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대담> 국회의장 문희상에게 변화를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0:46:09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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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은 의원답게 국회는 국회답게 “달라지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 깊은 시간이다. 추석이 있는 9월은 ‘국회의 달’이기도 하다. 국회는 지난 3일부터 시작된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 동안 ‘협치’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후반기 국회의장이 된 문 의장은 취임일성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일 있은 정기국회 개회식서 문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100일을 민생입법의 열매를 맺기 위한 협치의 시간, 국회의 시간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협치의 열쇠를 쥔 문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대담을 통해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음은 문 의장과 일문일답.

- 추석을 맞은 국민들께 덕담 한 말씀.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가고 한 해의 땀과 정성을 수확하는 축복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습니다. 더욱이 일자리 문제, 소득 양극화 심화 등 민생의 어려움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지쳐있는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제시했습니다. 저는 의장 임기동안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더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 그 한가운데서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어떤 심정이셨는지?
▲지난 8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 2차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전쟁 속에서 헤어졌던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와 딸, 형제와 자매는 65년이 지나서야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재회했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속에는 천륜을 끊어버렸던 전쟁의 비정함과 분단세월의 야속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6·25전쟁과 지난 70년의 분단이 애꿎은 사람들의 천륜을 끊어버렸습니다. 이제 정치가 이들의 천륜을 이어줘야 합니다. 결자해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여야 정치권이 뜻을 모아 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정치를 시작한 지 40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 목표하셨던 일을 많이 달성하셨는지?
▲‘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의 제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여러 경험이 쌓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서 부덕하고 불민하기 짝이 없는 저에게 국회의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겨주셨습니다. 국회의장직을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정치인생 40년의 경험과 지혜를 모두 쏟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역사적 소임을 수행하겠습니다.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강조
정기국회 100일 레이스, 역할론↑

- 40년 정치인생 중 가장 힘들었을 때와 힘이 났을 때를 각각 꼽아주신다면?
▲아마 2009년이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민주정부 1, 2기 10년 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해에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하셨는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1997년 대선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뤘을 때,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으로서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에 매일 아침 새로운 힘이 나는 듯합니다.  

- 지난 3월 발표된 ‘2017사회통합실태조사’ 신뢰부문서 국회가 꼴찌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통계청의 ‘2017 한국의 사회지표’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6선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관신뢰도 조사에서 만년 꼴찌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는 국회를 보고 싸움 좀 그만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국회는 싸움을 하는 곳입니다. 국회는 의견이 다른 이익, 계층, 지역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전부 모인 곳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입니다. 


매일 싸우며 일해야 살아서 펄펄 뛰는 국회가 되는데,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막말로 싸우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논리 대 논리로 싸우며, 서로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받는 국회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삼국지 인물과 연관된 별명을 갖고 계십니다(겉은 장비, 속은 조조). 의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삼국지 인물 중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면?
▲저는 별명을 즐기는 편입니다. 정치인이 별명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다양한 별명을 붙여주시는 것은 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는 행복한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저를 보고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생긴 모습 때문에 장비로 불리는 것은 이제 제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왕 머리가 좋다고 표현해 주시는 것이라면 조조보다는 제갈공명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7기관신뢰도 꼴찌
“꼭 신뢰받는 국회로”

-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각오 한 말씀.
▲국정감사뿐 아니라 정기국회 100일은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국회가 국회다워지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은 입법부의 몫이자 입법부 본연의 역할입니다. 
 

특히 국정감사는 상임위별로 피감기관에 대해 현미경 감사를 실시하고 정책현장, 민생현장을 두루 점검한 뒤 그 결과를 예산안 심사와 민생입법 발의·심사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국회 활동의 필수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가 지적과 비판이 난무하는 여야 정쟁의 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한 사항들이 시정되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 ‘정책 검증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또한 상임위뿐 아니라 상임위 소위원회도 활성화해 상시적으로 정부정책을 검증·견제하는 상시국회 체계로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 곤란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만, 최근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폐지 문제로 잡음이 많았습니다. 국민들이 특활비 사용에 분노했던 이유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저는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대명천지에 쌈짓돈이 어디 있고 주머닛돈이 어디 있느냐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활비라는 예산의 성격상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알고 보면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바꿔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지난 8월16일 특활비 용도에 부합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액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특활비 폐지를 계기로 예산, 인사, 조직운영 등 국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실천할 것입니다. 이미 의장 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그동안의 방만한 운영, 예산 낭비 등을 철저히 살펴보고 바로 잡아갈 것입니다.

- 연내 개헌을 강조하셨습니다. 로드맵은?
▲개헌안을 제안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회가 합의하면 대통령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국회가 할 때입니다. 여야 모두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각 당 원내대표가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개헌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개헌안 도출을 위해 교섭단체 대표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고 독려하겠습니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
“제갈량으로 불러달라”

- 원내에만 7개 정당이 있습니다. 이들의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실 건지?
▲다당제의 제20대 국회는 협치가 숙명입니다.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 선진화법도 협치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7월13일 ‘협치로 국회의 계절을 열어가자’고 제안했고, 여야 각 정당 지도부서 흔쾌히 화답해주셨습니다. 머리를 맞대면 협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원칙에 맞고, 여야 간 합의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협치의 3원칙은 첫째 대의명분, 국민적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절차적 투명성, 밀실서 하면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타이밍입니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듯이 타이밍이 맞아야 협치가 완성됩니다. 저 또한 국회가 하나로 뭉쳐서 새롭고 든든한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여러 당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치와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 역대 국회의장 중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역대 국회의장 모두 국가와 국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시기마다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의장 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국회의장은 국정운영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이기 때문에 그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2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해공 신익희 선생께서는 ‘민주주의는 얼른 생각하면 모든 일이 치밀하지 못하고 대단히 둔하게 보일 때가 있다. 굼뜨고 민활하지 못해도 이것이 튼튼하고 가장 옳은 길이고 드문드문 더뎌도 황소의 걸음이다’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국회가 지금 당장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르지 못하는 못난 모습입니다. 앞으로 협치를 바탕으로 의회주의가 만발하고 국회가 더욱 국회다워질 수 있도록 ‘호시우행’의 자세로 변화해 나가겠습니다.


<chm@ilyosisa.co.kr>


[문희상은?]

▲서울대 법학 학사
▲제26대 대통령비서실 실장
▲전 국회 부의장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6선 국회의원(14·16·17·18·19·20대)
▲제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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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