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구원투수 영입한 내막

9회말 투아웃 "이번에도 실패하면 쓰리아웃 겜 끝!"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야심작인 K2 흑표전차의 엔진 개발시험평가를 앞두고 구원투수를 영입했다. 그 주인공은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 자타공인 국내 최고 엔진 개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엔진에서 갖은 결함이 발견되면서 체면을 잔뜩 구긴 두산인프라코어로서는 이 전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전 부회장을 바라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표정에 기대를 넘어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유다.

두산그룹이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을 자문으로 영입했다. 야심작인 K2 흑표전차 엔진 개발시험평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7월부터 두산인프라코어 자문을 맡아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차는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이라는 시스템을 탑재한다. 1000마력이 넘는 대출력 엔진을 전차의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도록 크기를 최소화하고 수십톤에 달하는 전차가 승용차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주행토록 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잦은 엔진 결함

특히 K2전차에 적용되는 1500마력급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은 전 세계적으로 독일 기업만이 생산 가능한 최고 기술이다. 그러나 기술 이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와 군, 방산업계는 기술 자립을 위해 국산화에 도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1500마력급 엔진을, S&T중공업이 변속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테스트 과정에서 갖은 결함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체면을 잔뜩 구겼다. 엔진과 변속기를 각각 단품으로 놓고 봤을 때에는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파워팩으로 결합해 테스트를 했을 때 발생했다.

결합해 가동되는 경우에 맞춰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된 제품만 수입산으로 교체할 수는 없다. 파워팩으로 결합됐을 때 가동을 제대로 못하면 두 제품 모두 쓸 수 없게 돼 국산화는 물거품 된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기회를 한 번 더 줬다. 내년부터 K2를 전력화하려던 계획을 1년 늦춰 결함을 보완한 뒤 국산 부품을 사용할지를 결정키로 했다. 이를 결정하는 개발시험평가는 오는 11월말 실시될 예정이다.

지난 7월,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 자문으로 영입
K2전차 엔진 결함·횡령·커넥션 등 위기 돌파용

이번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K2전차 파워팩 국산화는 사실상 중단된다. 이 경우 파워팩 국산화에 투자한 금액 1175억(정부 725억, 업계 450억)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당연히 두산인프라코어가 이 전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벼랑 끝에 선 처지여서 더욱 간절하다. 엔진 국산화의 성공을 회생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불합격 판정을 받을 경우 회사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표정에 기대를 넘은 절박함이 배어나오는 이유다.

지난 6월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부풀려 국가예산 70여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흑표전차 엔진에 써야할 돈을 굴착기 엔진 등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엔진을 시험할 때 쓴 기름값을 흑표전차 엔진 시험에 쓴 것으로 꾸미는가 하면 해외 연수 중인 직원 10명의 인건비도 허위 청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 5년간 부당 청구된 무려 7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2009년에도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 비리와 국책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두산계열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8명이 사법 처리됐다. 이들은 7건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개발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으로 정부지원금 196억원 가운데 79억여 원을 횡령해 기술사용료, 다른 프로젝트 연구개발비 등으로 사용했다.

또 이처럼 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불구, 이번 국정감사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및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던 것을 두고 정치권과의 ‘검은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쟁사인 LIG넥스원 관계자들이 국감 때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점은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사정당국은 두산이 올해 국감을 앞두고 국방위 여야 간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잡고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전망 어두워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평가를 성공으로 이끌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겠다고 잔뜩 벼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은 군 당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파워팩의 성능을 끌어올리지 못해 불합격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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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