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떨어진 IT거성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

글로벌 IT업계 큰 별, 전설 속으로 사라지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글로벌 IT업계의 큰 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등졌다. 애플 CEO에서 물러난 지 불과 40여일 만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는 비통에 잠겼다.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이 줄을 이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면서도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면서(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치열한 삶을 살다 떠난 잡스. 그가 걸어온 굴곡진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미혼 동거 커플 사이에서 태어나 1주일 만에 입양
비행청소년→대학 중퇴→애플 창업→IT업계 큰 별


스티브 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원생 동거 커플인 미국인 어머니와 시리아계의 아버지 압둘파타 존 잔달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1주일 후 학교를 다니고 있던 그의 어머니에 의해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의 잡스 부부에게 입양됐다.

잡스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자주 빼 먹는 비행청소년이었다. 담임선생님이 돈과 사탕으로 구슬려 겨우 학교생활을 했다. 그런 잡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건 히스키트라는 아마추어 전자공학 키트를 얻은 순간이었다. 이 덕분에 잡스는 어려서부터 전자제품의 작동원리를 익히게 됐다.

대학교 중퇴 후
18개월 간 청강

197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잡스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리드대학교에 진학해 철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1학기만 수강한 후 중퇴했다. 부모님들이 비싼 학비를 내주는 게 부담스러워서였다. 하지만 중퇴 후에도 잡스는 18개월 동안 학교에 머물면서 여러 강좌를 들었다. 특히 글자를 다루는 시각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수업은 이후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면서 수려한 글자체를 만들어 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대학을 중퇴한 직후에는 컴퓨터게임회사인 아타리에 취직했지만, 사실상 전자공학이나 컴퓨터에 대한 그의 지식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탁월한 직관을 지닌 몽상가였고, ‘잔머리 굴리기’에 능숙한 수완가였으며, 이런 성격은 훗날 그의 성공과 실패 모두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동업해 애플 컴퓨터를 설립했다. 여기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1을 공개했다. 애플1은 모니터도 없고 디자인도 투박했으나 의외로 큰 반응을 보이며 판매에 성공했다.

이어 출시한 ‘애플2’는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일종의 비싼 장난감 정도로만 여겨지던 PC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며 ‘애플신화’를 일궈냈다. 창립 4년 뒤인 1980년, 잡스는 PC 100만대 판매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단숨에 거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1981년에 IBM 사에서 ‘PC(Personal Computer)’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애플2의 독주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IBM PC 시리즈의 최대 특징은 바로 완전한 공개형 아키텍처(Architecture: 시스템 전반의 구조 및 설계방식)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때문에 IBM 외의 제조사에서도 이와 완전히 호환되는 PC 본체 및 주변기기,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설계, 생산할 수 있었다. 애플2도 호환 기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애플에서 저작권을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플2 호환 기종의 대부분은 비공식적인 것이었다. 때문에 이런 애플2의 호환 기종들은 법적, 성능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1982년 새해에 잡스는 20대의 거부로 <타임>지 표지에 등장하며 명성이 절정에 달했지만, ‘사과’는 속부터 곪아가고 있었다. 물론 애플의 핵심은 잡스와 워즈였지만,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으며 그로 인해 여러 가지 갈등도 불가피했다. 잡스의 성공 요인이었던 특유의 오만과 고집은 이제 내실을 기해야 하는 애플에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

애플2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매출은 점차 떨어졌다. 야심작 매킨토시를 내놓았지만, 당시에는 구매자의 요구를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외양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1983년에 애플은 PC 시장에서 IBM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권력다툼으로 인해 축출 위기를 맞은 잡스는 1985년에 이르러 애플을 떠난다. 잡스는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PC를 내놓지만, 개인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참담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바로 그때, 오래 전부터 잡스의 소유였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던 컴퓨터 그래픽 업체 픽사(Pixar)가 디즈니와 제휴해 만든 <토이 스토리>가 대박을 터트린다. 연이은 픽사 제작 애니메이션의 히트 행진에 잡스는 드디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잡스 떠난 애플
급격한 내리막길

반면 잡스가 떠난 애플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급기야 1997년 적자가 18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결국 애플 이사회는 잡스에게 손을 내밀고, 잡스는 1997년 ‘임시 CEO’로 애플에 복귀했다.

굴욕의 퇴진을 당한 지 13년 만에 ‘왕의 귀환’을 이룬 잡스는 이듬해인 1998년 내놓은 아이맥이 히트를 치면서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2000년 1월부터 잡스는 정식 CEO가 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애플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2001년 아이팟 출시가 시작이었다. 아이팟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팟은 세계적인 열풍과 함께 잡스를 다시 한 번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줬다. 이와 같은 잡스의 업적과 영향력 때문에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잡스를 예수에 빗대어 추켜세우기도 했다.

1985년 내부 권력다툼으로 축출…다른 회사 창업
13년 만에 복귀해 전성기 이끌다 건강에 이상신호

성공에 취해 있을 당시 잡스에게 예기치 않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2003년 췌장암 선고를 받은 것. 다음해인 2004년에는 췌장암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고 계속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 측은 주가하락 등을 이유로 건강 이상설을 부인해왔다.

다행히 잡스는 2005년 췌장암을 극복했음을 알리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2007년에는 아이폰을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잡스는 2008년 6월 아이폰3G 공개 행사 당시 수척해진 외모 때문에 와병설이 나돌기 시작했고, 그해 10월에는 애플 연례행사에 불참하면서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폈다.

아니나 다를까 잡스는 2009년 6월 간 이식 수술을 위해 두 번째 병가를 냈다. 호르몬 이상으로 체중 또한 지속적으로 줄어 2009년부터 호르몬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건강 이상설에 따라서 주가가 무려 6%나 등락했다.

그해 9월 잡스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며 또다시 부활을 알렸다. 곧바로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2010년 4월 발매한 아이패드는 연말까지 1000만대 이상 팔렸고, 아이폰4 역시 공급부족에 허덕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

하지만 2011년 1월 잡스는 건강이 다시 악화돼 병가를 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주가는 6.5% 급락했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오던 가운데 잡스는 백악관에서 만찬을 가졌고 사진도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파파라치가 찍은 잡스의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수척해진 모습이어서 췌장암 악화로 인한 6주 시한부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2011년 3월, 아이패드2를 발표하기 위해서 잡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잡스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 경영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잡스가 연단에 선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잡스는 다시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지난 8월24일 CEO 자리를 후계자 팀 쿡에게 넘기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불과 40여일 뒤인 지난 5일 영면에 들었다.

잡스는 성공과 좌절이 교차하는 ‘롤로코스터’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스탠퍼드대 연설 말미에 밝혔듯이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면서(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치열한 삶을 살다 떠났다. 이 같은 삶 자체야말로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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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