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

한손은 맞잡고 한손은 칼잡고 ‘위태~위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회장 개임안을 놓고 대립해온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주총이 시작되기 불과 10분 전에 이뤄진 일이다. 양사는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로 바꿔 하이마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론 훈훈하게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종전’보다 ‘휴전’에 가깝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선 회장과 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최초 ‘합의’에서 지분 전량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그러나 재계는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리란 이유에서다.

공동대표제서 각자대표제로 바꾸는 데 전격 합의
선 회장 영업·기타 업무 총괄…유 회장 재무 전반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각자대표제로 체제를 바꾸는 데 합의했다. 유 회장이 하이마트의 재무 전반을, 선 회장이 영업과 기타 업무를 총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6시에 유진그룹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각자대표제에 따른 업무 분장을 논의하고 최종 확정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주총 안건에는 선 회장의 개임안이 예정돼 있었다. 유진그룹은 주총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유 회장을 하이마트 이사로 재선임한 뒤 선종구 대표 개임안을 통과시켜 유경선 회장 단독대표 체제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주총 시작 10분을 앞두고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와 설립자 간 경영권 다툼은 일단 봉합됐다.

주총 시작 10분전
각자대표제 합의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대표제 유지 합의에 대해 “하이마트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현상황을 원만히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그간 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유지해 오던 중 유진그룹이 돌연 지난 10월6일 이사회에선 유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하이마트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하이마트’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하이마트에 그룹 차원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고 공동대표제 선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유진그룹이 계약 당시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 됐다. 콜옵션 대상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의 4분의1인 6.9% 규모. 유진기업이 현재 보유한 31.34%를 더하면 지분은 38.24%까지 늘어나 2대 주주인 선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선 회장이 갖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17.37%이고, 아들 선현석씨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27.6%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최근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측에 선 회장을 해임하고 유 회장을 자리에 앉힌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를 위해 임시이사회 장소도 당초 서울 대치동의 하이마트 본사에서 공덕동 유진기업 사옥으로 바꿨다. 홈그라운드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양측은 기관투자가들의 중재로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선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했다”는 내용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선 회장은 유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승산이 크지 않았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지분 차는 물론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벌인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도 유 회장이 크게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단 표 대결이 진행되면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집어삼키리란 게 업계의 견해였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던 이번 사태가 가까스로 수습될 수 있었던 건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강한 반발이었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비대위를 구성, 유진그룹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수차례 농성을 벌였다.

비대위는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농성·주식 매각 엄포
사표·법적 대응 까지

이처럼 강경한 반발에도 유진그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견을 확인한 하이마트는 지난 11월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000여명이 전원 연차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하리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주주와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 휴업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사표제출이라는 강수를 뒀다. 지점장 304명 전원과 임직원 등 총 358명은 비대위에 사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유진그룹이 30일 이사회에서 선 회장을 경질하겠다는 안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로 많은 직원이 사표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진그룹은 표결로 갈 경우 선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내고 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반발과 동맹휴업 현실화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통업체의 경우 대리점과 주요 거래처 관리 등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해 임직원들이 대거 유출될 경우 회사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진그룹은 유통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없어 직원 유출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이마트가 유진그룹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업에 돌아올 부메랑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등 성장일로를 걷고 있는 하이마트의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갈등 일단 봉합됐지만 경영권 욕심 여전 “불씨 남아”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 끊이지 않자 지분 매각 결정


억지로 악수를 하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갈등을 임시로 봉합했을 뿐 경영권 욕구는 아직 그대로여서 ‘종전’이라기보다 ‘휴전’이라는 것이었다. 그간 유지했던 ‘공동대표’ 체제에서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대표로 영역을 나누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복수 대표이사가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각자대표체제는 단독경영체제보다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제동을 걸면, 다른 쪽도 돌아가지 않는다. 양쪽이 물밑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하이마트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가 산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단 얘기다. 이 경우 의사결정 지연, 임직원 분열 등의 후유증도 우려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을 분리해 담당을 정해도 결국 그 둘을 아우르며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최고 경영자가 필요한데, 두 회장이 어떻게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상호비방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분쟁을 통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하이마트 기업가치 안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은 잡았지만, 상호불신과 감정적 앙금까지 치유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으로 역할분담은 했더라도 각자대표체제 하에서 권한은 서로 중복되고 충돌될 수밖에 없다”며 “주도권 다툼과 나아가 경영권 분쟁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어 양측은 사실상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유 회장과 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재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매각대상은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 32.4%, 선종구 회장과 아이에비홀딩스 및 선현석 상무 등 지분 20.76%, 그리고 HI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지분 등이다. 이는 하이마트 지분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것이 하이마트의 가치훼손을 막고 직원을 보호하며, 서로 좋은 감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 측도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언제든 재연”

그러나 업계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 나올 지분은 현재 시가(주당 7만3000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경영권 프미리엄까지 더해져 매각가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2007년말~2008년 하이마트 매각당시 발생, 나중에 별도로 하이마트가 떠맡았던 부채 8000억원 가량도 고려해야한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를 매각시점까진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 여전히 경영권 관련 리스크가 남아있단 얘기다. 업계가 두 회장이 남은 기간 동안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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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