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자살’ 대한항공 ‘사람 잡는 항공사’ 오명 내막

‘막장’ 인사시스템이 직원들 ‘난간’ 아래로 떠미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한항공이 파랗게 질렸다. 사측과 마찰을 빚어오던 직원이 최근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져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라는 점에서 더욱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 잡는 항공사’라는 불편한 꼬리표까지 달렸다. 그러나 이번 일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의외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 회사 직원들을 난간 아래로 떠미는 걸까.

올 한해에만 5명 자살…한차례 자살 소동도
수준미달 직원 선정해 관리…스트레스·압박감

대한항공 직원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내 건물 옥상에서 대한항공 직원 A(47)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핏자국이 묻어 있던 건물 옥상 난간에는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직원은 지난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계통 업무에 종사하는 과장급 직원으로 최근 사측과 마찰을 벌여오다 난간 아래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마찰 끝에
난간 아래로 투신

대한항공에서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릴레이식으로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다. 그 시작은 지난 2월14일이었다. 이날 새벽 B(41)씨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B씨는 객실승무원 진급대상자 문제출제를 위해 연수원에 입소했다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둘째아이가 태어나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996년 대한항공 신입승무원으로 입사한 B씨는 최근까지 객실업무와 무관한 변호사 업무지원과 국토해양부 업무지원을 맡아왔다. B씨는 동료의 징계를 정당화해야 하는 변호사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6일에는 대한항공 기체정비팀 C(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부산정비공장서 항공기 부품제작 업무를 해오던 C씨는 이날 밤 부산 안락동 자택 아파트서 추락사했다. C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5년 전부터 정신과치료를 받아왔지만 사건 직전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하루 뒤인 3월7일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D(52)씨가 숙소인 R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D씨는 청주행 야간 비행근무를 마치고 R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베란다서 투신자살했다.

D씨는 지난 2009년까지 국제선 팀장으로 기내 서비스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근무평가제에서 지난 해 8월 하위 5%에 드는 점수를 받아 근무저평가자로 분류돼 하루아침에 국내선 일개 승무원으로 좌천됐다. 여기에 까마득한 후배가 국제선 팀장에 오르자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 자살은 지난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14일 대한항공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한항공 국제선 여승무원 E씨(21)가 마산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E씨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해 인턴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의 자살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E씨의 자살 소식을 처음 전한 아이디 ‘친구’의 “우울증으로 자살했습니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합니다”라는 말로 E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자살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신자살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지난 8월9일F씨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기 격납고 옥상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격납고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동료직원들과 함께 2시간 가량 F씨를 설득, 스스로 내려오도록 유도해 구조에 성공했다. F씨는 당시 회사 측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동료직원들의 권익을 옹호해야 할 노조는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내부관계자는 “자신의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홈페이지나 그 어디에도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다”며 “노조는 지난 46년 간 사측 눈치만 슬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항공에서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항공 안팎에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선 건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부터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는 ‘C-PLAYER’ 제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성과, 역량 등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C-PLAYER로 선정, 해마다 집중관리하며 개선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C-PLAYER로 선정된 직원은 소속 부서장과 성과 개선자료를 가지고 면담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특별 관리를 받는다.

C-PLAYER 선정자
자살한 사례도

지난 2005년 C-PLAYER 대상자를 면담한 내부자료를 보면 당시 담당자는 해당 직원에 대해 ‘신유니폼 착용 시를 대비해 체중감량 3kg을 달성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객들에게 서비스 하였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독려했다’는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이외에 부서장에 따라 대학과제처럼 ‘서비스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글을 써서 제출한 직원도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HR-BANK’라는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재교육을 받고 타부서로 전출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이 같은 관리시스템이 직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내 일부에서는 올해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한 것도 이런 관리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C-PLAYER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LAYER에 선정된 직원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7년 7월 기체 정비팀 최모 과장이 10여년간 몸담았던 김해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투신한 사건이 그것이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X맨 제도’
3세들의 회사 장악, 제왕적 운영 때문 시선도


대한항공 한 내부관계자는 “C-PLAYER로 선정된 많은 사람들은 모멸감을 참아내면서 일을 한다”며 “직원들 사이에 서로 경쟁을 하거나 감시를 하는 직장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직원들의 자살과 C-PLAYER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직원에게 직무전환 기회를 주는 등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이른바 ‘X맨 제도’도 직원들의 잇단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제도다. 대한항공은 동료의 잘못을 고발한 직원에게 플러스점수를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런 상황과 관련, 최근 두각을 나타낸 이른바 한진그룹 3세들의 존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 등 3세들의 회사 장악으로 혹여 ‘제왕적 운영’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999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현아 전무는 2007년 1월부터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09년 말에 전무로 승진한 뒤 올해부터는 호텔사업본부장과 객실승무본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조원태 전무도 입사(2003년)나 전무 승진(2010년)은 늦었지만 여객사업본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다.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은 2005년에 입사한 뒤 지난해 상무보를 달았다. 3세들이 전부 회사 경영에 깊숙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할 말 없다”
불편한 사실 외면

여기에 이달 말 예정된 대한항공 임원 인사에서 이들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 된다. 두 사람은 2009년 말 전무를 달아 시기적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가 된 데다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상무보 역시 그룹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년 연속 승진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3세들의 장악력은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과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일요시사>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처럼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질 직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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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