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정일 조문 다녀온 이유

두 ‘정은’ 만났으니 북으로 통하는 길 열릴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두 ‘정은’이 만났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북한을 방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이에 따라 재계의 관심은 대북사업 재개 여부에 온통 쏠렸다. 현대그룹은 순수 조문 차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김 부위원장이 현 회장을 환대했다는 소식에 내심 고무된 눈치다.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적자만 5000억원…물꼬 틀까
현대그룹, 김 부위원장의 환대 소식에 고무된 분위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 차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27일 1박2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2009년 8월 묘향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당초 기대했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문 과정에서 김 부위원장과 짧게 대면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별도 면담을 가졌다는 점 등에서 이번 방북이 향후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대북사업 재개 밑거름

현대그룹측은 현 회장의 방북 이전부터 이번 조문은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헌 회장 타계 당시 북한이 각각 조문단과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한 것에 대한 답례차원의 애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그룹 입장에서 대북 사업의 재개는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다. 이번 방북이 단순한 조문 차원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과 ‘금강호’ 출항과 함께 시작됐다. 다음해인 1999년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전담반’으로 현대아산을 창립했다. 현대아산은 2003년 금강산 육로 사업을 착수한 데 이어 2004년 6월에는 개성공업지구 시범단지를 준공했으며 2007년에는 개성 관광사업도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개성 관광도 중단됐다. 주력사업인 금강산 관광에 제동이 걸리자 현대아산은 울상이 됐다. 하루속히 사업이 재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3년이 넘도록 남북관계의 특별한 진전이 없었고 그 동안 현대 입장에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 사이 현대아산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관광 중단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3900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봤다. 이와 별도로 숙박업체와 식음업체 등 협력업체의 누적손실액도 1356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현대아산 측은 분석했다. 직원 수도 수차례 구조조정으로 관광 중단 전(1000여명)과 비교해 70%가량 줄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3년 동안 사업을 못하다 보니 도산하는 협력업체들이 줄을 이었다. 어림잡아 500여개의 협력업체가 주저앉았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금강산 관광’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산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인 현대아산으로선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현대아산은 주력사업이 벼랑끝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이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시점에 김 위원장의 조문을 통해 최소한 북한 측과 이야기라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현 회장을 환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조의를 표하는 현 회장의 손을 감싸 쥐었고, 최고위급 귀빈들이 묵는 백화원초대소를 숙소로 제공했다. 또 현대의 경협사업 대상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김양건 위원장이 직접 조문단을 배웅하기도 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한때 전쟁 우려감이 제기됐을 정도로 김 부위원장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며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그의 환대 소식으로 충분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그룹 또한 첫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며, 앞으로 실무자들과 대북 사업을 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키 쥔 건 정부

다만 문제는 현 정부의 대응이다. 사실 현대그룹은 이미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약속받았다. 현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금광산 관광 재개에 합의했다. 즉 현대그룹과 북한은 금강산 사업 재개에 아무런 이견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현 회장은 체류 일정을 5번이나 연기한 끝에 사업 재개에 합의했지만 남북 관계 경색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결국 키는 정부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 관계자는 “정부와 수시로 접촉해 금강산 재산 정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이 하루 속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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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