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현대·기아차식’ 협력사 동반성장 눈길

파이 나눠먹기? ‘만드는 법’ 가르친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현대·기아차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양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의 동반성장 정책의 핵심은 R&D 기술지원과 육성. 산업 생태계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파이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 특히 현대·기아자동차는 지금까지 1차 협력사들을 글로벌 부품 메이커로 성장시킨 동반성장 노하우를 2·3차 협력사들에게도 확대 적용,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협력사 기술지원
위한 R&D 모터쇼

현대·기아차는 협력사들의 R&D 기술 육성을 위해 최신 자동차 부품 기술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선진 경쟁사의 제품들을 보고 장점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2006년부터 ‘R&D 경쟁차 전시회’를 개최, 협력사 직원들을 참여를 장려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R&D 모터쇼’로 이름을 바꾸고 협력사의 참여를 더욱 권장하고 있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이번 모터쇼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445개 협력사 임직원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현대·기아차는 ‘보고, 만지고, 즐기는, 소통과상생의R&D 모터쇼’라는 주제로 현대·기아차 25대, 국내외 주요 경쟁차 80대 등 완성차 105대와 절개차 8대·차량 골격 5대 등을 전시했다.
이번 모터쇼가 눈길을 끄는 점은 수입 경쟁차를 직접 분해하고 전시물에 대한 기술 정보를 설명하는 등 부품 기술에 대한 전시를 강화함으로써 R&D 모터쇼를 협력사 기술 지원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개막일인 5일 진행된 경쟁차 분해 이벤트에는 협력사 엔지니어 12명등 총 20여명이 참여해 세계 명차들을 직접 분해하며 최신 부품 기술의 트렌드를 눈과 손으로 확인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해외모터쇼를 참관하지 않고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경쟁차들의 디자인과 설계, 소재 등을 직접 체험하며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해에 참여한 한 협력사 직원은 “평소 경쟁차 부품에 대한 궁금증은 많았으나 비용 문제로 사실상 분석이 불가능했다”며 “현대·기아차의 여러 가지 기술 지원 프로그램이 회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R&D 모터쇼에서 분해한 부품들을 모터쇼 종료 후 무상으로 협력사에 제공함으로써 더 자세하고 다양한 관찰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6년부터 6년간 부품을 무상 지원했으며, 매년 평균 완성차 17대 분에 해당하는 부품을 136개 협력사에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부품 무상 지원의 대상을 2-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함으로써 동반성장의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 강화가 진정한 동반성장”이라며 “자동차 기술에 대해 새로운 발상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협력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 R&D인력
파견해 기술 교육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동반성장 선언을 계기로 협력사 R&D 기술지원단(이하 기술지원단)을 구성, 올해부터 본격적인 협력사 기술 지원 활동에 돌입했다. 협력사들의 R&D 역량 강화를 통해 부품 품질이 향상돼야만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술지원단은 협력사에 직접 가서 R&D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협력사의 제품개발 능력 강화와 기술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설계·해석·시험 등 R&D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소규모 부품사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시험이나 평가를 도와줄 뿐 아니라 설계·재료·소재 기술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특히 총 26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지원단은 샤시, 의장, 차체, 전자, 파워트레인 등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최고의 전문 R&D 인력으로 다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있다. 2011년 9월까지 기술지원단은 국내 800여건, 미국 500여건, 중국 1000여건 등 국내외 400여개 협력사에서 총 4000건 이상의 R&D 기술을 지원했다.


올해로 8회째 R&D 모터쇼… 445개 협력사 5000여명 참여
협력사와 수입 경쟁차 직접 분해 및 경쟁사 부품 무상 제공

국내에서는 설계, 해석, 시험 등 R&D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협력사별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현장 기술지원 활동을 중심으로 기존 부품 품질 개선과 신차 부품 품질 확보를 지원했다.

기술지원단은 국내 172개 협력사들로부터 상반기 약 900건의 지원 요청을 접수, 약 8백건의 지원을 완료했다. 협력사 공장에서의 기술지원과 R&D 교육을 통해 협력사의 해외 주재원과 현지인의 기술 역량 및 품질 의식을 향상시키고, 부품의 실질적인 품질 향상 및 문제 발생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 진출한 45개 협력사에서 지난 3월~4월 1000여건의 기술지원 항목을 점검한 결과 500여건이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판명됐으며, 이중 95%를 상반기에 개선 완료했다. 기술지원단은 섬세한 작업에 미숙한 현지 작업자들을 위해 설비와 작업 공정 등을 작업이 편한 구조와 사양으로 개선했으며, 동영상 교육도 실시했다.

또한, 작업자들이 부품 사양을 잘 구분하지 못해 잘못 장착하는 부품들은 사양을 단순화 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현지 연구소가 없는 협력사들을 위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R&D 관련 기술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에서도 지난 5월 점검한 1000여건의 개선해야 할 R&D 기술 중에서 금년 9월까지 8백여건을 개선했으며, 나머지 200여건 중 협력사 자체 개선항목을 제외한 30여건은 하반기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여러 차종을 한 생산라인에서 혼류 생산함에 따라 부품 생산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는 부품 사양을 통일하고 단순화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중국 시장 및 환경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던 부품들은 양산차 설계를 개선하고 신차 설계시 반영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했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

이밖에도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협력사 재무 건전을 위해 기존 69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에 신규 동반성장펀드, 협력사 운영자금 대여 등으로 1046억원을 추가 출연해 모두 1736억원 규모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또 협력사의 R&D 및 시설투자비 등으로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R&D 인력들과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신차 개발 업무를 공동 수행하는 게스트엔지니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협력사들이 조기 참여함으로써 차량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부품의 품질을 확보하는 한편, 협력사들의 R&D 기술력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협력사들은 설계에 공동 참여함으로써 현대·기아차로부터 설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실차 조립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조기에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협력사의 생산기술과 설비 조건을 설계단계에서 반영함으로써 협력사의 장비 활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기술지원단, 올해 9월까지 4000여건 이상 협력사 기술 지원
동반성반펀드·게스트엔지니어 제도·기술 문제 해결 지원도


특히 현대·기아차는 공동 설계를 통한 노하우 전수에 그치지 않고 설계 프로그램 교육, 경쟁차 분해조립 참여, 능력 평가 등 직접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협력사 R&D 기술 육성에 힘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3년 남양연구소에 게스트엔지니어센터를 만들고 기존에 울산, 남양, 소하리 등 각 연구소에 파견 나와 있던 협력사 R&D 인력들을 하나로 모았다. 이후 매년 50개 이상의 협력사들이 400여명의 R&D 인력을 남양연구소에 게스트엔지니어센터에 보내 부품을 공동 개발해 왔다. 2011년 9월 현재 게스트엔지니어는 54개사 408명에 달한다.

협력사들의 기술적인 문제 해결능력 향상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의 부품은 자동차 안에서 다른 수많은 부품들과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고장이 발생하면 협력사 자체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협력사의 자체적인 개선 능력이 부족하거나 전문적 지식 부족으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차량 사용환경에 대한 정보의 입수가 어렵고 실차를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자체적인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 문제풀이 지원 ▲기술세미나 ▲필드정보 공유 ▲필드 근접 개선 지원 등 4가지 방식으로 협력사 기술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협력사의 기술적 문제 해결을 지원함으로써 현대·기아차는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협력사의 비용 절감과 문제 개선을 위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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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