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가슴이 벌렁거렸던 게이전용 업소 탐방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9 09: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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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왜 이상한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남성전용 사우나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잘못 찾아 들어갔다간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볼 수도, 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바로 '게이사우나'다. 간판에 게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아니어서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도 없다. 일반 남성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도 아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이전용 휴게텔도 성업 중이다. 기자가 찾은 게이사우나와 게이휴게텔에서 벌어진 일들은 취재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연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어두운 수면실, 한데 뒤엉켜 신음 흘리는 남성들
슬그머니 다가온 중년남성, 기자 허벅지 더듬어

지난 5일 서울 강남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가 가능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운영하던 업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업주는 성관계 알선 대가는 받지 않았다. 업주도 게이였기 때문이다.

업주는 경찰조사에서 "나도 게이라서 '성적소수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 업소를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게이들의 최대 메카인 서울 종로구는 어떨까? 여자가 좋은(?) 기자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게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종로의 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께 종로 ○○빌딩 뒷골목에는 게이바, 휴게텔 등 게이들을 위한 업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지나다니는 게이커플들이 종종 기자를 스쳐지나갔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침내 문제의 업소를 찾아내는 동안 40대로 보이는 남성 몇몇이 기자의 온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게이가 아니에요!'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내 '취재차 이곳을 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기자 훑어보는
중년의 남성들

남성전용 사우나 ○○은 허름한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간 5000원의 입욕권을 구입하는데 점원은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 좋아하나봐? 취향 독특하네."

탈의실로 들어가는 기자의 등 뒤로 들려온 점원의 이 말은 뭔가 '찜찜'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은 냈고 신발도 벗었고 사물함 열쇠까지 받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탈의실 내부시설은 여느 목욕탕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자면 상당히 낡았다는 정도? 옷을 벗어두는 사물함 옆에는 손톱을 자르거나 신문을 보는 중년남성들이 앉아있는 평상이 있었고 20인치 정도 돼 보이는 브라운관 TV에서는 모 방송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래됐지만 헤어드라이기와 면봉도 있었고 싸구려 스킨·로션도 '아저씨'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탕 내부로 통하는 유리문 옆에는 어두운 공간이 얼핏 보였고 위에는 '수면실'이라는 푯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게이사우나가 아닌 조금 낡았을 뿐인 남성전용 사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다.

기자도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섰다. '미세요'라고 적혀있는 유리문을 무의식적으로 당겨서 열고 수증기가 가득한 탕 내부로 들어서는 찰나, 수면실에서 들려온 '헉' 소리를 단순 잠꼬대로 알았던 게 기자의 그날 하루 동안 최대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목욕탕을 빠져나온 뒤였다.

탕으로 들어서는 기자에게 몸을 씻고 있던 40~50대 남성들의 시선이 꽂혔다. 고작 20대 후반일 뿐인 기자가 신기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간단한 목례를 하고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시설은 낡았지만 물은 깨끗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온도 40도의 온탕에 들어가 앉았다. 원형의 온탕 맞은편에서 기자를 한동안 바라보던 머리가 살짝 벗어진 중년남성이 벽을 따라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자 옆으로 다가온 그는 일언반구의 말 한마디도 없이 기자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수면실에서 들려온
정체불명 신음소리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기자가 반응이 없자 그의 손길은 점점 과감해 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로 손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저 이런 사람 아닙니다"고 말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일순 이 건물에서 한시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확인을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수면실.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샤워기 꼭지를 파란부분으로 돌렸다.

비치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충 제거하고 두 번째 실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수면실로 옮겼다. 불 꺼진 수면실 바닥은 따뜻했고 기자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마자 두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나체의 남성들이 둘씩 짝지어 여기저기서 뒤엉켜 있었고 굵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가슴이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목적달성이 우선이라 역겨워도 참을 수밖에…. 일부는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으며 파트너를 찾지 못한 남자들은 휴대폰 불빛이나 라이터 불빛에 의지해 서로의 짝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남성들의 땀 냄새와 알 듯 모를 듯한 냄새가 수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탕 안에서 기자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성이 기자의 손목을 잡았다. '흠칫' 놀란 기자는 남성을 밀쳐내고 수면실을 빠져나왔다. 옷을 입기 위해 사물함 문을 여는데 한참이 걸렸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렸고 당황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넥타이를 손에 든 채 허겁지겁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점원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 했다.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 없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의사표현 확실히 할 것”
서울시내, 이니셜만 대도 아는 업소 성업 중

어느덧 밖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 8시. 발길을 강 건너 송파구로 돌렸다. 게이휴게텔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40분여를 달려 도착한 송파구 ○휴게텔 앞.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끼니를 사 들고 휴게텔이 있는 4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종로에서 겪은 충격이 컸던 탓일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시간당 1만원, 추가 10분당 2000원이라는 요금을 계산하고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옆으로 밀었다. 1인용 침대와 TV, 선풍기, 얇은 이불이 보였다.

침대에 걸터앉아 늦은 저녁을 먹다가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었다.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놓칠 뻔 했다. 게이사우나에서 봤던 게이커플의 애정행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두운 수면실과는 달리 밝은 불빛 아래에서 뒤엉켜 있는 남성 둘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TV를 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기자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맥주 두 병을 기자의 눈앞에 흔들었다. '멍' 했다.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남자에게선 술 냄새가 희미하게 났지만 취하지는 않은 듯 했다. 남자가 말을 건넸다.

"언제까지 세워둘 거야. 한 잔 할래 안 할래? 난 마음에 드는데."

'올 것이 왔나' 싶었다. 일단 남자를 안으로 들였다. 기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심히 부담스러웠다. 당황한 기자는 실수를 했다. 신분증을 들이밀며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자는 욕설을 퍼부었다.

"X발. 미쳤냐? 재수 X같네. 아…, 아…, 너 여기서 기다려. 꼼짝 말고 기다려라."

잠시 후 남자 대신 주인이 왔다. 1만원을 돌려주며 나가라고 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게이전용 휴게텔은 많았기 때문에 순순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게이전용 사우나
게이전용 휴게텔

스마트폰으로 게이커뮤니티사이트에 접속해 업소정보란을 클릭하고 가장 가까운 휴게텔을 검색했다. 불과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모 휴게텔을 찾았고 택시를 탔다.   

도착한 휴게텔 역시 송파구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에는 3층. 휴게텔 카운터와 내부 인테리어는 6일 방문했던 게이전용 업소 중 가장 뛰어났다. 1만2000원을 지불하고 복도 끝 방으로 향했다. 가면서 들려오는 역시 굵직한 남성의 신음소리는 3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했다.

이곳에서 기자는 취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역시 험난했다. 처음 기자가 있던 방을 노크한 남성은 외국인이었다. 웃옷을 벗어버린 외국 남성은 다짜고짜 기자를 밀치고 들어왔다. 기자는 "피곤하다. 쉬고 싶다"는 말로 남성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주인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남성은 주섬주섬 바지를 입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오겠다"며 문을 열고 사라졌다.

이후에도 5분 간격으로 여러 남성들이 기자가 있는 방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힘겹게 그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4~5명을 거절했을까? 술 냄새도 나지 않고 옷도 제대로 입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당시 시간은 밤 10시30분께 기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놀라웠다.

"잘됐네요. 오늘 '노땅'들 밖에 없어서 심심했는데…. 여긴 좀 그렇고 나가서 맥주나 한잔 할래요? 물론 기자님이 사시는 걸로 하고…."

남성과 함께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가 나오고 남성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성은 자신을 29살의 전문 마사지사라고 소개했다.

남성은 기자가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업소는 45세 이상 남성들은 출입이 불가하다고 했다. 라이터나 휴대폰으로 상대를 확인하는 것도 금지돼 있으며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시할 경우 즉각 퇴실조치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여러 명이 한데 뒤엉켜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불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남성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생각해보세요. 남자 둘이 손잡고 일반 모텔 들어가면 어떤 시선으로 보겠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거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우리한테는 아니에요. 이성을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종교적으로 따지고 들어온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제가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반나절 동안 세 곳의 게이전용 업소를 찾은 만큼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이런 곳이 많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이니셜만 대도 아는 곳이 많아요. 종로 쪽은 '노땅'들이 많고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아요. 이 근처에도 신천에 물 좋은 곳이 하나 있고…."

남성의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3월7일로 접어들고 있었다. 남성과 기자는 동성을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한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대화는 썩 잘 통했다. 남성은 기자를, 기자는 남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테이블에는 맥주병이 어지간히 널려져 있었다. 남성은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휴대폰 번호를 건넸다.

동성애자
설 공간 없다

"기자님 번호 알려달라면 불쾌할 것 같아서 제 번호 먼저 드려요. 글 쓰시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그리고 이 말은 꼭 기사에 넣어주세요. 이성애자가 혹시라도 게이들을 위한 업소에 잘못 들어가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 반드시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라고요. 게이들 사이에도 소심한 게이가 있고 또 반대로 적극적인 게이가 있어요. 게이들은 일단 자기들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남자들은 게이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불쾌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요."

남성은 '물갈이'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다시 휴게텔로 들어갔다. 기자도 발걸음을 재촉해 간신히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취재 초반에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취재를 마쳤을 때는 게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직까지 동성애자들에게 배타적인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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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