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일요시사 선정> 2011 이슈메이커 50인 ①정계 10인

‘신묘년’ 요동쳤던 정치판 ‘껑충껑충’ 토끼 탓?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능곡지변(陵谷之變)’이란 말이 있다. 이는 높은 언덕이 변하여 깊은 골짜기가 되고, 깊은 골짜기가 변하여 다시 언덕이 된다는 뜻으로 세상사가 극심하게 뒤바뀔 때 사용하는 말이다. 2011년 정치권에 능곡지변이란 표현보다 더 적합한 말이 있을까. 토끼가 껑충껑충 뛰듯이 정국이 극심하게 출렁였던 신묘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일요시사>가 ‘송년기획’으로 2011년 정치판을 쥐락펴락 뒤흔들었던 10대 인물을 선정해봤다.

기성정치판에 성난 민심 ‘안철수 신드롬’으로 분출
분당승리로 한나라 아성 깬 손학규 일순 대권 탄력

<신드롬에서 기부까지 안철수>

2011년 정치권은 ‘총체적 예측불허’로 요약될 수 있다. 변화무쌍하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형국이 연출되면서다. ‘안철수 신드롬’이 그렇고 ‘디도스 파문’이 그랬다. 특히나 올 한 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커지며 정치권은 계속해서 요동쳤다. 정국을 뿌리째 뒤흔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단연 화제의 인물 1순위로 꼽힌다.

안 원장은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박근혜 대세론’의 아성을 단박에 무너뜨렸다. 안 원장의 묵묵부답에도 ‘대망론’은 거세게 불며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궜다.

그간 부패하고 부조리한 모습을 보였던 기성 정치판에 대해 불신과 혐오는 극에 달했다. 때문에 전혀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민심이 안 원장에 열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원장은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주며 헌신하는 공적 삶을 살았다.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대중과의 스킨십을 꾸준히 이어왔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압도적 지지를 받던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후보단일화를 하며 ‘아름다운 양보’라는 선례도 남겼다. 게다가 그의 연구소 주식 1500억을 쾌척하는 ‘통큰 기부’도 선보였다.

이러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비정치권 인사인 그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정치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안철수 신드롬’으로 번지며 ‘철수’라는 이름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올 한해 언론까지 화끈하게 장식했다.

<시민세력 전면 등장 박원순>

‘안풍’을 등에 업은 시민후보 박(원순) 시장의 당선은 단연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는 여야 잠룡까지 사활을 걸고 뛰어든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당하게 승리했다. 특히 박 시장은 탄탄한 정당 조직력을 갖춘 여야의 후보들을 맥없이 무너뜨리며 60년 정당정치의 역사에 충격과 굴욕을 안겨줬다.

박 시장은 국내 대표 진보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만든 시민운동 1세대로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면서 우리 사회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에 한때 대권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치권의 영입 제의도 잇따랐지만 박 시장은 그간 시민사회 진영의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정치를 더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출사표를 던졌고 당선으로 이어졌다. 박 시장의 당선으로 시민세력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한나라당 텃밭 탈환 손학규>

지난 4‧27 재보선 당시 최대 접전지역이던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주목받았다. 분당을 지역은 단 한 번도 야권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 없던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린다. 이런 불모지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으며 이변을 일으킨 장본인이 손 전 대표였던 것.

재보선 당시 투표 마감 직전인 오후 7~8시 사이 한 시간 동안에만 1만389명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손 전 대표는 ‘넥타이부대’와 ‘킬힐부대’ 결집의 요체였다는 평을 받으며 순식간에 대권가도까지 탄력을 받았다.

<정치인생 벼랑 끝 선 나경원>

반면 재보선으로 정치인생의 나락에 선 인물도 있다. 바로 한나라당 나경원 전 의원이다. 그는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박 시장과 맞붙었지만 처참하게 깨졌다. 후보로 나와 검증과정에서 수두룩한 먼지가 털리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부친의 사학비리와 1억원 피부샵, 일본 자위대 행사 참석 등의 치명적인 과거로 정치인생까지 위태로워 진 것.

이에 그는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2일 서울시장 선거운동 당시 장애아동의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공개한 것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정해 또다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얼짱 국회의원’으로 불리며 촉망받던 정치인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 친 나 전 의원에겐 이래저래 올 겨울이 어느 때보다 쓸쓸하고 추운 계절임에 틀림없다.

<한나라 저주의 불씨 오세훈>

2011년을 기억하기 힘든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최근 한나라당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서울대첩 패배’ ‘디도스 파문’ 등 악재가 겹치며 당의 해체까지 거론되는 위기일발의 상황이다.

이 모든 사태는 오 전 시장의 불명예 퇴진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오세훈의 저주’라는 성토가 이어지는 이유이다.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불장군 식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다 무산되자 전격적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저주가 시작됐다는 것.

오세훈의 ‘돌발사퇴’ 저주에 한나라당은 ‘만신창이’
‘자학개그’ 선보여 연예대상감으로 거론된 강용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패배로 귀결됐다. 이어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은 패했다. 게다가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 소행으로 밝혀지며 한나라당은 만신창이로 전락했다.

문제는 이 저주의 끝이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시 언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몰라서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내년 선거 때까지 한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형국이다.


<개그맨과 개그 배틀 강용석>

2011 불명예 넘버원 정치인은 강용석 무소속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올 한 해 누구보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며 포털 인기검색어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강 의원은 작년 7월 국회 전국대학생토론회 뒤풀이에서 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 “대통령도 예쁜 여학생의 연락처를 알려고 했을 것”이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에 한국아나운서협회와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 78명은 지난해 검찰에 집단모욕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강 의원은 똑같은 방식으로 KBS <개그콘서트>에서 정치인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모욕죄로 고소했다.

자신의 집단모욕죄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개그맨을 미끼로 고소하는 자학개그를 선보인 셈. 역풍은 생각보다 거세게 불었다. 누리꾼들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강 의원이 다른 사람을 고소까지 한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했고, 이때부터 뭘 해도 욕먹는 미운털이 박혔다.

개그맨과 한판 배틀을 벌인 그는 올해 연말 연예대상감이라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태이다.

<무죄로 검찰굴욕 준 한명숙>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과의 대결에서 잇단 2연승을 거머쥔 것도 화제였다. 지난해 7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9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지난해 4월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은 것.

당시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검찰은 한 전 대표와 곽 전 사장의 진술 외에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검찰은 제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한 전 총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전 정권 인사를 탄압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표적수사’ ‘정치탄압’이라는 평가도 줄을 잇는다. ‘정치검찰’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족쇄가 풀리며 전세를 역전시킨 한 전 총리는 검찰개혁에 칼을 빼든 상태다.

<헌정 초유 최루탄 테러 김선동>

지난 11월22일 오후 4시8분,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터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최루탄 테러의 주역은 바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그는 한나라당에 의해 한미FTA가 기습처리 되는 것에 반발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로 인해 국회의 ‘날치기’와 ‘테러’ 등 후진적인 한국정치의 치부가 세계만방에 널리 알려졌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양보로 전남 순천에서 단일후보로 출마해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금배지를 달았던 김 의원은 이번 사태로 정치 앞날이 가물가물한 지경에 처한 형국이다.

<상왕통치시대 종식 이상득>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상왕통치 시대’의 폐막을 알렸다. 그는 불출마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하나의 밀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불명예퇴진이라는 평이다.

15년지기 보좌관 박모씨가 제일저축은행 및 SLS그룹 구명 로비자금을 받아 검찰조사 중에 있어서다. 보좌관이 받기에는 너무 거액이라는 의심에 검찰의 칼날이 이 의원을 향해 있는 상태다.

게다가 현 정권에서 의혹이 일었다 하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 ‘만사형(兄)통’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절대권력으로 통했던 그의 불출마 선언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한나라의 ‘5개월 천하’ 홍준표>

지난달 디도스 파문이 불거지며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고 지난 9일 사퇴한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올 한 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3인의 동반사퇴로 ‘억지춘향격’으로 밀려난 홍 전 대표 체제는 ‘5개월 천하’로 막을 내렸다. 7‧4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이후 한나라당의 온갖 악재와 맞물려 그 역시 막말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홍 전 대표는 당 대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며 갖은 사퇴 압박 속에서도 당 쇄신안을 앞세워 사퇴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한나라당은 다시 격랑에 휩싸인 분위기다.

올 한 해 정치권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 국회의 고질적 병폐인 폭행사태가 난무했고, 대통령 친인척‧측근비리가 봇물을 이루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을 더했다. 때문에 유난히도 올 한 해 민심이 계속해서 출렁였고, 2012년의 정치 일정까지 미리 앞당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