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웅진그룹 회장) ‘알짜’ 웅진코웨이 파는 속사정

회장님 왕성한 식욕 ‘승자의 저주’ 불렀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맨땅에서 매출 6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을 일구며 승승장구해온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신화에 금이 갔다. 그룹 내 최대 주력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키로 결정한 때문이다. 재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짜회사를 파는 게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웅진그룹이 밝힌 매각 사유는 태양광 등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다 탈이 났다는 것. 즉,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얘기다.

알짜 웅진코웨이 매각해 태양광사업 강화키로
자칫 그룹의 미래 성장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웅진그룹이 지난 6일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태양광 등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이번 매각에는 웅진코웨이가 국내 시장 점유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렌털사업 등 환경가전 사업이 포함된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과 웅진코웨이 자회사인 웅진케미칼 지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작년 매출 1조7000억
그룹 전체 20% 해당

이 같은 결정에 재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룹 내 알짜회사를 매각하는 게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분야 1위 업체로 정수기 임대 고객 330만명과 제품 545만개에 이르는 탄탄한 사업기반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그룹 전체 매출액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뿐만 아니라 렌탈 사업의 특성상 현금 창출력이 탁월해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다.

그룹의 모회사는 출판업을 하는 웅진씽크빅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견기업에 불과했던 웅진이 중견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웅진코웨이 덕분이다. 웅진코웨이가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건설·화학·태양광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장남인 형덕씨를 웅진코웨이 경영기획실장에 배치한 것만 봐도 웅진코웨이의 그룹 내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 회장이 알짜계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뭘까. 웅진그룹이 밝힌 매각사유는 태양광 에너지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태양광 단결정 웨이퍼 세계 1위 진입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업계는 차입금으로 무리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 화근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M&A의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가 내렸다는 얘기다.
시간은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웅진그룹은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벌였다. 웅진케미칼과 웅진캐피탈 등을 설립하며 소재산업과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또 극동건설 새한 늘푸른저축은행 서울저축은행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건설 태양광에너지 등으로 세를 확장했다. 이를 통해 웅진그룹은 단숨에 재계 30위권까지 도약했다. 

그런 웅진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걸리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지난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700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끌어들였다. 당시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 직후 닥친 금융 위기에 극심한 건설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부동산PF대출로 계열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저축은행들은 모그룹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웅진그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200억원을 투입했다. 자연스레 그룹 전체의 유동성관리에 적색등이 들어왔다.

물론 그동안 윤 회장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웅진코웨이 지분 1.69%를 매각해 469억원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2010년에도 웅진홀딩스 지분 3.2%를 매각해 1057억원을 조달하는 등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당장 웅진그룹 자금난이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128% 정도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또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도 26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건설과 태양광 등 웅진그룹의 주요 사업 분야 업황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개선이 불가피하다.

매각대금 1조원대
유동성 위기 해결

업계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웅진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온 회사인 만큼 매각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나 사업 확장을 위해 잇단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는 KT&G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 해외 사모펀드 등도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매각되는 웅진코웨이의 지분은 모두 31.7%다. 지난 6일 현재 시가총액이 3조772억원임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1조원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일단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을 확보하면 건설과 태양광 등 업황이 어려운 계열사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이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주력계열사를 처분할 경우 자칫 그룹의 미래 성장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멀쩡한 회사를 팔고 업황 자체가 부진한 계열사를 왜 계속 껴안고 있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10여 년간 재계를 풍미해온 ‘M&A를 통한 성장전략’이 실패로 판명 난 가장 극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처방일 뿐?…태양광사업 불확실성도 문제
위기 때 주요사업 매각해 재도약한 전례 있어

이 같은 우려에도 웅진그룹이 알짜회사를 파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극동건설이나 태양광 계열사는 시장에 내놓아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다 언제 팔릴지도 미지수인 때문이다. 웅진그룹으로서도 웅진코웨이 매각이 ‘외통수’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태양광 사업의 불확실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웅진그룹은 태양광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결정과 함께 이달 내 대전에서 근무하던 웅진에너지의 재무, IR, 홍보부서 등을 계열사가 입주한 충무로 극동빌딩으로 옮겨 직접 태양광 사업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러나 태양광 시장은 현재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친 것은 작년 상반기 이후부터다. 유럽 재정위기로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태양광발전 지원제도를 축소, 태양광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업체들이 급격하게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공급과잉 형태가 나타났다.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자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말 한때 태양광 업계에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다수의 공급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는데, 생산업체로서는 제품을 만들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누가 살아남느냐는 경쟁의 양상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판단이지만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매각 이후 행방
짐작 할 수 없어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윤 회장은 위기 때 주요 사업을 매각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그룹이 흔들릴 때 코리아나화장품을 내놨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당시 화장품업계 2위인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다.

웅진그룹은 코리아나화장품 매각대금을 주로 웅진코웨이에 투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업계 최초로 렌털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승부수가 통했고 웅진코웨이는 그룹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떠올랐다.
물론 웅진코웨이 매각 이후 웅진그룹의 향방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이번에도 윤 회장의 승부수는 통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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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