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애인모드’와 ‘사적인 만남’ 철저하게 금지
■ 머리로 하는 ‘생각하는 영업’
내가 종업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는 영업’이다. 이제 영업이라는 것도 전문가의 시대가 됐다. 옛날처럼 ‘발로 뛰는 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얼리어답터’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적인 가치’를 위해서 물건을 소비한다. 소비의 패턴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찾아가 ‘물건을 팔아주세요’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됐다. 너도 나도 이런 식의 영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도 적지 않은 텔레마케터들에게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전화를 받고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더 이상 ‘발로 뛰는 영업’ ‘무작정 들이대는 영업’으로는 성공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영업도 ‘머리’로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에서의 ‘생각하는 영업’이란 끊임없이 예습과 복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예습이란 ‘오늘 고객을 만나면 어떻게 감동을 시킬까. 고객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고객이 더 기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복습이란 오늘 있었던 고객과의 만남을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했을 때 고객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었나. 내가 구상했던 특별한 이벤트에 고객은 어떻게 반응을 했었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만족을 주었던가? 아니면 그저 썰렁한 웃음을 짓게 만들지는 않았었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습과 복습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출퇴근 시간에 조금씩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만 해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경영학적으로는 ‘지식공유’라고 말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현장에서 깨달은 노하우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자신이 잘했던 점과 못했던 점을 더욱 반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유흥업소에서도 ‘지식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의 경영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보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다른 곳과는 색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원한다. 그들의 가슴에 남는 서비스를 원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렇게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주먹구구식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을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식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업주가 먼저 똑똑해야 하고 그들이 먼저 ‘생각하는 영업’을 생각하면서 경영을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의 많은 체인점 중에서는 일등을 하는 지점도 있고 꼴등을 하는 지점도 있다. 그들의 차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였다.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결국에는 이것이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종업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련한 영업자들은 상대방과 몇 마디만 나눠 봐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금방 파악해낸다.나의 현재 역시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길
거리에서 우연히 예전에 알고 있던 호빠 업계의 형님을 만났다. 서로 연락이 끊긴지도 오래된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 형은 이미 나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레드모델바가 나름 유명해지다보니 이미 그 형은 내가 대략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 형에게 요즘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봤다.
“나야 뭐 그냥 지금도 호빠하고 있지 뭐.”
그 말은 한편으로 서글픈 말이었다. 그 형은 아직도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살고 있었고, 스스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새롭고 건전한 유흥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궁리를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 그 형님과 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의 차이가 미래의 차이를 만들고 그것이 또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종업원 교육’과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시스템’을 가진다고 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앞서 말한 것들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조직에는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 미래를 꿈꾸게 하는 교육
사실 레드모델바가 처음에 시작할 때에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레드모델바를 ‘호빠’로 오해한 것이다. 그저 겉포장만 ‘여성전용바’라고 했을 뿐이지 실제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의 내용은 ‘호빠랑 비슷한 것 아니겠냐’라고 오해하는 여성고객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여성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퇴폐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또한 종업원들이 잘생긴 꽃미남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소유욕’이 생겨나는 고객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애인처럼 종업원을 소유하려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동거를 제안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레드모델바가 그 부분에 있어서 손님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었을 때는 사업의 운명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드모델바에서는 처음부터 고객과의 ‘애인모드’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외부에서 사적인 만남을 할 수 없도록 규율을 만들었다.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레드모델바는 순식간에 ‘호빠’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 만큼은 막고 싶었다. 비록 성공을 하지는 못해도 우리나라의 여성유흥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는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 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