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가슴이 벌렁거렸던 게이전용 업소 탐방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9 09:48:26
  • 댓글 0개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왜 이상한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남성전용 사우나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잘못 찾아 들어갔다간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볼 수도, 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바로 '게이사우나'다. 간판에 게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아니어서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도 없다. 일반 남성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도 아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이전용 휴게텔도 성업 중이다. 기자가 찾은 게이사우나와 게이휴게텔에서 벌어진 일들은 취재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연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어두운 수면실, 한데 뒤엉켜 신음 흘리는 남성들
슬그머니 다가온 중년남성, 기자 허벅지 더듬어

지난 5일 서울 강남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가 가능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운영하던 업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업주는 성관계 알선 대가는 받지 않았다. 업주도 게이였기 때문이다.

업주는 경찰조사에서 "나도 게이라서 '성적소수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 업소를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게이들의 최대 메카인 서울 종로구는 어떨까? 여자가 좋은(?) 기자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게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종로의 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께 종로 ○○빌딩 뒷골목에는 게이바, 휴게텔 등 게이들을 위한 업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지나다니는 게이커플들이 종종 기자를 스쳐지나갔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침내 문제의 업소를 찾아내는 동안 40대로 보이는 남성 몇몇이 기자의 온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게이가 아니에요!'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내 '취재차 이곳을 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기자 훑어보는
중년의 남성들

남성전용 사우나 ○○은 허름한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간 5000원의 입욕권을 구입하는데 점원은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 좋아하나봐? 취향 독특하네."

탈의실로 들어가는 기자의 등 뒤로 들려온 점원의 이 말은 뭔가 '찜찜'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은 냈고 신발도 벗었고 사물함 열쇠까지 받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탈의실 내부시설은 여느 목욕탕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자면 상당히 낡았다는 정도? 옷을 벗어두는 사물함 옆에는 손톱을 자르거나 신문을 보는 중년남성들이 앉아있는 평상이 있었고 20인치 정도 돼 보이는 브라운관 TV에서는 모 방송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래됐지만 헤어드라이기와 면봉도 있었고 싸구려 스킨·로션도 '아저씨'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탕 내부로 통하는 유리문 옆에는 어두운 공간이 얼핏 보였고 위에는 '수면실'이라는 푯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게이사우나가 아닌 조금 낡았을 뿐인 남성전용 사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다.

기자도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섰다. '미세요'라고 적혀있는 유리문을 무의식적으로 당겨서 열고 수증기가 가득한 탕 내부로 들어서는 찰나, 수면실에서 들려온 '헉' 소리를 단순 잠꼬대로 알았던 게 기자의 그날 하루 동안 최대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목욕탕을 빠져나온 뒤였다.

탕으로 들어서는 기자에게 몸을 씻고 있던 40~50대 남성들의 시선이 꽂혔다. 고작 20대 후반일 뿐인 기자가 신기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간단한 목례를 하고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시설은 낡았지만 물은 깨끗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온도 40도의 온탕에 들어가 앉았다. 원형의 온탕 맞은편에서 기자를 한동안 바라보던 머리가 살짝 벗어진 중년남성이 벽을 따라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자 옆으로 다가온 그는 일언반구의 말 한마디도 없이 기자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수면실에서 들려온
정체불명 신음소리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기자가 반응이 없자 그의 손길은 점점 과감해 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로 손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저 이런 사람 아닙니다"고 말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일순 이 건물에서 한시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확인을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수면실.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샤워기 꼭지를 파란부분으로 돌렸다.

비치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충 제거하고 두 번째 실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수면실로 옮겼다. 불 꺼진 수면실 바닥은 따뜻했고 기자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마자 두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나체의 남성들이 둘씩 짝지어 여기저기서 뒤엉켜 있었고 굵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가슴이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목적달성이 우선이라 역겨워도 참을 수밖에…. 일부는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으며 파트너를 찾지 못한 남자들은 휴대폰 불빛이나 라이터 불빛에 의지해 서로의 짝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남성들의 땀 냄새와 알 듯 모를 듯한 냄새가 수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탕 안에서 기자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성이 기자의 손목을 잡았다. '흠칫' 놀란 기자는 남성을 밀쳐내고 수면실을 빠져나왔다. 옷을 입기 위해 사물함 문을 여는데 한참이 걸렸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렸고 당황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넥타이를 손에 든 채 허겁지겁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점원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 했다.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 없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의사표현 확실히 할 것”
서울시내, 이니셜만 대도 아는 업소 성업 중

어느덧 밖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 8시. 발길을 강 건너 송파구로 돌렸다. 게이휴게텔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40분여를 달려 도착한 송파구 ○휴게텔 앞.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끼니를 사 들고 휴게텔이 있는 4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종로에서 겪은 충격이 컸던 탓일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시간당 1만원, 추가 10분당 2000원이라는 요금을 계산하고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옆으로 밀었다. 1인용 침대와 TV, 선풍기, 얇은 이불이 보였다.

침대에 걸터앉아 늦은 저녁을 먹다가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었다.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놓칠 뻔 했다. 게이사우나에서 봤던 게이커플의 애정행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두운 수면실과는 달리 밝은 불빛 아래에서 뒤엉켜 있는 남성 둘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TV를 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기자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맥주 두 병을 기자의 눈앞에 흔들었다. '멍' 했다.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남자에게선 술 냄새가 희미하게 났지만 취하지는 않은 듯 했다. 남자가 말을 건넸다.

"언제까지 세워둘 거야. 한 잔 할래 안 할래? 난 마음에 드는데."

'올 것이 왔나' 싶었다. 일단 남자를 안으로 들였다. 기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심히 부담스러웠다. 당황한 기자는 실수를 했다. 신분증을 들이밀며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자는 욕설을 퍼부었다.

"X발. 미쳤냐? 재수 X같네. 아…, 아…, 너 여기서 기다려. 꼼짝 말고 기다려라."

잠시 후 남자 대신 주인이 왔다. 1만원을 돌려주며 나가라고 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게이전용 휴게텔은 많았기 때문에 순순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게이전용 사우나
게이전용 휴게텔

스마트폰으로 게이커뮤니티사이트에 접속해 업소정보란을 클릭하고 가장 가까운 휴게텔을 검색했다. 불과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모 휴게텔을 찾았고 택시를 탔다.   

도착한 휴게텔 역시 송파구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에는 3층. 휴게텔 카운터와 내부 인테리어는 6일 방문했던 게이전용 업소 중 가장 뛰어났다. 1만2000원을 지불하고 복도 끝 방으로 향했다. 가면서 들려오는 역시 굵직한 남성의 신음소리는 3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했다.

이곳에서 기자는 취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역시 험난했다. 처음 기자가 있던 방을 노크한 남성은 외국인이었다. 웃옷을 벗어버린 외국 남성은 다짜고짜 기자를 밀치고 들어왔다. 기자는 "피곤하다. 쉬고 싶다"는 말로 남성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주인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남성은 주섬주섬 바지를 입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오겠다"며 문을 열고 사라졌다.

이후에도 5분 간격으로 여러 남성들이 기자가 있는 방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힘겹게 그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4~5명을 거절했을까? 술 냄새도 나지 않고 옷도 제대로 입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당시 시간은 밤 10시30분께 기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놀라웠다.

"잘됐네요. 오늘 '노땅'들 밖에 없어서 심심했는데…. 여긴 좀 그렇고 나가서 맥주나 한잔 할래요? 물론 기자님이 사시는 걸로 하고…."

남성과 함께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가 나오고 남성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성은 자신을 29살의 전문 마사지사라고 소개했다.

남성은 기자가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업소는 45세 이상 남성들은 출입이 불가하다고 했다. 라이터나 휴대폰으로 상대를 확인하는 것도 금지돼 있으며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시할 경우 즉각 퇴실조치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여러 명이 한데 뒤엉켜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불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남성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생각해보세요. 남자 둘이 손잡고 일반 모텔 들어가면 어떤 시선으로 보겠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거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우리한테는 아니에요. 이성을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종교적으로 따지고 들어온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제가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반나절 동안 세 곳의 게이전용 업소를 찾은 만큼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이런 곳이 많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이니셜만 대도 아는 곳이 많아요. 종로 쪽은 '노땅'들이 많고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아요. 이 근처에도 신천에 물 좋은 곳이 하나 있고…."

남성의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3월7일로 접어들고 있었다. 남성과 기자는 동성을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한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대화는 썩 잘 통했다. 남성은 기자를, 기자는 남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테이블에는 맥주병이 어지간히 널려져 있었다. 남성은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휴대폰 번호를 건넸다.

동성애자
설 공간 없다

"기자님 번호 알려달라면 불쾌할 것 같아서 제 번호 먼저 드려요. 글 쓰시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그리고 이 말은 꼭 기사에 넣어주세요. 이성애자가 혹시라도 게이들을 위한 업소에 잘못 들어가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 반드시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라고요. 게이들 사이에도 소심한 게이가 있고 또 반대로 적극적인 게이가 있어요. 게이들은 일단 자기들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남자들은 게이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불쾌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요."

남성은 '물갈이'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다시 휴게텔로 들어갔다. 기자도 발걸음을 재촉해 간신히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취재 초반에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취재를 마쳤을 때는 게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직까지 동성애자들에게 배타적인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