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잠룡 ‘9인9색’ 대권 잰걸음 밀찰취재

잠룡 ‘다산시대’ 돌입…본격 ‘대권본색’ 발산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본격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잠룡 ‘다산시대’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잠룡들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본격 대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대권’이라는 여의주를 물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잠룡들. 벌써부터 세간의 시선은 잠룡들이 토해낼 용트림에 집중하는 눈치다.

안철수 에세이집 출간…정치권 ‘대선출사표’로 해석
박근혜 ‘조기등판론’ 고심, 손학규 총선 출마 불투명

요즘 정치권엔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 현상’ ‘디도스 파문’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위기 상황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펼치면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되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2012년은 20년 만에 돌아오는 총대선이 함께 열리는 해로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MB와 선긋기 나선 박근혜
“공존은 자살행위?” 

‘안풍’에 의해 대세론이 무너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종편-보도채널 개국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서며 보폭을 늘려왔다.

하지만 ‘디도스 파문’으로 당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자 박 전 대표는 일단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곧 박 전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약 박 전 대표가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대로 가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물 건너 간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절대 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MB와의 차별화’ 여부도 관건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서울시장 보선까지 잇따라 참패한 원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MB 심판’으로 보고 있다. 최근 MB 친인척·측근 비리가 봇물 터지기 시작한 만큼 더 이상 MB와의 공존은 ‘자살행위’라는 시각이 우세해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박계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상당수가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총선을 건너뛰고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 상태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설’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임기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김 지사는 그간 도정과 대권행보를 저울질하며 ‘때’가 되면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 지사의 경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9월 중순까지 사퇴하면 되지만 먼저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만큼 총선 직후 또는 경선 시점에 맞춰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결과와 이후 정치권 동향에 따른 정치판도 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지사의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다. 따라서 오는 411총선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대거 약진해야만 김 지사도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준 전 대표(서울 동작을)와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방침이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은 “울산 지역에서 5선을 하고 18대에 서울로 지역구를 옮겼는데 또다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은 이번 한나라당의 내홍을 계기로 삼각연대를 통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힘을 얻어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성될 경우 대선을 앞둔 주도권 싸움에서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세 사람은 새로운 정당에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재창당을 주장하는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대체로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과 가깝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 향후 파란이 예상된다.

야권통합에 사활을 걸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통합 전당대회 이후 정치행보 구상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일단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내년 11월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경우 오히려 총선 출마가 지역구민들에게 누를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향후 국정운영과 주요 정책에 대한 책을 집필 하는 등 지지율 제고를 위한 속도 조절 및 포지션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그간 야권통합의 고리로 ‘반(反)이명박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내년 총대선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PK지역 출마 가능성…검찰개혁 선봉장 나서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 연계 시 파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책과 현안 중심의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좌클릭’ 행보를 통해 진보권을 아우르는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그는 당분간 한미FTA 비준동의안 무효화 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미FTA 문제야말로 가치 중심의 통합을 위해 절실한 과제인 만큼 총ㆍ대선에서 여권과 확실한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내년 총선에서 그는 현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권 지원과 총선 승리를 넘어 대선으로 향하는 일정표를 짜고 있다. 그는 특히 4선을 했던 전북 지역구를 버리고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3년 전쯤 서울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내년 총선의 승리는 절대적이며 특히 수도권의 승리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전개될 치열한 싸움을 그냥 바라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종로 출마이유를 피력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통합정당의 지도부 경선이 시작되면 대표 후보로 나설 한명숙 전 총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광폭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야권통합이란 옥동자가 탄생 일보직전까지 왔기에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일단 문 이사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부산ㆍ경남(PK) 지역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이 정권교체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임은 물론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도 직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 측에서는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를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최근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개인의 ‘상품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6~7일 잇따라 부산과 서울에서 검찰개혁 북콘서트를 열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광폭행보’
안철수 행보 ‘오리무중’

민심을 삽시간에 빨아들여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그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까닭에 정치적 행보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 원장의 주식 기부를 두고 정치출사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때 ‘총선 출마’와 ‘신당 창당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지만 안 원장이 직접 나서 강하게 부인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때문에 총선을 건너 뛴 채 ‘대선직행’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은 내년 초 신작 에세이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출판사 측은 올 상반기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그가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그것도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저서를 내는 점 등에 미루어 사실상 ‘대선출사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에세이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현안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직ㆍ간접적으로 야권을 측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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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