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자살’ 대한항공 ‘사람 잡는 항공사’ 오명 내막

‘막장’ 인사시스템이 직원들 ‘난간’ 아래로 떠미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한항공이 파랗게 질렸다. 사측과 마찰을 빚어오던 직원이 최근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져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라는 점에서 더욱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 잡는 항공사’라는 불편한 꼬리표까지 달렸다. 그러나 이번 일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의외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 회사 직원들을 난간 아래로 떠미는 걸까.

올 한해에만 5명 자살…한차례 자살 소동도
수준미달 직원 선정해 관리…스트레스·압박감

대한항공 직원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내 건물 옥상에서 대한항공 직원 A(47)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핏자국이 묻어 있던 건물 옥상 난간에는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직원은 지난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계통 업무에 종사하는 과장급 직원으로 최근 사측과 마찰을 벌여오다 난간 아래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마찰 끝에
난간 아래로 투신

대한항공에서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릴레이식으로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다. 그 시작은 지난 2월14일이었다. 이날 새벽 B(41)씨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B씨는 객실승무원 진급대상자 문제출제를 위해 연수원에 입소했다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둘째아이가 태어나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996년 대한항공 신입승무원으로 입사한 B씨는 최근까지 객실업무와 무관한 변호사 업무지원과 국토해양부 업무지원을 맡아왔다. B씨는 동료의 징계를 정당화해야 하는 변호사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6일에는 대한항공 기체정비팀 C(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부산정비공장서 항공기 부품제작 업무를 해오던 C씨는 이날 밤 부산 안락동 자택 아파트서 추락사했다. C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5년 전부터 정신과치료를 받아왔지만 사건 직전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하루 뒤인 3월7일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D(52)씨가 숙소인 R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D씨는 청주행 야간 비행근무를 마치고 R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베란다서 투신자살했다.

D씨는 지난 2009년까지 국제선 팀장으로 기내 서비스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근무평가제에서 지난 해 8월 하위 5%에 드는 점수를 받아 근무저평가자로 분류돼 하루아침에 국내선 일개 승무원으로 좌천됐다. 여기에 까마득한 후배가 국제선 팀장에 오르자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 자살은 지난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14일 대한항공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한항공 국제선 여승무원 E씨(21)가 마산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E씨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해 인턴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의 자살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E씨의 자살 소식을 처음 전한 아이디 ‘친구’의 “우울증으로 자살했습니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합니다”라는 말로 E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자살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신자살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지난 8월9일F씨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기 격납고 옥상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격납고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동료직원들과 함께 2시간 가량 F씨를 설득, 스스로 내려오도록 유도해 구조에 성공했다. F씨는 당시 회사 측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동료직원들의 권익을 옹호해야 할 노조는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내부관계자는 “자신의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홈페이지나 그 어디에도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다”며 “노조는 지난 46년 간 사측 눈치만 슬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항공에서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항공 안팎에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선 건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부터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는 ‘C-PLAYER’ 제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성과, 역량 등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C-PLAYER로 선정, 해마다 집중관리하며 개선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C-PLAYER로 선정된 직원은 소속 부서장과 성과 개선자료를 가지고 면담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특별 관리를 받는다.

C-PLAYER 선정자
자살한 사례도

지난 2005년 C-PLAYER 대상자를 면담한 내부자료를 보면 당시 담당자는 해당 직원에 대해 ‘신유니폼 착용 시를 대비해 체중감량 3kg을 달성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객들에게 서비스 하였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독려했다’는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이외에 부서장에 따라 대학과제처럼 ‘서비스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글을 써서 제출한 직원도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HR-BANK’라는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재교육을 받고 타부서로 전출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이 같은 관리시스템이 직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내 일부에서는 올해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한 것도 이런 관리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C-PLAYER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LAYER에 선정된 직원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7년 7월 기체 정비팀 최모 과장이 10여년간 몸담았던 김해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투신한 사건이 그것이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X맨 제도’
3세들의 회사 장악, 제왕적 운영 때문 시선도


대한항공 한 내부관계자는 “C-PLAYER로 선정된 많은 사람들은 모멸감을 참아내면서 일을 한다”며 “직원들 사이에 서로 경쟁을 하거나 감시를 하는 직장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직원들의 자살과 C-PLAYER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직원에게 직무전환 기회를 주는 등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이른바 ‘X맨 제도’도 직원들의 잇단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제도다. 대한항공은 동료의 잘못을 고발한 직원에게 플러스점수를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런 상황과 관련, 최근 두각을 나타낸 이른바 한진그룹 3세들의 존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 등 3세들의 회사 장악으로 혹여 ‘제왕적 운영’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999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현아 전무는 2007년 1월부터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09년 말에 전무로 승진한 뒤 올해부터는 호텔사업본부장과 객실승무본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조원태 전무도 입사(2003년)나 전무 승진(2010년)은 늦었지만 여객사업본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다.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은 2005년에 입사한 뒤 지난해 상무보를 달았다. 3세들이 전부 회사 경영에 깊숙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할 말 없다”
불편한 사실 외면

여기에 이달 말 예정된 대한항공 임원 인사에서 이들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 된다. 두 사람은 2009년 말 전무를 달아 시기적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가 된 데다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상무보 역시 그룹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년 연속 승진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3세들의 장악력은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과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일요시사>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처럼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질 직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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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