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임직원 공사 강제 동원 논란

회장님 도 넘은 예술사랑에 직원 추락사?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 예술공간으로 조성 중인 ‘송추아트밸리’가 시끄럽다. 최근 직원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벌어져서다. 특히 이번 사고가 ‘예술체험’이라는 명분으로 공사에 임직원들을 반강제적으로 동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과도한 예술사랑이 화를 불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작업에 강제 동원…남직원은 작업, 여직원은 가사
전기톱에 다쳐 봉합수술, 골절 등 안전사고 빈번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은 요즘 월·수·금요일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으로 출근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 남영동 본사 사무실보다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른다. 송추 유원지 부근 약 330만㎡ 부지에 조성 중인 복합문화예술단지 ‘아트밸리’ 때문이다.

이곳엔 신진 조각가 10여명이 입주한 작업실, 크라운해태의 국악오케스트라 락음국악단 연습실, 회사 연수원, 산림욕장, 아트숍&레스토랑 등이 갖춰졌다. 윤 회장은 이곳에서 월요일마다 조각가를 만나 토론하는 등 큰 열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성 키우기 위해 삽질?

윤 회장은 또 주말마다 부서별로 회사 직원들을 이곳에 불러 각종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장승 등 아트밸리에 있는 대부분의 옥외 조형물, 체험 공간으로 사용되는 가건물은 모두 크라운해태 직원들이 손수 만들고 지었다. 동락도 등 길까지 직접 닦았다. 지금은 지식이 아니라 감성의 시대이며 감성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은 머리가 아닌 손끝에서 나온다는 윤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송추아트밸리가 시끄럽다. 이 회사 직원이 작업 도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벌어진 때문이다. 사고 당시 이 직원은 3m 높이 철제 임시 구조물에서 함석지붕을 달려다 발을 헛디뎌 떨어졌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직원은 안전모·안전화 등 안전장구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 회사 안팎에서는 송추아트밸리 조성 작업에 윤 회장이 임직원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크라운해태 임직원들은 송추아트밸리가 단계별로 공사 진행과 운영을 병행한 지난 2008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이곳에 동원됐다. 직원들의 예술지수(AQ·Artistic Quotient)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한 일은 예술지수와는 무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직원은 삽으로 땅을 다지거나,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가건물을 짓는 등의 작업을 했다. 그동안 여자직원은 점심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했다.

실제 얼마 전까지 임직원들은 아트밸리의 체험관에서 나무와 돌로 조형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최근에는 송추아트밸리의 집짓기 체험관을 새로 만들면서 부서별로 팀원들이 이 체험관에 주로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전기톱에 손을 다쳐 봉합수술을 받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등 안전사고도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운해태는 임직원교육차원에서 송추아트밸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도록 한 것은 인정하지만 강제로 작업에 동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경우 임원에게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다 다른 직원과 순서를 바꿔 인원을 채워 넣어야 했다. 회사 내부에선 작업을 거부할 경우 퇴사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따라서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는 게 직원들의 견해다.

직원들 불만 팽배

당연히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휴일인 토요일에 서울에서 30분~1시간 거리인 경기도 양주까지 출근하는 건 예술체험이 아니라 고역이라는 것이었다. 재계 일각에서 직원들을 고려하지 않은 윤 회장의 지나친 예술사랑이 화를 불러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 크라운해태 측 관계자는 “체험시설이 부족해 추가로 설치하는 과정에 일부 직원들이 보조작업 지원을 위해 투입됐는데 여기서 사고가 났다”면서 “완벽한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내에서 진행하는 AQ 체험은 당분간 보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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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