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박찬구 사전구속영장 파문

‘형님’ 던진 칼에 ‘아우’ 제대로 맞았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검찰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내부자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금호일가 ‘형제의 난’의 승기가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말이 들려온다. 여기에 일각에선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이 자칫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비자금 조성·내부자미공개정보 이용한 혐의 확인
‘절대 지분’ 미확보+이사회 미장악=경영권 흔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특수부는 박찬구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하고,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다. 그동안 수사를 벌여왔던 내부자 미공개정보를 이용, 수백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와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300억원대 비자금

검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애초 금호석유화학 재무 관련 담당자의 개인 횡령 혐의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지난 3월 금호석유화학 재무담당자 A씨가 협력업체를 통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 이후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인물이 박찬구 회장이라는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금호석화 본사 사무실과 거래처 4곳을 압수수색하고, 2달 뒤인 지난 6월 박 회장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박찬구 회장이 협력업체를 통해 300억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렇게 조성한 자금을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 등 경영권 확보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미래 손실을 회피한 혐의 역시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6월 대우건설 매입 손실과 관련해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처할 것이라는 내부자 정보를 이용, 자신과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매각 관련해 독립 경영을 위한 조처였다며 그룹 주요 계열사 팀장 50여명을 모아놓고 자신이 쓴 메모를 직접 보여주며 결백을 강조하는 등 비자금 조성 혐의를 강력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의 관련 혐의들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던 검찰은 그동안 수사 결과 비자금 조성 의혹과 내부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갑작스레 날아든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그룹 간 계열분리가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금호석화 측 관계자는 “계열분리에 따라 경영 등에 신경쓰고 있던 상황에 박찬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소식이 들려 놀랐다”며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아직까지 법원의 실질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박 회장의 구속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일로 금호가 ‘형제의 난’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박삼구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제보에 따른 것이라는 금호석유화학 측의 주장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2009년 6월 박삼구·찬구 회장의 ‘형제의 난’으로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으로 사실상 쪼개졌다. 두 회장은 형제의 난 당시 동반 퇴진했으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은 작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형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경영에 각각 복귀했다.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특히 형제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해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갑자기 불거진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조사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배후로 박삼구 회장을 지목하면서 갈등은 재점화 됐다. 급기야 박삼구 회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그의 측근을 법인인감을 사용해 위조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고소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이처럼 2차전에서 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형제의 사이는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예 끝장을 볼 태세여서 둘 중 하나가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박찬구 회장에 비자금 조성 혐의가 차츰 드러남에 따라 재계에선 승기가 박삼구 회장에 기울었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영권 풍전등화

이에 따라 일각에선 박찬구 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오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절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이사회 역시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은 ‘풍전등화’인 형국이다. 그는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 나갈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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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