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역술인 ‘백운비의 천기누설’③재계 총수 5인 2012년 운세

‘다사다난’ 임진년에도 회장님은 날개 달고 ‘씽씽’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2012년은 난고(難苦)가 많은 한해가 될 것이다.” ‘백운비역리원’ 백운비 원장은 올해의 국운에 대해 이처럼 내다봤다. 지난해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발 경제악재 여파 등으로 피눈물을 흘려온 서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하던 재계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 그렇다면 우리 경제를 짊어지고 있는 재계 총수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그 해답을 사주풀이의 대가로 통하는 백 원장에게 구해봤다.

이건희 “대규모 물갈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
정몽구 “해롭던 인간관계 청산?해소되는 해”
최태원 “그간의 공이 화로 바뀌는 불행한 해”
구본무 “신업종이 추가되는 등 외부적인 확장”
신동빈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 큰 구설 조심”


백운비 원장에 따르면 임진년은 예로부터 난고가 많은 해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예다. 국운이 불안해 나라 전체가 중심과 방향을 잃고 흐트러진다. 경제는 조여오고 정치는 통합되는 듯 보이다 결국 파행으로 끝을 맺게 된다. 또 안보문제 등 각종 사고와 불행이 잇따르게 된다. 심지어 날씨까지 문제다. 비가 많이 오는 등 천재지변이 많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온갖 악재를 한 데 버무려 놓은 듯 한 한해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기업 총수들은 이 같은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백 원장은 “개인경제는 나빠지나 나라경제는 좋아진다”며 “대기업 회장들의 경우 무난한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고난 운에 흔들림 없는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이 회장은 서울 서초사옥에 매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그룹 내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그룹의 실적관리 속에 스마트폰 갤럭시S2 글로벌 시장 판매량 1위 등극 등 이른바 ‘이건희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위기에 내몰렸던 애플과의 특허전쟁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며 회사의 전반에 안정을 가져왔다. 이밖에 신상필벌 인사조치, 소프트웨어 인재육성, 반도체 업계 대응방안 모색 등 직접 지휘봉을 휘두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영외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평창 유치를 위해 170일의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국민들은 2003년, 2007년 두 번 연속 결선투표에서 평창이 탈락했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렇다면 임진년에는 어떨까. 이 회장의 올해 운수를 들여다본 백 원장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 원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운은 타고날 때부터 대국의 사주를 타고 나 악재가 많은 임진년에도 문제가 없다. 특히 방어운이 좋아 웬만한 외부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흔히 재벌이라면 모두 최상의 운을 타고 났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삼성이 재계 1위 자리를 견고히 지키고 있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백 원장은 특히 “이 회장은 최근 단행한 물갈이 작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부사장 48명, 전무 127명, 상무 326명 등 총 501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재계는 삼성의 인사를 의외로 받아들였다. 미국 경기침체와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의 승진인사를 낸 때문이다. 이는 위기상황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이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 원장은 이 회장의 건강을 걱정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은 병약한 운을 타고난 게 결점”이라며 “항상 건강과 신변관리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도 상승곡선 지켜 볼 정몽구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을 미소를 머금고 바라봤다. 올 11월까지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7%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10% 점유율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11월까지 지난해보다 13.2% 증가한 106만3325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유럽에서는 현대차 43만1627대, 기아차 39만5575대 등 82만7202대의 자동차를 11월까지 팔았다.

더불어 품질에 대한 호평도 넘쳐났다. 그랜저와 아반떼가 미국 자동차 전문 컨설팅 회사인 오토퍼시픽사가 발표한 ‘2011 가장 이상적인 차’에서 차급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전세계 유력매체와 기관에서 60여차례의 호평이 쏟아졌다. 과거에는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라는 평가를 받으며, 값싼 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치욕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경영외적으로도 호재가 이어졌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재단에 출연하면서 ‘통 큰 기부왕’에 등극했다. 개인기부 규모로 사상 최대 액수였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들의 기부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그의 기부는 단연 돋보였다. 회사 이미지 상승에 크게 기여한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정 회장은 올해도 실적 상승곡선을 지켜보게 될 예정이다. 백 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반적인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관망했다. 인간관계 역시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백 원장은 “올해는 주변에 해롭던 인간관계가 청산되는 해”라며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백 원장은 “가까운 사람이 적이 되고 평소 멀리했던 사람이 가까워지는 이상한 관계가 진행된다”며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하라”고 권고했다.

#소나기 온 뒤 ‘맑음’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금횡령 및 자금전용 의혹과 관련, 문지방이 닳도록 검찰을 드나들고 있어서다. 2003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최 회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역점사업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몇 년간 공들여 지난달 가까스로 품에 안은 하이닉스반도체와 ‘SK식 사회공헌’인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체의 사회적기업 전환이라는 이른바 ‘최태원의 꿈’도 함께 휘청거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백 원장은 지난해의 악재가 올해에도 이어지리란 견해를 내놨다. 백 원장은 “운기가 하락해 그 동안의 공이 화로 바뀌는 불행한 사태와 이변이 자주 발생하는 등 자신을 시험하는 이상한 운세가 자주 괴롭히게 된다”고 혀를 찼다. 이어 백 원장은 “최고의 순발력과 인내력으로 자신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 회장이 맞고 있는 비가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백 원장은 “후반기 운이 맑고 청명하여 그 동안 잃은 부분을 회복하게 된다”며 “전진력과 성장력이 최대한 발휘돼 명망을 높일 호기”라고 장담했다.


#새로운 먹거리 찾아낼 구본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에 지난 4월21일 10만4천원으로 고점을 찍은 LG그룹의 주가는 현재 36.6% 떨어진 6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운세는 LG그룹을 부진의 늪에서 건져줄 ‘동아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도약은 없지만 전반적 상승세를 이어가리란 설명이다. 백 원장은 “운이 스스로 보호되고 성장하여 2012년도 무난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원장은 특히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는 등 외부적인 확장과 번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구 회장으로선 반가운 소리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기울여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신성장동력 사업군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신수종 사업이 대부분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회사가 외형적으로 확장되는 반면,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내부적으로 뜻하지 않은 파벌이나 방해자 등으로 인해 큰 부분을 잃을 수 있다”며 “상하 유대와 교류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이너스 손’ 꼬리표 떼는 신동빈

2011년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회는 복잡미묘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으로 승진한 뜻 깊은 해인 동시에 오래 전부터 받아온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을 털어내지 못한 치욕스런 해이기도 해서다.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는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불거졌다.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밀리는가 하면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이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명품 아울렛 사업도 신세계에 현저히 밀렸다.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조3673억원, 4368억원, 3011억원으로 전기대비 2.4%, 2.5%, 11.9% 감소했다. 주요사업인 백화점 사업부진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를 위해 시도했던 기업인수합병은 줄줄이 실패했다. 손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실패하는 통에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그러나 올해 운세는 신 회장의 ‘불편한 꼬리표’를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은 “사업 확장과 동시에 거래처가 획기적으로 느는 등 회사가 발전되고 명성이 더욱 드높아 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신 회장으로선 귀가 솔깃한 얘기다.

그러나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백 원장은 “사적으로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 큰 구설에 휘말리게 되니 완벽한 경계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는 신 회장이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다. 신 회장은 지난 해 10월 수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접대를 받고도 그 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 당하면서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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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