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국회의장 문희상에게 변화를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0:46:09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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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은 의원답게 국회는 국회답게 “달라지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 깊은 시간이다. 추석이 있는 9월은 ‘국회의 달’이기도 하다. 국회는 지난 3일부터 시작된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 동안 ‘협치’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후반기 국회의장이 된 문 의장은 취임일성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일 있은 정기국회 개회식서 문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100일을 민생입법의 열매를 맺기 위한 협치의 시간, 국회의 시간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협치의 열쇠를 쥔 문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대담을 통해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문 의장과 일문일답.

- 추석을 맞은 국민들께 덕담 한 말씀.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가고 한 해의 땀과 정성을 수확하는 축복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습니다. 더욱이 일자리 문제, 소득 양극화 심화 등 민생의 어려움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지쳐있는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제시했습니다. 저는 의장 임기동안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 그 한가운데서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어떤 심정이셨는지?
▲지난 8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 2차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전쟁 속에서 헤어졌던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와 딸, 형제와 자매는 65년이 지나서야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재회했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속에는 천륜을 끊어버렸던 전쟁의 비정함과 분단세월의 야속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6·25전쟁과 지난 70년의 분단이 애꿎은 사람들의 천륜을 끊어버렸습니다. 이제 정치가 이들의 천륜을 이어줘야 합니다. 결자해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여야 정치권이 뜻을 모아 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정치를 시작한 지 40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 목표하셨던 일을 많이 달성하셨는지?
▲‘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의 제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여러 경험이 쌓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서 부덕하고 불민하기 짝이 없는 저에게 국회의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겨주셨습니다. 국회의장직을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정치인생 40년의 경험과 지혜를 모두 쏟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역사적 소임을 수행하겠습니다.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강조
정기국회 100일 레이스, 역할론↑

- 40년 정치인생 중 가장 힘들었을 때와 힘이 났을 때를 각각 꼽아주신다면?
▲아마 2009년이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민주정부 1, 2기 10년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해에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하셨는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1997년 대선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뤘을 때,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으로서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에 매일 아침 새로운 힘이 나는 듯합니다.  

- 지난 3월 발표된 ‘2017사회통합실태조사’ 신뢰부문서 국회가 꼴찌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통계청의 ‘2017 한국의 사회지표’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6선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관신뢰도 조사에서 만년 꼴찌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는 국회를 보고 싸움 좀 그만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국회는 싸움을 하는 곳입니다. 국회는 의견이 다른 이익, 계층, 지역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전부 모인 곳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입니다. 


매일 싸우며 일해야 살아서 펄펄 뛰는 국회가 되는데,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막말로 싸우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논리 대 논리로 싸우며, 서로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받는 국회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삼국지 인물과 연관된 별명을 갖고 계십니다(겉은 장비, 속은 조조). 의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삼국지 인물 중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면?
▲저는 별명을 즐기는 편입니다. 정치인이 별명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다양한 별명을 붙여주시는 것은 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는 행복한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저를 보고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생긴 모습 때문에 장비로 불리는 것은 이제 제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왕 머리가 좋다고 표현해 주시는 것이라면 조조보다는 제갈공명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7기관신뢰도 꼴찌
“꼭 신뢰받는 국회로”

-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각오 한 말씀.
▲국정감사뿐 아니라 정기국회 100일은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국회가 국회다워지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은 입법부의 몫이자 입법부 본연의 역할입니다. 
 

특히 국정감사는 상임위별로 피감기관에 대해 현미경 감사를 실시하고 정책현장, 민생현장을 두루 점검한 뒤 그 결과를 예산안 심사와 민생입법 발의·심사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국회 활동의 필수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가 지적과 비판이 난무하는 여야 정쟁의 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한 사항들이 시정되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 ‘정책 검증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또한 상임위뿐 아니라 상임위 소위원회도 활성화해 상시적으로 정부정책을 검증·견제하는 상시국회 체계로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 곤란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만, 최근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폐지 문제로 잡음이 많았습니다. 국민들이 특활비 사용에 분노했던 이유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저는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대명천지에 쌈짓돈이 어디 있고 주머닛돈이 어디 있느냐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활비라는 예산의 성격상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알고 보면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바꿔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지난 8월16일 특활비 용도에 부합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액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특활비 폐지를 계기로 예산, 인사, 조직운영 등 국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실천할 것입니다. 이미 의장 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그동안의 방만한 운영, 예산 낭비 등을 철저히 살펴보고 바로 잡아갈 것입니다.

- 연내 개헌을 강조하셨습니다. 로드맵은?
▲개헌안을 제안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회가 합의하면 대통령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국회가 할 때입니다. 여야 모두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각 당 원내대표가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개헌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개헌안 도출을 위해 교섭단체 대표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고 독려하겠습니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
“제갈량으로 불러달라”

- 원내에만 7개 정당이 있습니다. 이들의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실 건지?
▲다당제의 제20대 국회는 협치가 숙명입니다.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 선진화법도 협치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7월13일 ‘협치로 국회의 계절을 열어가자’고 제안했고, 여야 각 정당 지도부서 흔쾌히 화답해주셨습니다. 머리를 맞대면 협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원칙에 맞고, 여야 간 합의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협치의 3원칙은 첫째 대의명분, 국민적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절차적 투명성, 밀실서 하면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타이밍입니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듯이 타이밍이 맞아야 협치가 완성됩니다. 저 또한 국회가 하나로 뭉쳐서 새롭고 든든한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여러 당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치와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 역대 국회의장 중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역대 국회의장 모두 국가와 국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시기마다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의장 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국회의장은 국정운영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이기 때문에 그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해공 신익희 선생께서는 ‘민주주의는 얼른 생각하면 모든 일이 치밀하지 못하고 대단히 둔하게 보일 때가 있다. 굼뜨고 민활하지 못해도 이것이 튼튼하고 가장 옳은 길이고 드문드문 더뎌도 황소의 걸음이다’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국회가 지금 당장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르지 못하는 못난 모습입니다. 앞으로 협치를 바탕으로 의회주의가 만발하고 국회가 더욱 국회다워질 수 있도록 ‘호시우행’의 자세로 변화해 나가겠습니다.


<chm@ilyosisa.co.kr>


[문희상은?]

▲서울대 법학 학사
▲제26대 대통령비서실 실장
▲전 국회 부의장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6선 국회의원(14·16·17·18·19·20대)
▲제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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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