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 회장 ‘고가품 경매’에 직원 불만 고조 사연

‘짠돌이’ 회장님 희귀품 ‘지름신’ 강림?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비틀즈의 친필가사, 마돈나가 꼈던 장갑, 롤링스톤즈의 친필사인, 재클린 케네디의 진주목걸이, 영국 왕 에드워드 7세의 직위봉,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시민케인 각본상 오스카 트로피···.’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소장품 리스트’가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새사업을 위한 콘텐츠 확보 차원이라는 게 이랜드 측의 설명. 그러나 회사 안팎의 견해는 다르다. 박 회장의 ‘수집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의 표정은 곱지 않다. 근검경영을 내세우며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요하면서 고액의 경매품에 아낌없는 돈을 쏟아 붓는 행태를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신사업 콘텐츠 확보?…박 회장 개인의 수집욕?
직원들 “허리띠 졸라매면서 고액 경매” 불만

최근 해외경매에 이랜드가 ‘큰 손’으로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슨 웰스가 <시민케인>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가 대상을 낙찰 받았다. <시민케인>은 1941년 제작된 영화로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경매품은 이 영화의 감독, 주연, 각본을 맡은 오슨 웰스가 생전에 받은 유일한 오스카상이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이랜드는 이 트로피를 86만1542달러(약 10억원)에 거머쥐었다.

101억에 반지 낙찰

불과 일주일 전인 12월15일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반지를 낙찰 받았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반지라고 해서 ‘테일러의 반지’로불린 이 반지는 당일 경매의 하이라이트답게 마지막 순서에 경매에 올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이랜드는 예상가의 3배인 881만8500만달러(약 101억원)에 반지를 손에 넣었다. 이랜드가 보유한 유명품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일부 매장에는 가수 마돈나의 장갑부터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목걸이를 전시하고 있다. 또 설악 켄싱턴스타 호텔은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에 수록된 곡의 조지 해리슨 친필가사, 영국 에드워드 7세의 직위봉, 딥퍼플 핑크플로이드 롤링스톤즈 친필사인 픽가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이처럼 고가품을 사들이는 까닭은 뭘까. 이랜드에 따르면 경매물품 확보는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계획 중인 레저ㆍ테마파크의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015년에 완공을 목표로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전시할 ‘킬러 콘텐츠’를 수집중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경매에 참가한 것 역시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2015년까지 짓겠다는 새 테마파크는 약 330만㎡(약 100만평)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만 나왔을 뿐, 아직 구체적인 건 알려진 바 없다. 심지어 부지조차 미정인 상태다. 사업적 측면보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수집벽’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박 회장은 평소 못 말리는 수집벽으로 유명하다. 이랜드 내부에선 박 회장이 해외에 나가서 특이한 것을 발견하면 아예 집채로 구매한 뒤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되팔아버린다는 소문이 나돌기까지 할 정도다.

이랜드 한 내부직원은 “한 번은 박 회장이 어디선가 베이브 루스의 50번째 홈런볼을 구해 와서는 기념관을 조성하라고 지시해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며 “특이하거나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는 박 회장의 이런 행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짠돌이’로 통한다. 아직도 구형 카니발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비행기도 이코노미석만 이용한다. 회사의 문화도 다르지 않다. 근검경영을 내세우며 직원들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실제 이랜드 신촌 본사에서는 회사 내 청소용역이 없기 때문에 전 직원은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 사무실은 물론 화장실도 청소한다. 또 커피, 휴지 등의 사무물품 구입을 위해 현금을 각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회식’이라는 말 자체를 거론하기도 힘든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100억원에 달하는 경매품을 보란 듯이 사들이는 그룹의 처사에 직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미나 효과가 불분명한 사치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차라리 회사 청소직원이라도 구해달라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랜드의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가 도리어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랜드 차세대 성장엔진의 정상가동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작고 사소한 불만이나 이견마저도 아우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완벽한 사업이라도 내부 구성원의 이해와 열정 없이는 빛이 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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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