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현대·기아차식’ 협력사 동반성장 눈길

파이 나눠먹기? ‘만드는 법’ 가르친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현대·기아차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양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의 동반성장 정책의 핵심은 R&D 기술지원과 육성. 산업 생태계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파이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 특히 현대·기아자동차는 지금까지 1차 협력사들을 글로벌 부품 메이커로 성장시킨 동반성장 노하우를 2·3차 협력사들에게도 확대 적용,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 기술지원
위한 R&D 모터쇼

현대·기아차는 협력사들의 R&D 기술 육성을 위해 최신 자동차 부품 기술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선진 경쟁사의 제품들을 보고 장점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2006년부터 ‘R&D 경쟁차 전시회’를 개최, 협력사 직원들을 참여를 장려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R&D 모터쇼’로 이름을 바꾸고 협력사의 참여를 더욱 권장하고 있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이번 모터쇼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445개 협력사 임직원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현대·기아차는 ‘보고, 만지고, 즐기는, 소통과상생의R&D 모터쇼’라는 주제로 현대·기아차 25대, 국내외 주요 경쟁차 80대 등 완성차 105대와 절개차 8대·차량 골격 5대 등을 전시했다.
이번 모터쇼가 눈길을 끄는 점은 수입 경쟁차를 직접 분해하고 전시물에 대한 기술 정보를 설명하는 등 부품 기술에 대한 전시를 강화함으로써 R&D 모터쇼를 협력사 기술 지원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개막일인 5일 진행된 경쟁차 분해 이벤트에는 협력사 엔지니어 12명등 총 20여명이 참여해 세계 명차들을 직접 분해하며 최신 부품 기술의 트렌드를 눈과 손으로 확인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해외모터쇼를 참관하지 않고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경쟁차들의 디자인과 설계, 소재 등을 직접 체험하며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해에 참여한 한 협력사 직원은 “평소 경쟁차 부품에 대한 궁금증은 많았으나 비용 문제로 사실상 분석이 불가능했다”며 “현대·기아차의 여러 가지 기술 지원 프로그램이 회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R&D 모터쇼에서 분해한 부품들을 모터쇼 종료 후 무상으로 협력사에 제공함으로써 더 자세하고 다양한 관찰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6년부터 6년간 부품을 무상 지원했으며, 매년 평균 완성차 17대 분에 해당하는 부품을 136개 협력사에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부품 무상 지원의 대상을 2-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반성장의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 강화가 진정한 동반성장”이라며 “자동차 기술에 대해 새로운 발상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협력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 R&D인력
파견해 기술 교육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동반성장 선언을 계기로 협력사 R&D 기술지원단(이하 기술지원단)을 구성, 올해부터 본격적인 협력사 기술 지원 활동에 돌입했다. 협력사들의 R&D 역량 강화를 통해 부품 품질이 향상돼야만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술지원단은 협력사에 직접 가서 R&D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협력사의 제품개발 능력 강화와 기술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설계·해석·시험 등 R&D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소규모 부품사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시험이나 평가를 도와줄 뿐 아니라 설계·재료·소재 기술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특히 총 26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지원단은 샤시, 의장, 차체, 전자, 파워트레인 등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최고의 전문 R&D 인력으로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있다. 2011년 9월까지 기술지원단은 국내 800여건, 미국 500여건, 중국 1000여건 등 국내외 400여개 협력사에서 총 4000건 이상의 R&D 기술을 지원했다.


올해로 8회째 R&D 모터쇼… 445개 협력사 5000여명 참여
협력사와 수입 경쟁차 직접 분해 및 경쟁사 부품 무상 제공

국내에서는 설계, 해석, 시험 등 R&D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협력사별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현장 기술지원 활동을 중심으로 기존 부품 품질 개선과 신차 부품 품질 확보를 지원했다.

기술지원단은 국내 172개 협력사들로부터 상반기 약 900건의 지원 요청을 접수, 약 8백건의 지원을 완료했다. 협력사 공장에서의 기술지원과 R&D 교육을 통해 협력사의 해외 주재원과 현지인의 기술 역량 및 품질 의식을 향상시키고, 부품의 실질적인 품질 향상 및 문제 발생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 진출한 45개 협력사에서 지난 3월~4월 1000여건의 기술지원 항목을 점검한 결과 500여건이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판명됐으며, 이중 95%를 상반기에 개선 완료했다. 기술지원단은 섬세한 작업에 미숙한 현지 작업자들을 위해 설비와 작업 공정 등을 작업이 편한 구조와 사양으로 개선했으며, 동영상 교육도 실시했다.

또한, 작업자들이 부품 사양을 잘 구분하지 못해 잘못 장착하는 부품들은 사양을 단순화 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현지 연구소가 없는 협력사들을 위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R&D 관련 기술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에서도 지난 5월 점검한 1000여건의 개선해야 할 R&D 기술 중에서 금년 9월까지 8백여건을 개선했으며, 나머지 200여건 중 협력사 자체 개선항목을 제외한 30여건은 하반기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여러 차종을 한 생산라인에서 혼류 생산함에 따라 부품 생산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는 부품 사양을 통일하고 단순화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중국 시장 및 환경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던 부품들은 양산차 설계를 개선하고 신차 설계시 반영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했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

이밖에도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협력사 재무 건전을 위해 기존 69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에 신규 동반성장펀드, 협력사 운영자금 대여 등으로 1046억원을 추가 출연해 모두 1736억원 규모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또 협력사의 R&D 및 시설투자비 등으로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R&D 인력들과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신차 개발 업무를 공동 수행하는 게스트엔지니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협력사들이 조기 참여함으로써 차량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부품의 품질을 확보하는 한편, 협력사들의 R&D 기술력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협력사들은 설계에 공동 참여함으로써 현대·기아차로부터 설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실차 조립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조기에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협력사의 생산기술과 설비 조건을 설계단계에서 반영함으로써 협력사의 장비 활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기술지원단, 올해 9월까지 4000여건 이상 협력사 기술 지원
동반성반펀드·게스트엔지니어 제도·기술 문제 해결 지원도


특히 현대·기아차는 공동 설계를 통한 노하우 전수에 그치지 않고 설계 프로그램 교육, 경쟁차 분해조립 참여, 능력 평가 등 직접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협력사 R&D 기술 육성에 힘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3년 남양연구소에 게스트엔지니어센터를 만들고 기존에 울산, 남양, 소하리 등 각 연구소에 파견 나와 있던 협력사 R&D 인력들을 하나로 모았다. 이후 매년 50개 이상의 협력사들이 400여명의 R&D 인력을 남양연구소에 게스트엔지니어센터에 보내 부품을 공동 개발해 왔다. 2011년 9월 현재 게스트엔지니어는 54개사 408명에 달한다.

협력사들의 기술적인 문제 해결능력 향상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의 부품은 자동차 안에서 다른 수많은 부품들과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고장이 발생하면 협력사 자체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협력사의 자체적인 개선 능력이 부족하거나 전문적 지식 부족으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차량 사용환경에 대한 정보의 입수가 어렵고 실차를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자체적인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 문제풀이 지원 ▲기술세미나 ▲필드정보 공유 ▲필드 근접 개선 지원 등 4가지 방식으로 협력사 기술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협력사의 기술적 문제 해결을 지원함으로써 현대·기아차는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협력사의 비용 절감과 문제 개선을 위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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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