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민주당 당권 잡은 이해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03 16:53:19
  • 호수 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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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친노 좌장…문과 호흡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변은 없었다. 문재인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의 쌍두마차인 여당을 이끌 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었다. 선거에 앞서 이미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이 신임 대표는 ‘집권 20년 플랜’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서 열린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서 대의원·권리당원·국민여론조사·일반당원 여론조사 등 4개 항목 모두 송영길·김진표 의원을 압도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일반국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여론조사 5%, 대의원투표 45%, 권리당원 4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변 없었다
높은 인지도

45%가 반영돼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의원 현장투표서 이 대표는 40.57%를 득표해 각각 31.96%와 27.48%를 얻는 데 그친 송·김 후보를 눌렀다. 10%가 반영되는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44.03%을 기록, 송(30.61%)·김(24.37%) 후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5%가 반영되는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38.2%)와 송 후보(36.3%)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며 김 후보는 25.5%에 그쳤다. 월 1000원의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은 71만명 규모인 반면, 당비를 납부하지 않고 당원명부에만 올라있는 일반당원은 360만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김 후보의 강세가 점쳐졌던 권리당원 ARS 투표서도 우위를 보였다. 이 대표는 4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서 45.79%로 송 후보(28.67%)와 김 후보(25.54%)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오히려 대의원 투표보다 격차가 더 컸다.

당 안팎서 추진력과 경륜을 높이 평가받는 이 대표는 2년 임기 동안 당을 이끌며 2020년 총선도 진두지휘한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민단체·노동조합 등과 민생경제연석회의를 구성해서 노동·고용 문제나 민생 관련 사안들을 최우선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치열한 3파전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송영길·김진표 후보에게 중책을 맡겨 ‘원팀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송영길 후보는 북방경제에 관심과 조예가 많다. 김진표 후보는 경제정책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과 열정을 가졌다”며 “(그분들이 주도하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다양하고 유기적인 ‘당정청 협의’ 구상도 밝혔다. 이 대표는 “정기적으로 국무총리가 중심이 돼 총리·당대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만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안에 따라서 ‘국무조정실장-청와대 수석-장관-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또는 ‘당 정책위의장-장관-차관-기획조정실장’이 만나는 다양한 협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야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선거제도 개혁만 다루면 협소하게 다뤄질 수 있다. 개헌과 연계해야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다”며 개헌과 연동해 논의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이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이해찬 대표와 인연이 많아 당청 관계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 입법 문제는 당에서 크게 도와주셔야 한다”며 당 신임 지도부를 곧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집권 중반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가 된 그에게는 국회 입법 과정서 성과를 내고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당정청 관계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민주당 전대 현장에 직접 나와 투표권을 행사한 대의원들은 이 대표를 지지한 이유로 그의 개혁성과 추진력을 내세웠다. 

집권 2년차 성과 급한 청과 균형
여권 전반 전열 재정비 광폭행보

다시 ‘올드보이’(오래된 정치인)가 전면 등장하는 것에 대한 당 안팎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국무총리를 지낸 그의 경륜과 리더십이 다른 후보들을 제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 당선은 곧 ‘강한 여당’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서 수차례 ‘강한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특히 ‘고용쇼크’라고 불릴 만큼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정권 출범 2년차를 맡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이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당면한 과제로는 ‘경제 성적’, 최대 난제로는 ‘야당과의 협치’가 꼽힌다. 이 대표는 이날 당선 수락연설서 2020년 총선 승리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역설했다. 

그는 “경제도 통합도 소통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철통같은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더 유능한 민주당, 더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험과 연륜을 앞세우는 그는 당정청 간의 긴밀한 소통도 강조했다. 
 

노무현정부서 총리를 역임한 만큼 당청 관계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당면 과제는 당연 경제 성적이다.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야권의 비판이 거세다. 최근 여론조사서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밑바닥 민심도 긍정적이지 않다. 

고용통계 등 각종 경제 관련 지표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결국 여당이 정책적으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얼마만큼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의 성과는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서 평가받게 된다. 당이 제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을 지켜낸다면 21대 총선 승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 승리는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이 되면서 2022년 치러질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년 집권플랜
그래도 협치

이 대표 역시 수차례 총선 승리와 재집권을 강조해왔다. 그는 당 대표 선거 기간 내내 민주·개혁진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최소 20년 집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한 여당을 표방하는 만큼 최대 난제로는 야당과의 협치가 꼽힌다. 이 대표는 당 대표 후보 정견 발표서도 유일하게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대표는 “촛불혁명 뒤편서 기무사 적폐 세력은 쿠데타를 모의했다”며 “적폐 청산과 사회개혁으로 나라다운 나라, 자랑스러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존재감이 커지고 보수의 정치공세를 단호히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이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야권은 이 대표에게 ‘협치’와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를 향한 날선 인식은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협치를 주문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을 언급하며 또 다른 버전의 협치를 당부했다. 최근 규제개혁을 놓고 이견차를 보이는 정의당은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의 당 대표로서 민생을 살리고 여야 협치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것에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민생경제가 고초를 겪는 지금에야 말로 여당이 경제위기를 직시하고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당은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익을 위해 협조를 요청한다면 초당적으로 힘을 합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고용 쇼크, 소득 양극화, 최악의 민생경제 상황서 집권당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올해 안에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 개편,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막는 개헌이 국회서 협치로 반드시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여소야대 국회서 야당과의 협력, 협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압박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서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파의 이익을 떠나 선거제도 개혁과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주길 당부드린다”며 개헌을 강조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지금 여당은 곳곳서 우클릭을 하려는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여당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최다선 현역 의원이자, 친노(친 노무현)계의 좌장이다. 실제로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부장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안철수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때문에 금방 자리서 내려와야 했지만,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던 현역 정계 거물이다.

이 대표는 1952년 7월10일 충청남도 청양군 출생이다. 3남으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의 본관은 전주이며, 조선 14대 왕 선조의 생부인 덕흥대원군의 14대손이다. 아버지 이인용은 일본 유학을 다녀왔지만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했다. 해방 이후 청양면장을 지냈으며 4·19 혁명 때까지 재직했다.

1965년에 청양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1968년 덕수중학교를 졸업했다. 용산고등학교에 입학해 1971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하고, 이듬해인 1972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아버지 충고에
학생운동 시작

1972년 10월17일 유신 선포를 계기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유신 선포로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 청양에 내려왔는데 아버지가 “나라가 이 모양인데 학생들이 데모도 하지 않느냐”며 질책을 받고 바로 상경해 학생운동 서클에 가입했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서 그는 막노동을 하며 학비를 마련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돼 1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이후 이 대표는 생계를 위해 무역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동아일보>서 해직된 기자과 번역소를 차리기도 했다. 엠네스티 한국지부 상근자로 일하다 평소 관심이 많던 출판일을 익히려고 범우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1978년 사회학과 학술모임서 만나 사귀어 오던 김정옥씨와 결혼했다. 광장서적을 설립, 출판사 ‘한마당’과 ‘평민서당’을 설립했으나 불온서적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당했다. 그는 ‘돌베개’ 출판사를 설립하고 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출판했다.

이 대표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됐다. 재판을 받고 투옥됐다가 수감 2년6개월 만에 크리스마스 특사로 나왔다. 이후 재야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해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총무국장에 선출됐다. 

군사 독재 정권은 그를 요시찰 인물로 삼아 감시했으나 굴하지 않고 반독재운동과 출판 활동 등에 종사했다. 

입학 후 14년 만인 1985년 8월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1987년 이해찬은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에 선출됐고, 6월 항쟁 당시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황실장을 맡았다. 1987년말 <한겨레> 신문 창간발기인을 지냈다.

재야 운동 출신…노정부 실세 총리
30년 전 평민당 입당 후 내리 7선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에 섰던 재야인사들과 함께 평화민주당에 입당했다. 198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서울 관악구서 평민당 후보로 입후보해 당선된 이후 내리 7선 국회의원이 됐다. 

13대부터 17대까지는 지역구가 서울 관악구 을 지역이었고, 2008년 18대 총선 때에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가 2012년 19대 총선 때 관악구을에 다시 나오지 않고, 당시 신설된 지역구이자 자신이 건설을 지휘했던 세종시로 내려가 당선됐다.

이 대표는 민주당계 정당의 대표적인 선거 전략가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1992년 6·27 지방선거 때 조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서 선거 전략을 담당하면서 조 후보를 당선으로 이끌어 처음 선거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 후 자신이 선거 전략에 관여하면서 대통령 세 명을 배출해 ‘킹메이커’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요직을 지냈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노무현 캠프에 참여해 참여정부 탄생에 일조했다. 국무총리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발적인 역할 분담으로 행정부 2인자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돼 역대 국무총리 중 JP(김종필 전 총리)와 더불어 실세 총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세종시의 설계 및 추진도 이 총리 때 이뤄졌다.

당시 인연으로 이 대표는 민주당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친노계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언론에 ‘친노의 좌장’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는 편이다. 심지어, 친노계 리더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도 깍듯하게 형님이라 부르면서 선배로 예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도 
깍듯하게 형님

7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현역 의원들 중 최다선이다. 20대 국회를 통틀어서는 무소속 서청원 의원(8선) 다음이다. 하지만 서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서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게 드러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 대표가 최다선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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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