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막나가는 10대 성사업 진출 실태 집중점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저 좀 사주세요~네~?”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인터넷 음란물의 발달로 공부에 열중해야할 아이들이 성매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예전의 가출 청소년이나 문제 학생들은 그나마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는 것이나 친구들의 돈을 뺏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성매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특히 여기에 그릇된 ‘영계 문화’가 결합되면서 사태는 더욱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기에 어른들의 청소년 성구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자 학생들조차 빠르게 ‘공급자의 대열’에 서고 있다는 것이다. 집을 나와도 성매매를 통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대책’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 특히 여학생들의 원조교제뿐만이 아니라 남학생들조차도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음란물 노출과 그로 인한 피해를 취재했다.

30대 초반의 싱글녀인 최모씨는 가끔씩 채팅방에 들어가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익명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넣을 수가 있기 때문. 물론 상당수의 남자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원하면서 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계속해서 ‘번개를 하자’는 쪽지 때문에 짜증나기는 한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
“술 사주면 잠자리도”

하지만 그래도 진지한 대화상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채팅방을 이용하기는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당히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쪽지를 보내온 상대는 다름 아닌 고등학교 2학년생.

“처음에는 내 나이를 잘못 알고 쪽지를 보낸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학생은 자기에게 술을 사달라고 했다. 원하면 같이 자줄 수 있으니 만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화가 나서 채팅을 신청하고 이야기를 해봤다. 내가 정말 화가 난 것은 나를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청소년들이 그런 식으로 성매매를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그거 가지고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구냐’는 식이었다. 황당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원조교제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남학생들조차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서 ‘영업’을 하는지는 처음 알았다. 정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은 최씨만 한 것이 아니었다. 30대 중반의 가정주부 이모씨 역시 오프라인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한 번은 동창회가 끝나고 술을 깰 겸 집 근처의 공원에서 잠시 바람을 쐬며 앉아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 고등학생이 말을 걸었다.


남학생들 호스트바나 채팅 등 통해 성매매 시도
여학생들 회사 연계해 음란물 사업 뛰어들기도

“처음에는 ‘시간이 몇시나 됐냐’고 물어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게 아니라 나에게 ‘시간이 있냐’고 물어본 것이다. 자기는 집이 싫어서 집을 나왔는데 잘 곳도 없고 배가 고프니 밥을 사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하는 말이 5만원만 주면 같이 잘 수도 있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소리를 쳤더니 도망을 가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문제학생이나 가출청소년들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성매매 의사를 밝히면서 점점 과감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개별적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돌발적인 제안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호스트 업소에 진출하려는 경우도 있다. 강남의 한 호스트바 사장의 이야기다.

“호스트를 하려면 면접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참 면접을 보고 있는데, 왠지 미성년자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어 나이를 물어왔다. 처음에는 21살이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17살이라고 실토를 했다. 요즘 아이들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어서 사복을 입고 다니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좋게 타일러서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이후로는 전화 문의가 오면 일단 목소리를 들어보고 나이부터 확실히 파악을 한 다음에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다. 호스트바를 경영하는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들을 받으면서까지 일을 하는 정도로 ‘막장’에 가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문제는 ‘몸을 팔아서 생활하려는’ 남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앉아 있는 여성에
다가가 성매매 제의

남학생들이 호스트바나 채팅 등의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서 성매매 시장에 뛰어든다면 여학생들은 이제 아예 기업 단위의 회사와 연계해 음란물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최근 한 음란화상채팅 업소에서는 가출 및 불량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돈을 지급하면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은 아예 20대 이상의 여성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15세 이상의 여중고생 만을 ‘전문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소 역시 이를 겉으로 드러내놓고 밝히지는 않지만 아는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에 청소년들이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는 것.

심지어 일부 유흥가에서는 ‘머지않아 미성년자 전문 룸살롱이 나오지 않겠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강남 룸살롱 영업사장인 김성열(가명)씨의 이야기다.

“아직 법적으로 철저하게 억제하고 있어서 미성년자들이 화류계에 진입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머지않아서는 미성년자 자체를 콘셉트로 하는 불법 업소도 생기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의 성매매도 불법인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지 않는가. ‘미성년자 성매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자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안마시술소조차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영업을 해 나가고 있는데, 미성년자라고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물론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부 악덕업주들은 돈만 된다면 뭐든지 하는 세상이 아닌가.”

‘미성년 룸살롱’ ‘미성년 호스트바’도 가능해 질 것
음란물 발달할수록 성매매 나서는 일 자연스러워져

김씨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따지고 보면 여중고생들이 컴퓨터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고 음란한 자위를 하는 것도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문제는 늘 그렇게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는 ‘미성년 룸살롱’은 물론이고 ‘미성년 호스트바’도 ‘완벽하게’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쉽게 유흥문화와 성매매 시장에 노출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 음란물의 발달이 가장 크다. 각 사이트에서는 성인 인증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면서 나름대로 성인인증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청소년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모군(17)의 이야기다.

“어떤 사이트든지 성인인증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건 우리들 사이에서는 웃긴 일이다.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해커들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주민등록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받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쉽게 할아버지의 주민등록 번호만 알아도 모든 문제는 끝나는 것 아닌가.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잘 할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일일이 사이트에 들어가 ‘유해 사이트 가입 여부’를 할아버지가 알아낼 리도 없다. 결국 어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성인 인증이란 ‘애들 장난’ 수준 밖에 안 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좋은 건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성인인증을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인터넷 음란물 발달
큰 영향 미쳤다”

실제 많은 객관적인 실태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너무나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다. 음란화상채팅은 물론이거니와 성인방송, 성인인증이 필요 없는 외국의 포르노사이트 등 컴퓨터를 켜고 10초면 바로 해당 포르노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90%가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물을 접촉한다고 한다. 이제 그만큼 청소년들에게는 성매매와 음란물이 ‘자연스러워(?)’ 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촉을 집안에서 컨트롤하는 것 외에는 딱히 관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


설사 집에서 안되면 PC방을 갈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친구 집에 있는 컴퓨터에서도 그런 성인물을 접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 음란물에 더욱 많이 접촉할수록 청소년들의 성관념은 더욱 일그러질 것이고 더불어 성매매에 나서는 일 또한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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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