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김재철 MBC 사장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12 1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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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왕' '명품왕' '버티기왕' 쓰리고 사장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파업에 들어간 MBC 노조와 사측 간의 갈등이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면서 파업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김재철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노조의 강력한 사퇴 요구와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의 법인카드 남용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김 사장은 카드내역 유출자 색출에 나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도리어 기자들을 무더기 해고시켰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막나가는 공익방송 사장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해봤다.

법인카드로 2년간 7억 사용, 여성전용 마사지숍 결제도 맘껏
주말에도 전국 호텔 사용, 출마 위해 공금으로 지역구 관리도

MBC 총파업은 기자회가 친정부 편향 방송을 시정하고 공정 보도를 촉구하며 김재철 사장과 전영배 보도본부장·문철호 보도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어 MBC 노조도 파업에 동참해 현재 총파업 40일째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사교양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들은 줄줄이 결방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저녁 메인뉴스가 10~15분으로 축소되어 방송되고 있다.

또한 지난주에는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마저 결방하는 사태를 빚어 국민들은 볼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국민들은 현재 불편함을 겪는 가운데서도 MBC 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40일 넘긴 파업
국민 응원 계속

파업이 강행되자 김재철 MBC 사장은 돌연 잠적했다. 지난 2010년 파업 당시 했던 잠적에 이어 두 번째 잠적이었다.


파업이 일어나면 파업 이유를 파악하고 조기 협상타결을 위한 해명 등의 노력을 했어야 하지만 김 사장은 대화로 문제를 풀기는커녕 잠적하며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노조는 김 사장 자택 인근에서 ‘실종된 사장님을 찾습니다’는 문구가 쓰인 전단지(사진)를 배포했으며, 몇몇 노조원들은 김 사장의 자택을 향해 “보고 싶다”고 외치기도 하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파업 22일째가 되던 날(2월19일) 김 사장이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의 논란이 일었다.

김 사장이 2월10일 정 노조위원장을 직접 검찰에 고소 한 것이다. 자신의 행적을 찾기 위해 ‘실종된 사장님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전단지를 배포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노조가 전단지를 돌린 게 명예훼손이라면, 사장님은 뉴스를 엉망으로 만들어 MBC 명예를 훼손하신 것”이라고 꼬집으며 즉각 반발했다.

또한 총파업 돌입 이후 MBC본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김 사장이 외부 호텔 등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막지도, 자택으로 귀가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며 “파업 기간 중 회사도 나오지 않고 자택으로 귀가하지도 않으면서 특급호텔에서 숙박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이어 “김 사장의 특급호텔 숙박이 회사일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숙박비를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이유는 무엇이며, 공식적 임원회의를 본사 회의실이 아닌 특급호텔 회의실에서 개최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후 김 사장은 한 제보자에 의해 특급호텔에 머물고 있는 사진이 트위터에 떠돌아 다시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잠적 24일 만에 회사에 나타났다.

모습을 드러낸 김 사장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봤지만 이제 인내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불법파업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사장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노조를 강하게 비난했다.

‘행불상수’ 이어
‘행불재철’ 촌극

김 사장이 복귀하자 노조는 지난 2년간 법인카드만 7억여원을 사용했으며 더욱이 고급 귀금속, 명품 등을 매입했다며 김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2년여 재임 기간 동안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이 무려 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특히 노조는 사용처와 관련 “명품가방 매장과 고급 귀금속 가게, 여성의류매장, 백화점, 액세서리와 생활 잡화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수천만 원을 썼다”며 “고급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등에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주말 승용차 주유비 또한 본인 명의의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휴일에도 법인카드 사용은 끊임없이 이어져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수천만원의 결제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 운영을 위해 공식 회식이나 선물 구입 대금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며, 가방과 화장품·액세서리 등 물품 구입에 사용된 금액은 출연한 연기자나 작가에 대한 답례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쓰였다”면서 “사장 법인카드는 업무 관련 용도로만 사용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가 최고경영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해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고 근거 없이 사장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며 노조의 폭로를 범죄로 규정하며  “정보유출자를 끝까지 추적해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도 즉각 반격했다. 김 사장이 다닌 귀금속과 명품매장의 출처를 조목조목 짚으며 “법인카드가 연휴나 주말에 수시로 사용된 점, 특정 음식점에는 가족하고만 동행했다는 종업원의 증언, 업무상 선물로 보기 힘든 명품가방과 귀금속, 여성용 화장품 결제 내역 등을 볼 때 김 사장의 해명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해 보인다”고 힐난한 것이다.

노조에 30억 소송, 징계와 해고 막질러 “파업 강경 대응”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 끝내 사퇴 거부

김 사장은 궁지에 몰리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6명 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고, 보직사퇴를 선언하고 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최일구, 김세용 앵커 등 8명을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무더기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파문이 일었다.


이어 제작거부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을 전격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박성호 MBC 기자회장 해고. 51년 역사상 처음. 군사정권도 하지 못한 일을 기어코 한 김재철. 역사에 길이 남을 그 이름 김재철”이라며 김 사장을 맹비난했다.

또한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추가로 공개하며 해외출장 과정에 “여성이 풀코스 마사지와 피부 관리를 받고 김 사장이 결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문의 여성’을 위한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비롯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잦은 회동, 총선 출마를 위한 지역구 관리 의혹 등을 줄줄이 제기했다.

일본 출장 당시 여성 전용 피부 관리와 마사지샵을 출입한 정황을 포착했고 고급패션매장에서 수백만원을 결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청와대 인근 3곳의 음식점에서 “김 사장과 이 전 수석이 함께 자주 왔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김 사장이 법인카드로 13번 결제한 것으로 확인했다.

노조는 이어 “김 사장이 예전부터 고향 사천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역구 관리를 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김 사장이 왜 MBC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고향 탈춤공연을 쫓아다니며 회사 공금을 썼는지, 회사 공금으로 고향 챙기기를 한 것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무대포’ 행보가 계속되자 MBC기자 166명은 지난 5일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 등에 반발해 김 사장이 퇴진하지 않는 한 집단 사직서 제출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직을 결의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은 날 박성호 기자회장에 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도 해고해버렸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일 법인카드를 남용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 사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측 또한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이진숙 홍보국장은 “노조의 파업으로 빚어진 회사의 손해를 추산해 어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며 “집행부 개인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사 간 갈등이 이제 고소고발전으로 치달은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확고하다. 지난 7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총파업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는 이사진의 질문에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라며 사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앞서 오전에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사들이 파업사태 해결방안을 묻자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계속 강경 대응하겠다. 이번에 노조가 권력화 된 MBC 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사들이 법인카드 사용 경위와 자료를 요구하자 “(법인카드는) 모두 업무를 위해 썼다. 방송사 사장이 돈을 내니까 모두들 신선해 했다. 그래서 협찬도 많이 따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서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이번 파업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노조는 “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해 보직을 사퇴한 자리는 아예 없애고 남아 있는 간부들을 우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전 사원의 프리랜서, 연봉제 도입’을 거론한 뒤 예능과 드라마는 100% 외주로 제작하고 기자들은 계약직으로 바꾸겠다. 앞으로 MBC 공채는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낙하산이니 당연히?
조인트 까이기 싫어?

이처럼 김 사장은 계속 되는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도리어 적반하장 식으로 기자들을 해고하고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

경남 출신에 고려대를 나온 덕에 낙하산을 타고 MBC 사장이 된 그였으니 정권에 충성하는 건 그로서는 당연한 도리라는 견해도 나온다.

또한 취임 초기 “큰집에서 (김재철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해서 MBC 좌파 대청소를 할 수 있었다”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따라서 ‘다시 조인트를 까이기 싫어서’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MBC 기자들과 노조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김 사장이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를 징계하고, 정치적 발언을 한 연예인을 출연 금지시키고, 친정부 편향 방송을 시정하자는 것이다.

김 사장이 취임한 2년 만에 완벽하게 망가진 MBC를 되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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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