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탐욕에 찌든 금융가 실태

서민 코 묻은 돈 끌어 모아 배 두드린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은행, 카드사, 보험사를 막론한 금융권의 탐욕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수수료 잔치를 벌이며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 내는가하면, 보험료율 담합으로 고객에 피해를 끼치기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모두 제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 ‘봉’ 취급당한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참다 못 한 국민들은 결국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고 여론은 금새 가열됐다. 화들짝 놀란 금융회사들은 그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러운 민낯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일 수수료 논란이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마당에 은행권이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사업보다 서민들 ‘푼돈’을 뜯어 제 잇속을 차린다는 비판 속에 논란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신용카드업계

가맹점 수수료 사상 최대…영세 상인들 반발
0.2%p 인하하기로 결정했지만 ‘생색내기’ 지적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 701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상반기(8617억원)보다 18.6% 줄어든 수치다. 외견상으로는 경영사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회계기준이 바뀐 데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지난해 상반기 2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순이익은 1400억원이나 늘어난 셈이 된다.

카드사 수익은 가맹점수수료, 할부카드수수료, 현금서비스수수료, 카드론 수익 등으로 나눠진다. 이중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즉 카드사의 가장 중요한 수익 원천이다.

그리고 가맹점수수료는 매년 1조원씩 늘고 있다. 가맹점수수료는 ▲2008년 5조5847억원 ▲2009년 6조1296억원 ▲2010년 7조1949억원 등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4조956억원에 달하는 가맹점수수료를 챙겼다. 하반기에 여름철 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대규모 카드 결제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가맹점수수료는 8조원 중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을 뿐 부당하게 수수료율을 높여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음식업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치업종으로 분류되는 골프장 수수료가 1.5%인데 평균 2.65%에 달하는 음식점 수수료는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음식점중앙회는 수수료를 1.5% 이하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18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처럼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론이 거세지면서 카드사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카드 업계는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을 정했다. 인하폭은 0.2%포인트 내외. 이렇게 되면 2% 수준인 수수료율이 1%대로 떨어지게 된다. 카드사들은 담합 등을 의식해 대형사가 먼저 내린 뒤 다른 업체가 이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영세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음식업중앙회 측 관계자는 “0.2%포인트 인하를 하더라도 1.8~1.9% 수수료가 유지되는데, 이를 대형업체와 똑같은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검토 대상 업체들은 1억2000만원 이하 영세 업체들로, 휴·폐업의 위험에 상시노출 돼 있을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업체들”이라며 “소폭 인하하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나마 연매출 1억2000만원 이상인 외식업체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인하 검토 발표는 당장의 비난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업계

이자이익률보다 높다 수수료 수익…사실상 폭리
ATM 수수료 인하?적용범위 확대…실효성 의문

은행권에서도 ‘수수료 잔치’가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 18개 국내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무려 2조2567억원. 은행들이 총 15조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2007년 상반기의 수수료 이익(2조2366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원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수수료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은행들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7조1375억원으로 이자수익(34조3052억원)의 50%정도에 해당한다. 이자이익률이 50%라는 얘기다. 그런데 은행들의 상반기 수수료 이익은 수수료 수익(3조3015억원)의 68%에 달해 이익률이 이자이익률보다 훨씬 높다. 사실상 폭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수수료가 미국보다 싸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은행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자동화기기(ATM) 현금인출 수수료는 은행별로 500~1200원에 달한다. 영업시간보다 시간외 인출이 훨씬 비싸고, 다른 은행 ATM에서 인출하면 그 수수료는 2배에 달한다.

그런데 미국 씨티은행,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등의 글로벌 은행은 자기 은행이나 다른 은행, 영업시간이나 시간외를 막론하고 대부분 `0원을 적용하고 있다. 주거래은행 창구를 이용한 계좌이체도 이들 해외은행은 자기 은행 지점간 계좌이체는 모두 무료로 하고 있다. 인건비 운운하며 최대 2000원을 받는 국내 은행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은행들은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입액의 1%가 넘는 판매수수료를 떼는 것도 모자라 매년 1%가량의 ‘판매보수’를 따로 받고 있다. 고객들이 매년 내는 펀드 수수료 가운데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까워 10∼30%에 불과한 선진국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수수료가 차지하는 이익 비중도 문제다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비중이 40%에 가까워 7.1%에 불과한 국내 은행들의 비중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만큼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인수합병(M&A) 중개, 기업상장(IPO), 채권 발행 등 고부가가치 금융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들처럼 계좌이체수수료, 현금인출수수료 등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낸 수수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수료 잔치’를 질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태다. 서민 달래기에 나선 카드사들과 달리 은행들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결국 여론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외압을 가했고 은행들은 그 제서야 대책을 내놨다.

은행들은 ATM 이용 시 과도하게 적용했던 수수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은행들은 영업시간 내 ATM을 이용할 경우 자행(같은 은행)은 면제하지만 타행(다른 은행)은 인출수수료(800∼1000원)와 송금수수료(600∼1000원)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업시간 내 ATM 인출수수료와 송금수수료가 400∼500원과 300∼500원으로 인하되는 방안이 마련된다.

영업시간 내 창구를 통한 송금수수료 역시 최고 1500원(자행)과 600∼3000원(타행)이지만 이 역시 내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영업시간 외 자행 ATM을 이용할 때도 인출·송금수수료가 500∼600원과 최고 600원이었지만 250∼300원과 최고 300원으로 각각 50% 낮춰진다. 같은 시간대 타행 ATM을 이용할 경우에 1000∼1200원과 800∼1600원인 인출·송금수수료 역시 500∼600원과 400∼800원으로 인하된다.

수수료 면제 대상도 확대된다. 65세 이상 노인은 물론 차상위계층, 소년소녀 가장과 대학생에 대해서도 인출·송금수수료를 면제하는 쪽으로 은행들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겉보기엔 파격적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다. 수수료 인하 혜택의 대상이 저소득층에 국한돼 있는데다, 고객 문의가 많은 타행이체 수수료 등은 여전히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어 고객들의 체감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보험료율을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 끼쳐
불법·편법 동원해 벌어들인 돈 흥청망청 사용해

보험사의 탐욕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율을 담합해 제 배를 불리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공정위는 최근 생명보험시장에서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 보험상품의 이자율을 밀약한 12개 생명보험회사에 과징금 3600여억원을 부과키로 했다.

이들의 담합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14개 생명보험사와 10개 손해보험사, 농협이 단체보험과 퇴직보험료 결정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265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보험사들은 지난 2007년에도 손보상품의 보험료율을 짠 것이 적발돼 과징금 500억원을 부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손해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2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보험사는 불법?편법을 동원해 손쉽게 벌어들인 돈을 대주주 고배당과 임직원 고임금으로 흥청망청 사용했다. 지난해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배당성향을 보면 대한생명이 42.06%로 가장 높았다. 이 보험사 배당금 1천995억원의 절반가량이 계열사인 한화건설(지분율 24.88%), 한화(21.67%), 한화케미칼(3.71%) 등에 돌아갔다. 다른 보험사들의 배당성향도 LIG손해보험 36.02%, 현대해상 35.30%, 메리츠화재 32.47%, 삼성화재 26.28%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작년 회계연도(사외이사 제외)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메리츠화재가 31억4600만이었고 LIG손해보험(16억3300만원), 삼성생명(14억5700만원), 현대해상(10억9900만원), 코리안리(10억32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코리안리가 9000만원이었고 삼성생명(8200만원), 현대해상(7400만원), LIG손해보험(6900만원), 메리츠화재(6100만원) 등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