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용트림할 ‘용띠 총수’ 전격 공개

올해 경제 잔뜩 낀 먹구름 뚫고 승천할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용(龍)의 해가 밝았다. 용은 여러 동물의 특성을 조화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상상력의 결정체란 점에서 ‘융합’과 ‘창조’를 상징한다. 용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신뢰감이 두텁고 기존에 없던 것으로 승부하는 창조력이 탁월하다는 게 역술인들의 견해다. 또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천상 리더의 기질을 타고 난 셈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 전망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 2012년 용띠 CEO들은 과연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까.

10대 그룹 총수 중 흑룡띠는 김승연 회장이 유일
최신원, 이장한, 구자명, 김준일, 최평규 회장도 흑룡띠

2012년은 천간 중 검은색에 해당하는 임(壬)과 용을 뜻하는 진(辰)이 60년 만에 한 번 만난다고 해서 ‘흑룡(黑龍)의 해’로 불린다. 용기와 비상, 희망 등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용에 임금을 뜻하는 흑이 합쳐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좋은 기운을 받아 나라의 재목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60년 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재계 CEO는 누가 있을까.

흑룡띠는 좋은 기운
받아 나라 재목 성장

최근 <재벌닷컴>이 1823개 상장사에 재직 중인 대표이사 이상 전문 경영인(CEO)과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출생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의 해에 태어난 인사는 모두 61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환갑을 맞는 1952년생 흑룡띠는 216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룡띠 CEO 가운데 10대 그룹 총수 중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최근 경기 불황에도 태양광에너지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는 중이다. 본래 태양광에너지 사업은 미래 대체에너지로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기업이 앞 다퉈 뛰어들었던 분야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부분 기업이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접거나 연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에 괘념치 않고 한화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신규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신원 SKC 회장도 대표적인 흑룡띠 CEO다. 최 회장은 올해 폴리에스테르 필름 매출 확대 등을 통해 SKC 몸집을 불릴 계획이다. 미국 듀폰이 수십 년간 독점 중인 태양전지용 불소필름 산업을 집중 공략하여 내년 중반 이후엔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야심 찬 포부도 갖고 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눈에 띄는 흑룡띠 CEO다. 김 회장은 차세대 먹거리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몽골 만다흐에 이어 카자흐스탄·방글라데시·에티오피아에 진출해 대성의 독자적 신재생에너지 기술인 ‘솔라윈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앞으로도 에너지 빈곤국을 대상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흑룡띠 CEO다. 지난해 상위 제약회사들의 영업활동 악화에 따른 제네릭 시장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매출액기준 상위 5대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성과를 보이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2012년은 약가 인하, 한미FTA 발효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이 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과 같은 업계의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도 나란히 흑룡띠 CEO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8년 회장에 취임한 윤 회장은 요즘 어깨가 무겁다.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으로 설립된 이후 1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국내 최장수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은 선대가 세워놓은 유산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올 한 해 부담이 적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역시 흑룡띠다. 구 회장은 평소 침착한 성격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준비된 엘리트형 CEO’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외유내강형’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며 강한 추진력을 보이며 회사를 이끌어 왔다. 그런 구 회장의 올 한해 과제는 지난해 12월 연말 인사에서 승진하며 회사 전면에 나선 외아들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의 경영교육이다. 니꼬동제련의 내일이 모두 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흑룡띠 CEO다. 밀폐용기 제품 단 하나만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락앤락의 지난해 매출은 3880억원. 김 회장은 10년 안에 회사의 외형을 25배 가까이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뽑은 카드는 ‘블록화 경영’. 글로벌 시장을 6개의 블록으로 나눠 각 블록들이 독립적인 개체로 자립 자족하는 경영체제를 말한다. 김 회장이 얼마나 바쁜 한해를 보낼지가 선히 보인다.

1964년 용띠 가운데
최창원 부회장 주목

최평규 S&T그룹 회장 역시 자수성가형 흑룡띠 CEO다. 13평짜리 아파트를 판 돈으로 직원 6명과 함께 삼영기계공업사를 차리며 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현장경영’ ‘정도경영’ ‘투명경영’ 등의 경영모토를 바탕으로 지금의 회사를 키워냈다. 이후 2003년 통일중공업을 시작으로 대화브레이크, 경우상호저축은행, 호텔설악파크 등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외형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도 활발한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올 한해가 기대되는 CEO다.

재계엔 흑룡띠가 아닌 용띠도 다수 포진해 있다. 그 중 가장 ‘젊은 용’은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다. 1976년생인 조 전무는 용띠 가운데 유일한 30대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핵심 요직인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아 후계수업 및 경영실무를 맡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곧 실시될 한진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조 전무의 승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터라 곧 경영일선에 서게 될 전망이다.

1964년생 용띠 중 눈에 띄는 건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도 형인 최신원 SKC 회장과 마찬가지로 SK그룹에서 독립할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SK케미칼 외에도 SK건설, SK가스 등을 실질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최 부회장은 소그룹 형태로 독립경영을 강화, 계열분리를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최 부회장과 동갑인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도 눈에 띈다. 강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업무를 ‘운영총괄’에서 ‘운영 및 연구개발 총괄’로 변경하며 중책을 떠맡았다. 과거 복제약 사업에 의존하던 회사의 체질을 신약개발 중심으로 개편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것. 이에 따라 강 부사장은 정신없는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조원태 전무 최연소 용…최고령 용은 강석두 회장
권오현, 박종우, 신종훈, 정만원 등 전문경영인 용들도


그밖에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 구본진 LG패션 부사장,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지용석 한국알콜 사장, 설영기 대한방직 사장, 어진 안국약품 사장,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 장세현 한국특수형강 부사장 등이 재계를 이끌어갈 떠오르는 젊은 용이다.

반대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용띠 경영인들도 있다. 최고령 용띠 좌장에 이름을 올린 CEO는 1928년생 강석두 대양금속 회장이다. 그는 대양금속이 설립된 1973년부터 CEO를 역임, 올해로 재직기간만 40년이나 된다. 송삼석 모나미 회장도 강 회장과 동갑내기 CEO다. 송 회장은 모나미의 전신인 광신화학공업을 설립, 1963년도에 한국 최초의 볼펜을 만들어 국내 문구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밖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원장, 장홍선 근화제약 회장, 이재섭 조일알루미늄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김상화 백산 회장, 조원기 조아제약 회장 등 역시 70~80대의 고령에도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현근 기아차 부회장,
김대유 STX 사장 기대

전문경영인에도 용띠가 적지 않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하면서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 투톱에 올라 용띠 해에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 제일모직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종우 사장도 주목받는 용띠 CEO다.

현대차그룹의 용띠 부회장 트리오로 불리는 신종훈, 윤여철, 최한영 부회장은 1952생 동갑 CEO로 주목받고 있다. 연말 그룹사장단 인사에서 총괄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도 2012년이 기대되는 주인공들이다.

이밖에 정만원 SK텔레콤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사장,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김대유 STX 사장 등도 용띠 해에 기대되는 CEO들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