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5)결정

가족을 베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궁을 나선 계백이 전쟁터로 가기에 앞서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길을 가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문득 성충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백제의 멸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 역시 함께한다는 각오로 비참하게도 종국에 굶어죽고 말았다. 

방금 전 마주했던 의자왕의 상태를 보아 백제의 멸망은  곧바로 현실로 다가올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각오로 마무리 지어야 하고 그 길에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함이 전적으로 옳게 느껴졌다.


마지막을 함께

결국 성충의 말 대로 희망의 부분이었다. 

신라와의 전쟁에서 패전국 장군의 가족으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유를 안겨주어야 할 듯했다. 

그렇다면 남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그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일어났다.

태양을 바라보았다. 밝기만 하건만 자꾸 눈이 침침해지고 급기야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개를 돌려 하얀 구름을 바라보았다. 

의자왕과 성충의 모습이 자꾸 교차되었다. 


그러기를 한순간 집 가까이 이르자 길게 호흡하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저녁이 깊어야 들어오던 계백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들어오자 부인을 비롯하여 어린 아들과 딸이 한편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맞이했다.

“부인, 주안상 부탁해도 되겠소?”

갑옷도 벗지 않은 계백이 앉자마자 주안상을 요구하자 가족들이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유를 물어보려던 부인이 계백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고는 바로 조촐하게 주안상을 준비했다.

“부인, 한 잔 따라주겠소.”

부인이 계백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잔을 채웠다.

“모두 내 이야기 잘 듣도록 해요.”

계백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다 단숨에 들이키고 가족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막상 마음 단단하게 먹고 입을 열려하였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상태서 천장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하세요.”

계백의 상태로 보아 이미 감을 잡았는지 부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막상 부인의 말이 떨어지자 더욱 입이 열리지 않았다.

“부인, 한잔하시겠소?”

빈 잔을 건네고 술을 따르자 부인이 조신하게 잔을 받아 비워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주세요.”

“부인, 예들아. 이 못난 남편, 아비를 용서해다오.”

“장군이 곧 이년이요 아이들인 것을 무어 그리 용서를 빈다는 말입니까?”


부인의 완고한 말투에 계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군이 무엇을 요구할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부인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전부터 백제가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요즈음 들어 더욱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고요.”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던 계백의 눈에서도 기어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자식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순간 부인이 계백에게 눈짓을 주었다.

계백이 상을 바라보았다. 상에 있는 큼지막한 떡이 시선에 들어왔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지우고 애써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이들에게 떡을 건넸다.

“이 떡은 눈을 감고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단다. 그러니 너희는 눈을 감고 천천히 맛을 느껴보도록 하거라. 이 아비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씹어 먹도록 해라.”

아이들이 무거운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계백의 말대로 눈을 감고 떡을 한입에 넣었다.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계백, 생 마감한다는 각오로…따르는 부인
김유신, 정예군 이끌고 진군…매복에 주춤?

부인이 급히 다가앉아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순간 계백이 칼을 뽑아 세워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아들의 어깨를 전광석화처럼 찌르고 뽑아내고는 이어 곁에 있는 딸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어깨에서 심장을 가로 지른 칼로 인해 미처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계백이 급히 칼을 내려놓고 피가 나오는 아이들의 어깨를 헝겊으로 강하게 감싸 지혈하고 반듯하게 자리에 눕혔다. 

이어 칼을 들어 자신의 왼쪽 손의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장군, 왜 그러시오?”

“내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묻히지 못하오. 그래서…….”

다시 칼을 내려놓고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헝겊으로 되는 대로 묶고 아직도 꿈틀거리는 잘린 손가락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부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았다.

“말하시오, 부인.”

“저를 보아주십시오. 장군의 모습 안고 가렵니다.”

계백이 힘을 주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이 생에서 못다 한 일 다음 생에서 반드시 갚으리다.”

어느새 바로 곁에 칼을 가져다 놓은 부인이 차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백에게 절을 올렸다.

“죽어서도 장군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계백이 급히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뒤에서 칼이 목을 관통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계백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는 어금니를 깨물고 이어 양지 바른 곳을 찾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김유신이 신라의 정예병 오만 명을 거느리고 금돌성에서 출발하여 침현에 이르러 한 지점에서 잠시 행군을 멈추었다. 

“장군 왜 멈추십니까?”

품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흠춘을 주시했다.

“앞에 지형을 살펴보시오.”

유신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며 모두가 앞을 주시했다. 길 좌우로 얕으막한 언덕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매복해서 공격하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흠춘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고는 이내 저만치 뒤떨어져 오던 아들, 화랑 반굴을 불렀다. 

반굴에게 소수의 화랑들을 이끌고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언덕을 살피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 받은 반굴과 화랑들이 한참 후에 돌아와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했다.

“그게 정말이냐?”

유신이 믿기지 않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품일과 흠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대장군.”

반굴의 확신에 찬 소리에 흠춘이 앞으로 나섰다.

“왜 그러는가?”

“형님, 아니 대장군 말마따나 너무 미심쩍어 소장이 먼저 군사를 이끌고 이곳을 지나 대군을 맞이하려 합니다.”

“소장도 함께 가겠소.”

품일도 함께 나섰다.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말씀하시지요, 대장군.”

김유신 진군

“수고스럽더라도 품일 장군은 좌측 언덕으로 흠춘 장군은 우측 언덕으로 해서 전진하도록 합시다.”

“하면 대장군은?”

“나는 곧바로 대군을 이끌고 정면으로 나아가겠소.”

유신의 제안 아니 부드러운 명령에 따라 신라군은 세 갈래로 나누어 이동했다.

신라의 대군이 침현을 벗어난 지점에 이르러 세 갈래로 나뉘었던 부대가 합쳐지자 유신이 다시 길을 멈추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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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