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하이마트 회장) VS 유경선(유진그룹 회장), 하이마트 경영권 싸움 점입가경

“회장님 찍어내고 노른자만 쪽 빨아 드시겠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하이마트 직원들에 한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선 회장은 메일을 통해 “유진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경영은 제가 전담하기로 한 약속을 깨면서 경영 참여를 위한 임시 주총과 이사회 개최를 강행하는 등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유진그룹과 선 회장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정 어려워지자 알짜 회사인 하이마트 경영에 간여”
유진그룹, 경영권 정당 행사 의지 내비춰…갈등심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 회장이 콜옵션을 통해 추가 확보한 지분을 무기로 선 회장을 끌어내리려 하면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다.

선 회장은 대우전자 총판권 영업과 양판점 형태 사이에서 고민하던 경영진을 설득, 지금의 하이마트를 있게 한 사실상 창업자다. 선 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초 하이마트 국내 영업 본부장직을 맡은 데 이어 동년 말 회사의 사령탑에 올라 하이마트를 국내 최대 가전 전문 유통회사로 키워냈다.

콜옵션 통해 선회장
끌어내리려다 촉발

유 회장은 지난 2008년 하이마트 지분을 매입하면서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유진그룹은 당시 1조9500억원을 들여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그러나 자금의 75%는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었다. 유진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하이마트를 인수했고, 그 뒤 SPC와 하이마트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차입했던 자금을 모두 하이마트로 떠 넘겼다. 유진그룹은 부채를 갖고 있던 SPC를 그대로 합병시켜 어렵지 않게 하이마트를 손에 넣었다.

이후 유진그룹과 선 회장 사이에 별다른 불화는 없었다. 유진그룹이 선 회장의 ‘단독 경영’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가전 유통 부문 특성상 경험이나 노하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유진그룹 모체는 1954년 설립된 대흥제과라는 건빵 생산업체인데다, 현재 2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 모기업 유진기업은 건자재 부문 기업으로 사실상 가전 유통 부문 경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 10월6일 이사회를 열어 유경선 회장을 선 회장과 함께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하면서 분란의 조짐이 감지됐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국내외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하이마트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하이마트’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하이마트에 그룹 차원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 서겠다”고 공동대표제 선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유진그룹이 2007년 말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사업 특성 등을 고려해 경영을 선 회장이 전담토록 했는데 그 약속을 깨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하이마트의 성적은 선 회장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올해 하이마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9%나 증가했으며,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유진 측이 하이마트 경영에 직접 참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가운데 최근 유진그룹이 계약 당시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콜옵션 대상은 FI 지분의 4분의1인 6.9% 규모다. 유진기업이 현재 보유한 31.34%를 더하면 지분은 38.24%까지 늘어나 2대 주주인 선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된다. 현재 선종구 회장이 갖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17.37%이고, 아들 선현석씨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27.6%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진기업은 주총을 소집하고, 하이마트 측에 선 회장을 해임하고 유 회장을 자리에 앉힌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30일 열리는 주총과 이사회 안건이 ‘대표이사 개임’이기 때문에 하이마트 측에서는 사실상 선 회장을 몰아내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또 임시 이사회 장소도 당초 서울 대치동의 하이마트 본사에서 공덕동 유진기업 사옥으로 바꿨다. 홈그라운드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하이마트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이마트 측 관계자는 “유진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독자 경영을 약속했다가 그룹 사정이 어려워지자 뒤늦게 알짜 회사인 하이마트 경영에 간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에서 하이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 회장, 임직원 각별
내부 분위기 격앙

이번 일로 하이마트 내부는 몹시 격앙돼 있는 분위기다. 선 회장과 임직원들의 관계가 유독 각별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임직원 대부분이 창업 때부터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때문이다.

급기야 하이마트 직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하이마트 임직원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 11월24일 오전 성명을 내고 유진그룹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해 30일 열릴 주주총회에 상정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비대위는 “유통 사업의 경험이 없는 유진의 일방적 경영 참여는 부적절하다”며 “하이마트는 지분 31%를 소유한 유진만의 회사가 아니고 하이마트 임직원을 포함한 69% 주주 모두의 회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하이마트는 지난 해 가전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올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0.9%나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이는 선종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리더십과 5000여명의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결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는 “그런데도 유진은 경영성과도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임기도 많이 남아있는 선종구 대표이사를 교체하려 한다”며 “인수 당시 유진이 창업자인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다고 약속해 선 회장도 전 재산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비대위는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대표이사 개임 건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마트는 강력하게 반발…304개 점포 셔터문 내려
우호지분 결집에 시선…유진 38.24%vs선 회장 27.6%

사태가 확산되자 외부 시각을 의식, 조심스러운 입장을 지켜오던 유진그룹도 입을 열었다. 유진그룹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진그룹이 M&A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도 최대주주로서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하이마트에 대한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의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에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다는 하이마트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진그룹은 “지난 4년간 선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경영 수준의 배려를 해왔다”며 “선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진그룹은 특히 최근 선 회장의 행보를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유진그룹에 따르면 이 그룹은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하이마트에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유경선 회장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했고 선 회장도 이에 동의했는데 그는 정작 이사회에는 사전 연락도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선 회장은 갑자기 공동대표 대신 각자대표를 요구했으며 이를 수용하자, 다시 단독대표를 주장했으며 ‘문서로 확답을 해주기 전에는 만날 생각도 없다’는 있을 수 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유진그룹은 주장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4년간 선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면서 독자적인 경영수준의 배려를 해봤지만 ‘2대 주주’라는 지분이 경영권을 담보하지 않는다”라면서 “선 회장의 행동은 최대주주의 경영참여를 영구히 배척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또 “선 회장은 지난 18일 소집된 긴급 임원회의에서 자신이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것이니 임원들은 21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했다”면서 “경영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는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식의 행태는 실행 여부를 떠나 모든 주주와 회사 관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22일 선 회장이 하이마트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발송도 ‘월권행위’”라며 “이사회 의장 선임을 의안으로 오는 30일 개최 예정인 하이마트 이사회에 대표이사 개임의 안건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봉합 어려운 지경
우호지분 결집 시선

유진그룹은 콜옵션 행사가 지분 경쟁으로 인식되는 부분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만약 2대 주주가 추가지분을 취득, 최대주주로 바뀌는 것이라는 일리가 있지만 이번 옵션 행사로 인한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위변동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견을 확인한 하이마트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지난 11월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000여명이 전원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 지점 지점장들은 서울 대치동 본사로 상경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이마트는 절대로 경영권을 내주지 않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달음에 따라 시선은 이날 열리는 주총에서 양측이 우호지분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에 몰렸다. 주총에서 선 회장이 얼마나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유진그룹과 선 회장 측은 우호지분 확보에 본격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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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