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잠룡 ‘9인9색’ 대권 잰걸음 밀찰취재

잠룡 ‘다산시대’ 돌입…본격 ‘대권본색’ 발산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본격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잠룡 ‘다산시대’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잠룡들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본격 대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대권’이라는 여의주를 물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잠룡들. 벌써부터 세간의 시선은 잠룡들이 토해낼 용트림에 집중하는 눈치다.

안철수 에세이집 출간…정치권 ‘대선출사표’로 해석
박근혜 ‘조기등판론’ 고심, 손학규 총선 출마 불투명

요즘 정치권엔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 현상’ ‘디도스 파문’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위기 상황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펼치면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되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2012년은 20년 만에 돌아오는 총대선이 함께 열리는 해로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MB와 선긋기 나선 박근혜
“공존은 자살행위?” 

‘안풍’에 의해 대세론이 무너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종편-보도채널 개국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서며 보폭을 늘려왔다.

하지만 ‘디도스 파문’으로 당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자 박 전 대표는 일단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곧 박 전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약 박 전 대표가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대로 가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물 건너 간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절대 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MB와의 차별화’ 여부도 관건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서울시장 보선까지 잇따라 참패한 원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MB 심판’으로 보고 있다. 최근 MB 친인척·측근 비리가 봇물 터지기 시작한 만큼 더 이상 MB와의 공존은 ‘자살행위’라는 시각이 우세해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박계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상당수가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총선을 건너뛰고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 상태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설’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임기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김 지사는 그간 도정과 대권행보를 저울질하며 ‘때’가 되면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 지사의 경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9월 중순까지 사퇴하면 되지만 먼저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만큼 총선 직후 또는 경선 시점에 맞춰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결과와 이후 정치권 동향에 따른 정치판도 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지사의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다. 따라서 오는 411총선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대거 약진해야만 김 지사도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준 전 대표(서울 동작을)와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방침이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은 “울산 지역에서 5선을 하고 18대에 서울로 지역구를 옮겼는데 또다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은 이번 한나라당의 내홍을 계기로 삼각연대를 통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힘을 얻어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성될 경우 대선을 앞둔 주도권 싸움에서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세 사람은 새로운 정당에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재창당을 주장하는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대체로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과 가깝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 향후 파란이 예상된다.

야권통합에 사활을 걸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통합 전당대회 이후 정치행보 구상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일단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내년 11월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경우 오히려 총선 출마가 지역구민들에게 누를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향후 국정운영과 주요 정책에 대한 책을 집필 하는 등 지지율 제고를 위한 속도 조절 및 포지션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그간 야권통합의 고리로 ‘반(反)이명박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내년 총대선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PK지역 출마 가능성…검찰개혁 선봉장 나서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 연계 시 파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책과 현안 중심의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좌클릭’ 행보를 통해 진보권을 아우르는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그는 당분간 한미FTA 비준동의안 무효화 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미FTA 문제야말로 가치 중심의 통합을 위해 절실한 과제인 만큼 총ㆍ대선에서 여권과 확실한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내년 총선에서 그는 현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권 지원과 총선 승리를 넘어 대선으로 향하는 일정표를 짜고 있다. 그는 특히 4선을 했던 전북 지역구를 버리고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3년 전쯤 서울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내년 총선의 승리는 절대적이며 특히 수도권의 승리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전개될 치열한 싸움을 그냥 바라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종로 출마이유를 피력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통합정당의 지도부 경선이 시작되면 대표 후보로 나설 한명숙 전 총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광폭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야권통합이란 옥동자가 탄생 일보직전까지 왔기에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일단 문 이사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부산ㆍ경남(PK) 지역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이 정권교체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임은 물론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도 직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 측에서는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를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최근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개인의 ‘상품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6~7일 잇따라 부산과 서울에서 검찰개혁 북콘서트를 열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광폭행보’
안철수 행보 ‘오리무중’

민심을 삽시간에 빨아들여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그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까닭에 정치적 행보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 원장의 주식 기부를 두고 정치출사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때 ‘총선 출마’와 ‘신당 창당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지만 안 원장이 직접 나서 강하게 부인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때문에 총선을 건너 뛴 채 ‘대선직행’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은 내년 초 신작 에세이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출판사 측은 올 상반기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그가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그것도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저서를 내는 점 등에 미루어 사실상 ‘대선출사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에세이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현안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직ㆍ간접적으로 야권을 측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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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