓는 가수' 뒤에선 '악덕 사채업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유명 트로트 가수 A씨가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돈 문제가 얽히고설킨 고소장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조폭이 등장하고, 고위 공무원도 언급된다. '가수가 맞나' 할 정도. 만약 사실이라면 악덕 사채업자가 따로 없다. A씨는 평소 성실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생활'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유명 트로트 가수 A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A씨가 무등록 대부업자로서 대출이자를 100% 이상 갈취하고 채권추심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및 고위 공무원과의 유착관계를 과시하면서 공갈·협박했다는 내용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소재 ○○사라는 사찰 내의 납골당 사업을 시행 중이던 B씨는 지난 2010년 5월 초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A씨를 만났다.

A씨는 이후 현장답사를 위해 C씨가 주지로 있는 ○○사를 방문했고 같은 달 11일에 B씨의 계좌로 4000만원을, 12일에는 2억3000만원을 송금했다. 차용증서상 총 금액은 3억원이었으며 10%에 해당하는 3000만원을 선이자로 제하고 돈을 빌려줬다.

"산으로 끌고가
묻어버리겠다"

이후 B씨가 돈을 갚지 않자 A씨는 감추고 있던 '두 얼굴'을 드러냈다.

B씨는 "A씨가 1개월이 경과한 2010년 6월11일 1차 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자신을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룸살롱에 불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채권독촉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A씨가 조직폭력배와 경찰 간부 등 고위층과의 유착관계를 과시하면서 '조직폭력배를 시켜 팔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 '야산으로 끌고 가서 묻어버리겠다' 등의 공갈·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B씨는 A씨에게 납골당 분양 수익의 50%를 양도했다. A씨는 이를 약속하는 자리에서 "일이 잘 풀렸으니 술 한 잔 사라"며 유흥주점 향응을 강요하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여기 룸살롱 영업정지를 내가 몇 번 막아준 적이 있는데 해당 검사에게 인사비를 건네야 한다'며 술값을 요구해 할 수 없이 A씨의 계좌로 술값 200만원을 송금했다"고 토로했다.

사찰 내 납골당 개발사업 둘러싸고 이권 다툼
2억7000만원 빌려주고 5억3000만원 상환 요구

이후 B씨는 공사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A씨에게 5000만원을 추가로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A씨는 "납골당 수익 지분을 추가로 양도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했고, ○○사 주지 C씨와 합의해 기존 3:7의 지분 비율을 5.5:4.5로 하는 재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A씨에게 이 지분의 50%를 추가로 양도하고 5000만원을 추가로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작성케 하고 실제로는 4000만원(현금 2000만원, 어음 2000만원)만 지급했다.

B씨는 1000만원씩이나 손해를 보고도 공사비가 워낙 급해 어쩔 수 없었다. B씨는 3개월 뒤 이자 500만원을 더해 총 4500만원을 A씨에게 상환했다.

B씨는 "2010년 10월경부터 A씨가 조직폭력배를 보내거나 자신의 골프연습장에 나를 불러 지속적인 협박을 가했고, 집까지 찾아온 조직폭력배 때문에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C씨도 "A씨가 심야에 전화를 해 폭언으로 공갈·협박을 했다. '납골당을 경매 신청해 사업을 못 하게 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며 "이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려 잠도 잘 못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했다"고 고백했다.

B씨가 A씨에게 빌린 원금은 2억7000만원. 그런데 A씨는 원금의 2배에 이르는 5억3000만원을 상환하라고 강요했다.

공갈·협박을 견디지 못한 B씨는 C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C씨는 지난해 3월 B씨의 빚을 대리 변제하는 조건으로 A씨와 합의를 했다. 'B씨를 사업에서 배제시키고 새로운 시공사와 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C씨는 A씨에게 현금 3억3000만원을 계좌로 송금했고,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선 같은 해 11월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속 어음을 발행해줬다.

B씨와 C씨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11월 중앙지검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씨가 2억원을 갚지 않자 A씨는 지난 1월 ○○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경매신청을 냈고, 납골당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되자 시행사 ○○개발은 C씨를 대신해 ▲경매 취하 ▲고소 취하 ▲약속어음 무효 ▲3월까지 1억원 지급 등의 조건으로 A씨와 합의를 체결했다.

여기까지가 B씨와 C씨의 하소연이다. 이들의 주장만 보면 A씨는 2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원금의 2배에 이르는 5억3000만원을 요구했고, 요구가 이뤄지지 않자 경매를 신청해 사업을 방해하면서 공갈·협박을 했다.

원금의 2배 강요
경매 등 사업방해

B씨는 "내가 약속기일에 돈을 갚지 못한 것은 책임이 있지만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선이자를 제하거나 위세를 과시하며 공갈·협박한 부분은 깨끗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2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5억3000만원을 갚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느냐"고 억울해했다.

A씨는 B씨와 C씨의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자신은 결코 무고하다는 게 A씨의 항변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A씨는 "고향 후배가 '대전 ○○사에 납골당을 짓는데 여기에 투자를 하면 돈이 될 것'이라고 해 투자하기로 했다"며 "법무사 사무실에 갔는데 후배가 모든 서류를 준비해 놓고 있는 상태였고 나는 도장만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폭력배·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A씨는 "평생 경찰 한 명 모르고 살았다. 나는 노래하는 가수지 조직폭력배가 아니다"라며 "B씨 집에 찾아갔는데 문을 안 열어줘서 그냥 돌아온 적은 있지만 조직폭력배를 보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A씨는 향응 강요에 대해선 "B씨에게 10번이 넘게 술을 샀는데 B씨가 그게 미안해서 술을 사겠다고 했고, B씨의 외상을 내가 대신 값아줘 나에게 그 값을 송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직폭력배 동원해 공갈·협박 혐의
경찰간부 등 고위공무원 친분 과시

A씨는 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쓰고 4000만원만 빌려줬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처음에 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수중에 돈이 4000만원 밖에 없어 5000만원 차용증은 폐기하고 다시 차용증을 작성했다"며 "4000만원짜리 영수증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상반된 가운데 A씨는 또 다른 '돈 분쟁'으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A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부당한 방법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D씨가 나타난 것.

D씨에 따르면 D씨는 2010년 5월께 A씨로부터 3000만원을 차용했다. D씨는 당시 분쟁 중이던 모 회사에 대한 분쟁에서 승소하거나 그 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3000만원 차용의 대가로 A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 원금에 대한 월 5%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D씨는 결국 분쟁에서 패소했고, D씨는 원금 상환일인 2010년 8월 전후로 월 5%의 금리를 적용해 A씨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D씨는 "원금상환 및 약속이행에 대한 압박이 심해 A씨에게 8월10일 3000만원, 같은달 20일 2500만원, 10월18일 2000만원 등 총 7500만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승소를 전제조건으로 한 약정금을 총액으로 정해 제3자에게 채권을 양도했다"며 "채권을 양도받은 E씨는 나에게 2억원을 요구하는 등 위압감을 조성해 2500만원에 대한 약속어음을 받아갔다. 이는 명백한 불법 채권추심"이라고 덧붙였다.

D씨는 "최초 채권자인 A씨에게 지급한 7500만원 중 약정에 따른 지불금 3750만원을 제외한 3750만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D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D씨는 나와 친구사이이고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며 "E씨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얼굴도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또 "법무사 사무장에게 채권 서류를 건네줬고, 그 이후 내용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집에 조폭 몰려와
돈 갚으라 으름장"

A씨는 "사건이 마무리 되고 내가 무죄라는 것이 밝혀지면 음해한 사람들을 모두 무고죄로 고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