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청소년 탈선의 온상 '변종PC방' 충격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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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침대에 샤워시설까지 "모텔이야 PC방이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룸 형식의 놀이공간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젊은층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독립적인 놀이공간을 원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2010년부터 노래나 게임, 영화 등 복합적인 놀이시설을 모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멀티방'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멀티방은 시간당 6000~7000원의 가격으로 대학가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어린 학생들의 가벼운 지갑을 생각(?)한 변종 피시방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샤워시설까지 갖추고 시간당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PC방을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시간당 2000원으로 모텔 가격 5분의 1
1인실·2인실 독립공간, 성인 PC방 연상케 해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서울 모 대학 인근 PC방. 외부에서 본 피시방은 '○○○ PC방' 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고 있었으며 일반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 PC방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방학시즌이라서 그런지 PC방을 이용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대기 중인 모든 손님들은 모두 커플로 보였다.

방학시즌 성수기
학생들로 북적여

이 중 한 커플에게 말을 걸어봤다. 자신의 나이가 18세라고 밝힌 신모군은 "여자친구와 단둘이 데이트 하고 싶은데 날씨도 춥고 마땅한 공간도 없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일반 멀티방보다 싸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창문도 가릴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PC방이라면 응당 있어야할 컴퓨터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양 옆에 방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지나가던 종업원을 붙잡고 이용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 종업원은 "카운터에 있는 비회원용 카드를 이용하거나 방에 들어가 컴퓨터로 회원가입을 하면 된다"며 "혼자 왔으면 1인실용, 둘이 왔으면 2인실용 대기표를 뽑고 자리가 나면 들어가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친구가 곧 온다고 말을 하고 10여 분간의 대기 끝에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2인실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컴퓨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으며 접이식 간이 매트리스와 창문을 가릴 수 있는 블라인드,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샤워부스가 딸려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회원가입을 하려하자 종업원이 기자를 말리며 "비회원용 카드로 이용하는 게 더 좋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유는 곧 드러났다.

자리에 앉기 위해 매트리스를 옆으로 치우자 쓰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콘돔과 휴지뭉치가 나왔다. 키보드와 컴퓨터 본체 사이에서도 콘돔이 발견됐다. 성관계의 흔적이 엿보였다.

문을 열고 종업원을 불러 "청소년도 출입 가능한 업소가 아니냐? 정서상 안 좋을 것 같은데"라고 운을 떼자 이 종업원은 "말도 마라. 최근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해서 학생커플의 이용이 대폭 늘었다. 방금 이 방에서 나간 커플도 고등학생 커플이다"고 말했다. 

종업원과 얘기를 하는 와중에 기자가 입실한 옆방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입장했다. 20여 분이 지난 뒤 이 커플의 방에서 커다란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소리는 옆방에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으며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음악소리가 멈추고 그 커플은 방을 빠져나와 계산을 하고 빠르게 계단을 통해 사라졌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듯했다. 기자는 종업원의 눈을 피해 그들이 이용했던 방에 들어가 봤다.

들어선 방은 후텁지근했다. 샤워실에서 식지 않은 수증기가 실내로 유입되고 있었고 역시 방 이곳저곳에서 휴지와 콘돔 등이 발견됐다.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하곤 한다"는 종업원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 것. 시간당 2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치르고 가게를 빠져나오는 기자의 옆으로도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커플들이 여럿 지나갔다.


고등학생도 출입하는데
널브러진 콘돔과 휴지뭉치

같은 날 밤 10시, 기자는 서울 서대문구의 또 다른 변종 PC방을 찾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커플들이 있었다.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한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한눈에 봐도 10대로 보이는 한 커플이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주민등록증 검사를 담당한 업주에게 "어려 보이는데 의심이 가지 않냐"고 물었다. 이 업주는 "겉모습이 어려 보여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해 검사를 했지만 90년생이었다"며 "주민등록증을 조작해서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서 더 자세하게 보긴 하지만 진짜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해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흡연·음주는 기본
커플 아니면 입장불가

PC방 내부를 둘러봤다. 이제 막 이용을 끝내고 비워진 것으로 보이는 한 방에는 소주병과 맥주병, 담배꽁초 등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또 다른 방에서는 역시 다 쓰고 버려진 콘돔과 휴지 등이 발견됐다. 성관계뿐만 아니라 흡연과 음주까지 하는 듯 했다.

밤 12시께 피시방을 떠나는 한 커플과 얘기를 나눠봤다.

기자의 예상대로 이들은 고등학생 커플이었다. 근처 모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는 김군에게 청소년 출입불가 시간인데도 어떤 방법으로 입장했는지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김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군의 말에 따르면 각 반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한 명씩은 있으며 얇은 핀이나 문구용 칼, 면도칼 등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긁어 숫자를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 김군은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을 돌려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의 허술한 단속을 비웃는 듯 했다.

한편 커플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PC방도 생겨났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커플전용PC방'이다. 이 PC방은 반드시 남녀커플일 필요는 없지만 처음 입장 시에 두명이 아니면 애초에 입장이 불가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 100대가 모두 커플석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개개인 칸막이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나름대로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여자들끼리 앉아 있는 좌석도 눈에 띄었으나 대부분이 남녀 쌍쌍이었다.

손님이 내부에 있으면 커튼 위쪽에 달린 입실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서로 민망한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한 커플은 "다른 PC방은 공간이 트여 있어 얘기를 나누기 불편하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좁긴 하지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커플전용PC방이 인기를 끌자 아예 예약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 기본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을 정도이며 간혹 연인들끼리 싸움도 일어난다고 한다.

겉은 'PC방' 속은 '모텔' 청소년 출입 가능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문 청소년들 성관계까지

이처럼 변종PC방은 청소년의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멀티방 같은 경우에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설기준'에 따라서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해야 하지만 변종PC방은 일반 인터넷 PC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런 법망도 우습게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멀티방은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청소년들의 출입이 제한될 전망이지만 변종PC방은 단속에 대한 근거가 마땅치 않다. 사업자등록도 '인터넷 PC방'으로 되어 있거나 아예 등록도 하지 않은 업소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밤 10시 이후에는 노래방이나 일반 PC방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이용을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업주들의 신분증 검사나 경찰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신분증 검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청소년들이 변종PC방을 이용 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보인다. 비밀이 보장되는 독립된 공간이다 보니 청소년들은 흡연이나 음주는 물론 성관계까지 맺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 있으면 신고해 달라"며 아직 사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출입제한시간?
“우스운 얘기”

세상 어느 것도 허점이 없는 것은 없다. PC방에 대해서도 국가차원에서 규제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범위가 크다보니 조금만 변칙적으로 운영을 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애매한 법망을 피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이런 변종 업소에 대한 확실한 단속과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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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