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큰 그림 그리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8.10 16:46:59
  • 호수 1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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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 깨지고 풍찬노숙 끝 부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동영 의원이 민주평화당 신임 당 대표가 됐다. 2007년 현 여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오랜 풍찬노숙 끝의 복귀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 당 신임 대표로 존립의 기로에 선 민주평화당을 살릴 수 있을까.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이 지난 5일, 창당 후 첫 전당대회를 열어 정동영 후보를 당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웠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서 열린 전당대회서 68.57%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68.57% 최고득표
압도적으로 당선 

정 대표에 이어 유성엽 의원 41.45%, 최경환 의원 29.97%, 허영 인천시당 위원장 21.02%, 민영삼 전 최고위원 19.96%로 각각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윤석 전 의원은 19.04%로 최하위를 기록,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청년위원장에는 서진희 후보가 57.50%로 승리했고 여성위원장은 양미강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평당은 지난 1일부터 전날(4일)까지 당원을 상대로 한 온라인 및 ARS 투표(90%)와 국민여론조사(10%)를 실시해 이를 합산한 결과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6명의 후보자가 나선 민평당 전대의 최대 관심사는 정 대표의 당권 도전 성공 여부였다. 


정 대표는 또 다른 당의 대주주인 박지원·천정배 의원의 출마 반대 요구를 거부하고 당 대표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 의원의 당권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유·최 의원에게 반(反)정동영계의 표가 결집하는 양상도 보였다.

이에 민평당 전대는 정동영 후보와 유성엽 후보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선거 초반 정 대표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 유 의원의 상승세가 매서워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치열한 당권 경쟁이 전개된 결과, 민평당 당원들은 지난 2007년 대권 후보를 지낸 정 후보의 경륜을 선택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서 참패한 당을 정비해 2020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선 유 후보가 내건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 수락연설서 정 대표는 “약자 편에 서는 정치를 하라고 제게 10년 만에 기회를 주셨다”며 “최고위원 네 분과 함께 생사 기로에 선 민평당을 살려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명박에 깨지고 풍찬노숙 끝 부활
박지원·천정배 반대 거부하고 출마

민평당의 창당 첫 전당대회로 열린 이날 행사는 당원 1000여명이 결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초반 정인화 전준위원장이 대회사를 낭독하던 중 당원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단상을 습격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당은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했다.

여야는 정 대표의 당 대표 선출에 대해 축하하며 연대와 협치를 기대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신임 대표와 새로운 지도부의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상생과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 한반도 평화와 민생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발전적 협치를 기대한다”며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출발하는 새 지도부가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정치로 당면한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정 대표와 최고위원들께 축하드린다”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평당을 비롯한 야당이 함께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정책의 대전환을 끌어낼 수 있도록 상의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시대적 과제인 개헌과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민평당과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갈수록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위해 함께할 정당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 대표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당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민평당의 지지율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지지율은 당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변화보다 경륜
민평당 살릴까 

정 의원은 앞서 당 대표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을 잘 모르는 분들은 있어도 정동영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분들은 없다”며 “정동영하면 민평당이 연상될 수 있게 만들어 지지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평당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1∼3%대에 그치고 있다. 낮은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서 광역단체장 배출에 실패했고, 지지기반은 호남서조차 민주당에 밀리면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정 의원은 6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반드시 민평당을 대안 정당으로 이끌어 올릴 것”이라며 “지지율이 있는 존재감이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낼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 회복 또한 당면한 주요 과제다.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해 정치권 내에서 민평당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곧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으로 공동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민평당은 이달부터 범여권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무소속 이용호, 손금주 의원은 민평당의 구애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의원이 민평당보단 민주당 입당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이번 주 17명의 현역 의원님들과 힘을 합쳐서 모든 수단, 방법을 다해 교섭단체 복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무소속을 유지하면서 함께 교섭단체만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발 벗고 나서 설득과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보다 안정적인
지도력 필요 판단

정 대표는 전당대회서 “민평당을 민생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공약했다. 정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이유는 보다 다양한 국민들이 제도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는 곧 민평당이 추구하는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다당제를 정착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민평당의 존재 이유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국회의원 299명이 모두 기득권의 대표인 현재의 국회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협치 역시 선거제도 개혁을 고리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정 대표는 “(여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받아들이면 뭐든지(여당의 제안을) 200% 받아들일 것이고,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한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생 현안을 놓고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 있지 않겠다. (민주당이)초심을 지키도록 하겠다”며 ‘정의당보다 더 정의로운’ 개혁정당을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농민과 노동자 곁으로, 630만 자영업자 곁으로 우리는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민평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의미서 정 대표 등 민평당 신임 지도부는 지난 6일,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아 첫 최고위원회의를 현장서 열고, 이후 고 김주중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분향소가 있는 서울 대한문을 찾았다.

그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후로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장관을 지냈으며, 4선 국회의원이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 지지율이…
다당제 구축

1953년 7월27일 전라북도 순창군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주초등학교, 전주북중학교,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 재수로 입학해 국사학과를 전공했다. 학창 시절 반(反)유신독재 투쟁을 벌이다 수감됐다. 

졸업 후 1978년 MBC 문화방송에 입사해 언론인으로 변신했다. 17년간 정치부 기자, 로스앤젤리스 특파원 등을 지냈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했다. 

1996년 대학 친구이자 총리, 교육부장관 등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권유를 받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 이후 제15대 총선서 전주시 덕진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돼 15대 국회에 입성,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총재 특보·청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를 바탕으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 끝까지 완주했으나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패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고, 이후 동반 탈당파들이 만든 열린우리당에 참여했으며 원내대표를 지냈다.

2004년 총선서 정 대표는 비례대표 22번으로 출마했다. 그러나 4월1일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로 “어르신들은 투표를 안하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에 투표를 꼭 해야 합니다”는 발언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노인 폄하 발언’이었다.

“존재감 있는 정당 만들 것” 
 1%대 지지율 극복이 과제

이 무렵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 영향으로 상승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취임한 한나라당이 역풍을 엎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 대표는 비례대표직을 사퇴했고 열린우리당은 단독으로 152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으나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통일부장관으로 재직하다가 2006년 초 열린우리당 당 의장에 취임, 지방선거를 지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했고, 결국 지방선거서 참패하고 만다.

2007년 대선 때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당시 참여정부의 실정 등으로 사실상 여당(노무현의 탈당으로 법적으로 여당은 없었음)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율은 매우 처참했다. 정 대표는 지지율 20%에도 달하지 못하는 등 그야말로 위기 상태였다.

심지어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기 전 여론조사조차 그보다 낮게 나오기도 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5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달리며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 보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기도 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또다른 범여권의 주자인 이인제와 문국현, 권영길 등과의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비록 막판에 호남 및 범여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이회창이 갖고 있던 2위 자리를 탈환, 개표 초반 이명박 후보를 누르고 앞서는 등 역전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결국 26.1%를 득표하며 중도정당(제1당) 역사상 최저 득표율을 기록함과 동시에 이명박 후보에게 큰 표차로 패해 낙선했다.

대선 패배 이후 한동안 자숙했으며, 바로 이듬해에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는 당의 요청으로 서울 동작구에 출마했으나 정몽준 후보에게 패했다. 2009년 4월29일 재선거서 무소속으로 출마,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한때 대선후보
산전수전 겪어 

2010년 2월10일엔 민주당으로 복당한 후 2015년 1월1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서 탈당, 국민모임에 참여, 2016년 2월18일에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20대 총선서 전북 전주시 병 선거구(구 전주 덕진)에 출마해 현역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주권 최다표차로 누르고 4선에 성공했다. 2018년 2월5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대해 국민의당을 탈당, 2월6일 창당된 민평당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cmp@ilyosisa.co.kr>

 

[정동영은?]

▲1953년 전북 순창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영국 웨일즈대 저널리즘 석사 ▲MBC 정치부 기자·앵커·특파원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의장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통일부 장관 ▲15·16·18·20대 국회의원(전북 전주덕진, 전북 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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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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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