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김재철 MBC 사장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12 1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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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왕' '명품왕' '버티기왕' 쓰리고 사장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파업에 들어간 MBC 노조와 사측 간의 갈등이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면서 파업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김재철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노조의 강력한 사퇴 요구와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의 법인카드 남용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김 사장은 카드내역 유출자 색출에 나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도리어 기자들을 무더기 해고시켰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막나가는 공익방송 사장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해봤다.

법인카드로 2년간 7억 사용, 여성전용 마사지숍 결제도 맘껏
주말에도 전국 호텔 사용, 출마 위해 공금으로 지역구 관리도

MBC 총파업은 기자회가 친정부 편향 방송을 시정하고 공정 보도를 촉구하며 김재철 사장과 전영배 보도본부장·문철호 보도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어 MBC 노조도 파업에 동참해 현재 총파업 40일째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사교양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들은 줄줄이 결방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저녁 메인뉴스가 10~15분으로 축소되어 방송되고 있다.

또한 지난주에는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마저 결방하는 사태를 빚어 국민들은 볼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국민들은 현재 불편함을 겪는 가운데서도 MBC 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40일 넘긴 파업
국민 응원 계속

파업이 강행되자 김재철 MBC 사장은 돌연 잠적했다. 지난 2010년 파업 당시 했던 잠적에 이어 두 번째 잠적이었다.


파업이 일어나면 파업 이유를 파악하고 조기 협상타결을 위한 해명 등의 노력을 했어야 하지만 김 사장은 대화로 문제를 풀기는커녕 잠적하며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노조는 김 사장 자택 인근에서 ‘실종된 사장님을 찾습니다’는 문구가 쓰인 전단지(사진)를 배포했으며, 몇몇 노조원들은 김 사장의 자택을 향해 “보고 싶다”고 외치기도 하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파업 22일째가 되던 날(2월19일) 김 사장이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의 논란이 일었다.

김 사장이 2월10일 정 노조위원장을 직접 검찰에 고소 한 것이다. 자신의 행적을 찾기 위해 ‘실종된 사장님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전단지를 배포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노조가 전단지를 돌린 게 명예훼손이라면, 사장님은 뉴스를 엉망으로 만들어 MBC 명예를 훼손하신 것”이라고 꼬집으며 즉각 반발했다.

또한 총파업 돌입 이후 MBC본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김 사장이 외부 호텔 등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막지도, 자택으로 귀가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며 “파업 기간 중 회사도 나오지 않고 자택으로 귀가하지도 않으면서 특급호텔에서 숙박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이어 “김 사장의 특급호텔 숙박이 회사일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숙박비를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이유는 무엇이며, 공식적 임원회의를 본사 회의실이 아닌 특급호텔 회의실에서 개최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후 김 사장은 한 제보자에 의해 특급호텔에 머물고 있는 사진이 트위터에 떠돌아 다시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잠적 24일 만에 회사에 나타났다.

모습을 드러낸 김 사장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봤지만 이제 인내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불법파업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사장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노조를 강하게 비난했다.

‘행불상수’ 이어
‘행불재철’ 촌극

김 사장이 복귀하자 노조는 지난 2년간 법인카드만 7억여원을 사용했으며 더욱이 고급 귀금속, 명품 등을 매입했다며 김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2년여 재임 기간 동안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이 무려 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특히 노조는 사용처와 관련 “명품가방 매장과 고급 귀금속 가게, 여성의류매장, 백화점, 액세서리와 생활 잡화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수천만 원을 썼다”며 “고급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등에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주말 승용차 주유비 또한 본인 명의의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휴일에도 법인카드 사용은 끊임없이 이어져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수천만원의 결제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회사 운영을 위해 공식 회식이나 선물 구입 대금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며, 가방과 화장품·액세서리 등 물품 구입에 사용된 금액은 출연한 연기자나 작가에 대한 답례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쓰였다”면서 “사장 법인카드는 업무 관련 용도로만 사용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가 최고경영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해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고 근거 없이 사장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며 노조의 폭로를 범죄로 규정하며  “정보유출자를 끝까지 추적해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도 즉각 반격했다. 김 사장이 다닌 귀금속과 명품매장의 출처를 조목조목 짚으며 “법인카드가 연휴나 주말에 수시로 사용된 점, 특정 음식점에는 가족하고만 동행했다는 종업원의 증언, 업무상 선물로 보기 힘든 명품가방과 귀금속, 여성용 화장품 결제 내역 등을 볼 때 김 사장의 해명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해 보인다”고 힐난한 것이다.

노조에 30억 소송, 징계와 해고 막질러 “파업 강경 대응”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 끝내 사퇴 거부

김 사장은 궁지에 몰리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6명 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고, 보직사퇴를 선언하고 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최일구, 김세용 앵커 등 8명을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무더기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파문이 일었다.


이어 제작거부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을 전격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박성호 MBC 기자회장 해고. 51년 역사상 처음. 군사정권도 하지 못한 일을 기어코 한 김재철. 역사에 길이 남을 그 이름 김재철”이라며 김 사장을 맹비난했다.

또한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추가로 공개하며 해외출장 과정에 “여성이 풀코스 마사지와 피부 관리를 받고 김 사장이 결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문의 여성’을 위한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비롯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잦은 회동, 총선 출마를 위한 지역구 관리 의혹 등을 줄줄이 제기했다.

일본 출장 당시 여성 전용 피부 관리와 마사지샵을 출입한 정황을 포착했고 고급패션매장에서 수백만원을 결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청와대 인근 3곳의 음식점에서 “김 사장과 이 전 수석이 함께 자주 왔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김 사장이 법인카드로 13번 결제한 것으로 확인했다.

노조는 이어 “김 사장이 예전부터 고향 사천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역구 관리를 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김 사장이 왜 MBC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고향 탈춤공연을 쫓아다니며 회사 공금을 썼는지, 회사 공금으로 고향 챙기기를 한 것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무대포’ 행보가 계속되자 MBC기자 166명은 지난 5일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 등에 반발해 김 사장이 퇴진하지 않는 한 집단 사직서 제출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직을 결의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은 날 박성호 기자회장에 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도 해고해버렸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일 법인카드를 남용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 사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측 또한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이진숙 홍보국장은 “노조의 파업으로 빚어진 회사의 손해를 추산해 어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며 “집행부 개인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사 간 갈등이 이제 고소고발전으로 치달은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확고하다. 지난 7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총파업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는 이사진의 질문에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라며 사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앞서 오전에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사들이 파업사태 해결방안을 묻자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계속 강경 대응하겠다. 이번에 노조가 권력화 된 MBC 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사들이 법인카드 사용 경위와 자료를 요구하자 “(법인카드는) 모두 업무를 위해 썼다. 방송사 사장이 돈을 내니까 모두들 신선해 했다. 그래서 협찬도 많이 따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서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이번 파업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노조는 “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해 보직을 사퇴한 자리는 아예 없애고 남아 있는 간부들을 우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전 사원의 프리랜서, 연봉제 도입’을 거론한 뒤 예능과 드라마는 100% 외주로 제작하고 기자들은 계약직으로 바꾸겠다. 앞으로 MBC 공채는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낙하산이니 당연히?
조인트 까이기 싫어?

이처럼 김 사장은 계속 되는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도리어 적반하장 식으로 기자들을 해고하고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

경남 출신에 고려대를 나온 덕에 낙하산을 타고 MBC 사장이 된 그였으니 정권에 충성하는 건 그로서는 당연한 도리라는 견해도 나온다.

또한 취임 초기 “큰집에서 (김재철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해서 MBC 좌파 대청소를 할 수 있었다”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따라서 ‘다시 조인트를 까이기 싫어서’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MBC 기자들과 노조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김 사장이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를 징계하고, 정치적 발언을 한 연예인을 출연 금지시키고, 친정부 편향 방송을 시정하자는 것이다.

김 사장이 취임한 2년 만에 완벽하게 망가진 MBC를 되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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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