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5>

‘여성유흥문화’ 바꿨다 평가 듣고 싶어 목숨 걸고 지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애인모드’와 ‘사적인 만남’ 철저하게 금지

■ 머리로 하는 ‘생각하는 영업’

내가 종업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는 영업’이다. 이제 영업이라는 것도 전문가의 시대가 됐다. 옛날처럼 ‘발로 뛰는 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얼리어답터’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적인 가치’를 위해서 물건을 소비한다. 소비의 패턴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찾아가 ‘물건을 팔아주세요’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됐다. 너도 나도 이런 식의 영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도 적지 않은 텔레마케터들에게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전화를 받고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더 이상 ‘발로 뛰는 영업’ ‘무작정 들이대는 영업’으로는 성공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영업도 ‘머리’로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에서의 ‘생각하는 영업’이란 끊임없이 예습과 복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예습이란 ‘오늘 고객을 만나면 어떻게 감동을 시킬까. 고객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고객이 더 기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복습이란 오늘 있었던 고객과의 만남을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했을 때 고객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었나. 내가 구상했던 특별한 이벤트에 고객은 어떻게 반응을 했었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만족을 주었던가? 아니면 그저 썰렁한 웃음을 짓게 만들지는 않았었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습과 복습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출퇴근 시간에 조금씩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만 해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경영학적으로는 ‘지식공유’라고 말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현장에서 깨달은 노하우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자신이 잘했던 점과 못했던 점을 더욱 반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유흥업소에서도 ‘지식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의 경영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보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다른 곳과는 색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원한다. 그들의 가슴에 남는 서비스를 원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렇게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주먹구구식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을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식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업주가 먼저 똑똑해야 하고 그들이 먼저 ‘생각하는 영업’을 생각하면서 경영을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의 많은 체인점 중에서는 일등을 하는 지점도 있고 꼴등을 하는 지점도 있다. 그들의 차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였다.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결국에는 이것이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종업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련한 영업자들은 상대방과 몇 마디만 나눠 봐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금방 파악해낸다.나의 현재 역시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길

거리에서 우연히 예전에 알고 있던 호빠 업계의 형님을 만났다. 서로 연락이 끊긴지도 오래된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 형은 이미 나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레드모델바가 나름 유명해지다보니 이미 그 형은 내가 대략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 형에게 요즘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봤다.

“나야 뭐 그냥 지금도 호빠하고 있지 뭐.”
그 말은 한편으로 서글픈 말이었다. 그 형은 아직도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살고 있었고, 스스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새롭고 건전한 유흥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궁리를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 그 형님과 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의 차이가 미래의 차이를 만들고 그것이 또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종업원 교육’과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시스템’을 가진다고 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앞서 말한 것들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조직에는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 미래를 꿈꾸게 하는 교육

사실 레드모델바가 처음에 시작할 때에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레드모델바를 ‘호빠’로 오해한 것이다. 그저 겉포장만 ‘여성전용바’라고 했을 뿐이지 실제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의 내용은 ‘호빠랑 비슷한 것 아니겠냐’라고 오해하는 여성고객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여성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퇴폐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또한 종업원들이 잘생긴 꽃미남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소유욕’이 생겨나는 고객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애인처럼 종업원을 소유하려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동거를 제안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레드모델바가 그 부분에 있어서 손님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었을 때는 사업의 운명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드모델바에서는 처음부터 고객과의 ‘애인모드’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외부에서 사적인 만남을 할 수 없도록 규율을 만들었다.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레드모델바는 순식간에 ‘호빠’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 만큼은 막고 싶었다. 비록 성공을 하지는 못해도 우리나라의 여성유흥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는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 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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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