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 ‘꿀꿀이죽’ 사태에 김철호 대표 책임론 들썩

딴 데 눈 돌리다 ‘제대로 죽 쒔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죽 점문점 ‘본죽’이 제대로 죽을 쒔다. 아예 말아 먹게 생겼다는 말까지 들린다. 최근 방송에서 고발된 식재료의 재탕 사용과 허위 원산지 표기 등 때문이다. 본죽은 이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5개 매장을 영업정지 시켰다.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을 했고 재발방지 약속도 했다. 보기 드문 ‘정공법’이었다. 그럼에도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일각에서 김철호 대표의 책임론까지 흘러나오면서 본죽의 표정은 아예 ‘죽을 맛’이 됐다.

사과문 게재, 시정 및 향후 로드맵 제시 ‘정공법’
네티즌 시선 여전히 차가워…관리시스템에 허점


지난 16일 MBC <불만제로>에서는 죽 전문점이 식재료를 재탕하는 모습을 비롯해 허위 원산지 표기 등이 방송됐다. 문제의 가맹점은 손님이 먹다 남긴 반찬과 삼계죽에 들어가는 인삼·대추 같은 식재료를 재사용 하는가하면 1인분에 들어가는 송이버섯 정량을 2인분으로 나눠넣기도 했다.

특히 3일이 지난 죽을 재탕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원산지 표시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했고 원산지 표기법을 어기고 중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가맹점도 있었다.

3일 지난 죽 재탕

방송이 나간 이후 해당 죽전문점이 ‘본죽’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본죽을 운영하고 있는 본아이에프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본죽은 지난 11월20일 홈페이지 사과문과 함께 <불만제로>에서 보도된 가맹점 소공동점, 동여의도점의 영업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수조사를 통해 운영지침을 지키지 않은 3곳에 대해 추가로 영업을 정지한다고 공지했다. 용산파크자이점과 여의도역점, 신림양지병원점 등이 포함됐다. 영업정지를 당한 가맹점들은 계약해지가 되어 영구적으로 ‘본죽’이라는 이름을 걸고 영업할 수 없다.

본죽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안은 일부 가맹점의 불미스러운 영업행위”라며 “본사에서는 국내산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수급불균형으로 수입식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입장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본죽은 “확인절차 때문에 사과문이 20여시간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본죽은 또 “현재 본사에서 허용하는 식자재의 12%는 중국산”이라며 “자연산 송이는 중국고산 청정지역 티벳의 자연송이를 채취·수입해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절단낙지, 새우살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온라인상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따로 없네요” “죽 전문점들은 병원 근처에 밀집해있는데 아픈 환자들이 저 쓰레기 재활용 죽을 먹을 걸 생각하면” “우리 동네 본죽은 아니라고 믿고 싶네요” 등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최고의 건강식 전문업체로 자리 잡은 본죽은 그동안 언론매체 등을 통해 엄선된 재료와 철저한 위생, 고급 죽을 강조해 왔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죽은 병을 앓고 있는 노인이나 소화기능이 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식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사태를 두고 프렌차이즈 업계 일각에선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한 프렌차이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브랜드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올렸으면, 새로운 변화를 통한 추가 이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와 노력은 필수다.

그러나 김 대표는 내실을 다지는 대신 본비빔밥과 본국수대청, 본도시락 등 유사한 업종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데 눈을 돌렸다. CEO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면 기존 브랜드는 자연스레 소외되기 마련. 본죽이 가맹본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며 권리인 가맹점 관리에 허점을 내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경영철학 거짓말

“본죽이 맛있고 몸에 좋은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재료에서 웰빙을 추구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죠. 재료 선택부터 관리까지 철저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웰빙의 첫 걸음은 ‘음식을 상품으로 보지 않는 정직함’에서 출발합니다.”

김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교육과 관리가 성공의 비결”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의 경영철학은 한순간 거짓이 돼 버렸다. 김 대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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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