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기무사 요원들 재취업 루트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16:20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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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군인이 주류회사 CEO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요원들은 퇴직 후 어떻게 살까. 최근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출신들이 지난 10년 간 퇴직 후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기무사 요원들이 재취업하는 기업은 다양했다. 주류업체 CEO가 된 요원도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방부 기무사령부 취업심사 현황’을 토대로 퇴직 후 기무사 요원들의 행적을 살펴봤다. 
 

지난달 22일, 기무사 요원들이 무기 도입 사업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요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대령급 이상 기무사 간부 24명이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통과해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중령 제외
2명은 불통과

10년 간 기무사령부 취업심사 현황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의 취업심사를 받은 기무사 요원은 총 26명이었다. ▲소장 3명 ▲준장 9명 ▲대령 12명 ▲군무원 2급 2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한 기무사 요원들의 신상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상장 기업 중 대표이사·전무이사·감사 등으로 재직했던 기무사 요원들의 신상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기무사 요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곳은 단연 방산업체였다. 26명 중 10명이 방산업체나 단체에 취업심사를 받았다. 이중 8명이 재취업에 성공했으며, 2명은 취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2월 퇴직한 기무사 이모 전 육군 준장은 2009년 3월 휴니드테크놀러지스에 방산사업본부 부본부장(전무이사)으로 재취업했다. 이 기업은 군 통신 분야와 원격무선폭파 기술을 개발한다. 2010년 연말에 휴니드테크놀러지스를 사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준장은 기무사에서 기무사부대장과 기무사처장을 지냈던 인사다. 

2015년 12월 퇴직한 기무사 장모 전 공군 준장은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 협회는 군 항공을 비롯해 항공·우주 산업을 육성한다. 장 전 준장은 2016년 3월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지난해 기무사 출신 장군과 대령 22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선언했을 당시 장 전 준장도 함께했다. 

국방부 기무사령부 취업심사 문건 입수
10년 간 26명 통과…8명은 방산업체로

이 외에 기무사 요원들이 취업한 방산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육군 대령 보안팀장 취업), 삼성탈레스(육군 대령·상근고문 취업), LIG넥스원 연구소(해군 대령·전문위원 취업), 우리별(육군 대령·고문 취업), 공우이엔씨(육군 대령·감사 취업) 등이다. 

취업 제한을 받은 방산업체는 LIG넥스원(육군 준장·고문)과 현대로템(육군 소장·감사)이다. 취업심사에 통과했지만, 막판 인사에서 엎어진 기무사 요원도 있다. 

2015년 12월 퇴직한 이모 전 육군 준장은 인사혁신처의 취업 심사에 통과해 국방기술품질원 원장으로 유력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 출신이었던 이창희 전 육군 대령이 임명되면서 이 전 준장은 재취업에 실패했다. 
 


기무사 요원들의 방산업체 재취업 문제를 지적한 안 의원은 “현직 기무사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기무사 요원들에게 제공하고, 자신들도 퇴직 시 방산업체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산업체 외에도 기무사 요원들은 건설·항공·보안·반도체 등 다양한 기업으로 재취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하고 
어디 가나

대부분 고문·전문위원 직책으로 재취업했다. 기무사 요원을 고문으로 채용한 기업은 오디오업체 인켈(육군 소장), 보안업체 에스원(육군 대령), 식품업체 한국야쿠르트(육군 소장), 섬유업체 엔티피아(육군 준장), 건설업체 대림산업(육군 준장)이다.

상장사 주류업체 감사로 취업해 CEO까지 된 기무사 요원도 있다. 2010년 12월 기무사에서 퇴직한 강민철 전 해군 준장은 2011년 3월 경남지역 소주 업체인 ‘무학’의 감사로 재취업했다.

강 전 준장은 그 다음해 무학 오너인 최재호 전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된 뒤 2013년 최 전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나면서 무학의 경영을 총괄했다. 이후 약 6년 간 무학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올해 3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강 전 준장도 지난해 기무사 출신 장군과 대령 22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선언 했을 때 동참했다. 

기무사 출신의 군무원이 반도체 기업의 감사로도 재취업했다. 반도체 기업인 에이티세미콘은 2015년 6월 기무사에서 퇴직한 군무원 2급 출신 조모씨를 2016년 12월부터 상근 감사로 선임했다.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군무원 2급은 대령에 준한다. 

각양각색 
제2의 인생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씨는 기무사에 있을 당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조씨가 예비역 준장·대령 출신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 전직 공군 중령 출신은 “군무원 1∼2급 대부분은 진급을 못했거나 부득여하기 전역한 예비역 준장·대령을 위한 자리”고 귀띔했다. 

대기업의 비상기획관으로도 기무사 요원들이 채용됐다. 현대건설(2011년 11월 해군 대령 취업), 한화케미칼(2015년 5월 공군 대령 취업), 태영건설(2015년10월 해병 대령 취업)은 대령급 기무사 출신을 비상계획관으로 채용했다. 

비상계획관은 국가서 지정한 기업 및 기관서 전시업무 수행과 직장민방위대 및 예비군 업무 협조·조정에 관한 일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비상계획관은 ‘퇴역 군인들의 낙하산 자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퇴직하자마자 두 개 기업의 이사가 될 뻔(?)한 요원도 있다. 2015년 1월 기무사에서 퇴직한 김모 육군 대령은 같은 해 2월 철강 플랜트 기업 SAC에 임기는 3년으로 전무이사에 선임됐다.  

무학 강민철 전 대표 기무사 출신 
반도체, 철강, 항공, 식품 회사로

그 다음 달 또 다른 철강 기업인 화인베스트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김 전 대령은 주주총회서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사퇴했다. 김 전 대령은 육군 3사관한교 출신으로 기무사 보안처장과 기무학교장을 지냈다. 

이 외에도 항공사 대한항공(육군 대령·보안팀장 취업), 시설유지 관리업체 맥서브(군무원 2급·차량관리원), 외국계 콘크리트 기업 씨카코리아(공군 대령·부사장), 통신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해군 준장·부사장) 등 다양한 직책으로 기무사 요원들이 재취업했다.   

일각에서는 10년 간 취업심사를 받은 기무사 요원들(26명)이 생각보다 적다는 의구심이 나온다. 이는 중령·소령이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규백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인사혁신처 취업심사 대상은 대령 이상부터다. 기무사 출신 중령·소령 중에서도 방산업체와 대기업의 실무자급으로 재취업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내부에서 기무병과는 승진이 어려운 보직 중 하나다. 가장 많이 올라갈 수 있는 게 소장까지다. 10년 간 취업심사를 받는 인원이 적은 건 그만큼 승진하는 인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감 노리고
방산 커넥션?

인사혁신처는 퇴직한 중령·소령도 보직에 따라 취업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예비역이 된 중령·소령 경우 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에 따라 취업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소속된 부서에 따라 급수에 상관없이 재산공개 대상이 된다. 재산공개 대상자는 퇴직 후 취업심사 대상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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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