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야동에 눈뜬 여성들 세태 엿보기

‘색끈한’ 포르노 한 편에 열 남친 저리가라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 이제 ‘야동(야한 동영상)’을 구한다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라 할 정도다. 단 몇 번의 클릭으로 손쉽게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트를 알고 있는 경우라면 컴퓨터를 켜자마자 단 5분도 되지 않아 야동을 다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야동이라는 것은 포르노보다는 어느 정도 의미가 걸러진 영상물이기도 하다. 보다 정확하게는 포르노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 같은 포르노들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알려지곤 했지만 최근에는 야동을 즐겨 보는 여성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중년층은 물론이고 성에 일찍 눈뜬 젊은 여성들조차 야동을 통해서 새로운 섹스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야동을 즐기는 여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또는 어떤 시각으로 보는 것일까.

포르노 영상물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주위에 워낙 많은 포르노물이 널려있고, 전에 비해 여성들의 접근이 손쉽다는 점이다. 남자친구나 남편이 보던 포르노 영상물이 여자친구와 아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그것으로 인해 널리 퍼졌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성의식의 급격한 개방도 한몫을 한다. 이제는 ‘순결’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도 오래된 느낌이다. ‘섹스’라는 말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는 여성들이 사라진 지도 오래다. 때로는 오히려 여성들이 섹스에 더욱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어떻게 섹스를 즐기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나서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 해소용
자위용으로 애용

해외 성매매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이 역시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어왔지만 사실 그것은 남성들만의 ‘편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도대체 왜 야동을 즐겨 보는 것일까. 직장인 최모양(29)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떤 면에서 보면 남자들이 야동을 보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보기도 하고 자위용으로 보기도 하지 않는가. 여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빡빡한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들이 포르노 속에서는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남자가 없을 때는 자위용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남자들과 똑같다. 포르노를 보고 있으면 서서히 흥분이 되고 어느덧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들이 즐겨 보는 포르노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지나친 ‘하드코어’는 기피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여성을 성적으로 완전히 비하를 하거나 폭력적인 장면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비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구하기 쉽고 성의식 개방돼 여성도 포르노 즐겨
잘생긴 게이 다수 등장하는 포르노도 선호해

“때로는 구역질이 나는 경우도 많다. 지나치게 여성을 학대한다던가, 섹스에 있어서 여자를 하녀 취급을 하는 포르노들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따라서 약간은 하드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도 있고 소프트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게이 포르노를 선호하는 여성도 있다. 게이 포르노는 남성들끼리의 섹스를 다루는 장르로 여성이 전혀 등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몸매 좋고 얼굴까지 잘 생긴 게이가 대거 등장하다 보니 여성들로서는 충분히 선호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자들 입장에서도 섹스에 대해서 남자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게이 포르노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들이 알아서 온갖 체위를 다 하는가 하면 여성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들이 나온다. 흥분과 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포르노 영상물을 ‘학습도구’화 하는 여성들도 있다. 평범한 부부관계에 지친 중년의 여성들이 바로 이러한 부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포르노 영상물들의 재미에 푹 빠졌다는 가정주부 김모씨의 이야기다.

남주인공 생각하면
남편 손길 색달라

“처음에는 남편이 ‘함께 보자’고 해도 절대로 응하지 않았다. 여자가 포르노를 본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과 함께 본다는 것 자체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남편이 워낙 개방적이고, 나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개방적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에 한번쯤 꾹 참고 포르노를 함께 본 적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본 포르노 영상물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여배우들의 거침없는 표현과 행위들이 마치 자신의 소극적인 성행위에 있어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포르노에도 무수한 장르가 있다는 것이었다. 장르라고 해봐야 고작 일반 영화의 액션이나 스릴, 멜로, 공포물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그것 자체가 새로운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김씨는 남편보다 더 포르노영상물을 즐겨보며 자신의 부부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그냥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포르노 영상물을 ‘한 편 본 후’ 섹스를 하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일단 흥분의 정도가 상당히 다르다. 소리와 시각으로 충분히 온 몸이 달아있는 상태에서 남편의 손길을 받는 것은 전혀 달랐다. 때로는 눈을 감고 포르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상상하기도 한다. 남편에게는 약간 미안한 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서로의 섹스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 아닌가. 만약 내가 남자 포르노배우를 상상한다고 해도 외국의 포르노배우와 실제로 섹스를 해본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자위를 즐기거나 혹은 학습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아예 전문가 수준에서 포르노를 탐닉하는 여성들도 없지 않다. 그녀들은 한마디로 거의 ‘포르노의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중독이 되어 있는 여성들.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고 이 장르, 저 장르를 넘나들면서 포르노 영상물을 즐기는 여성들이다.

포르노 영상물을 ‘학습도구’화 하는 여성들도
남성들 “절대 불가” vs “그래도 알건 알아야”

“사실 포르노도 어느 정도 보다보면 자신에게 딱 맞는 취향을 찾는 경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남성이 약간의 하인 개념에서 섹스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런 딱 맞는 포르노를 찾기 위해서는 여기저기를 기웃 기웃 할 수 밖에 없다. 한 10개 정도라고 하면 한 개 정도가 마음에 들 정도다. 그러니 당연히 여러 개의 포르노를 다운 받고 확인해볼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 주모양)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예 포르노 때문에 정상적인 남자와의 성관계가 힘든 경우다. 주양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한 남자 친구에게 말을 했더니 기겁을 한 후 그 뒤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부터 수치심을 느낀 그녀는 오히려 더욱 더 실제 남성보다 포르노 속에 나오는 남성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포르노 영상물을 보는 여자들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에 대한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절대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아무리 성적으로 개방됐다고 해도 여성이 남성과 같이 포르노를 보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보다 더 섹스를 밝히는 여성들이야 말로 ‘색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여자란 모름지기 정숙하고 숨기는 맛도 있고 내숭을 떠는 것도 매력이다. 그런 것이 없는 여자는 천박하고 머리가 없어 보일 뿐이다.”(직장인 박모씨·46)

그러나 조금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부부생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자들도 알 건 알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나치면 정상적
성생활 불가능

“사실 섹스란 것도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한다. 서로가 함께 즐길 때 더욱 흥분이 되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섹스에 대해서 무지하면 함께하는 남자도 별로 재미가 없다. 특히 약간의 패티시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은 여성의 성적 무지 때문에 오히려 정상적인 성관계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도 남성들의 그런 성향을 이해하고 맞춰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알건 알아야 하고 함께 보조를 맞춰줄 수 있는 건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어느 정도의 포르노를 즐기는 것은 찬성이다.”

포르노 영상물에도 장단점이 있다. 어느 정도는 건강한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해질 때에는 오히려 정상적인 성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또한 남녀관계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과유불급’은 포르노 보기에도 적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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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