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떠나보내기 / 이승욱 저 / 예담 / 1만3000원
살다보면 크고 작은 일들로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당시엔 죽을 만큼 힘들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애써 마음을 수습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덮어놓은 생채기는 제법 깊은 상처가 되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이유 없는 우울감이 되어 문득 문득 우리를 괴롭힌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처들을 말끔히 털어내 버릴 수 있을까?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고통의 뿌리를 찾아내고, 오랫동안 삶을 짓눌러온 상처를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돕는 카운슬링 심리치유서 <상처 떠나보내기>. 실제 정신분석 상담 과정을 통해 다섯 사람이 오랜 상처를 떠나보내는 힘겹고도 기쁜 과정을 담고 있다.
관계에 집착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후 스스로를 없앤 채 살아온 이십대 청년, 남자를 통해 구원받고자 하는 잘못된 욕망을 가진 여성,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오는 사이 정작 자기 자신은 삶에서 누락시켜버린 사십대 주부, 사랑하는 여성으로부터도 평범한 삶으로부터도 늘 거부당해온 마음이 가난한 성직자. 이 다섯 이야기는 깊은 우울, 사랑에 대한 집착, 타인을 향한 분노처럼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보았을 상처들을 대표한다.
또한 상처 입은 가슴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켜 깊은 상처들을 하나하나 펼쳐보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우리는 언제든 한 번은 내 안의 나와 마주해야 하며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해봐야 하고, 두려워 말고 그 상처 앞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무의식은 말을 통해 나타난다. 말이란 틀 속에 억눌린 인간의 내면을 해부한다”고 라캉이 말했듯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에게 발설함으로써 공감받고, 스스로 그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어야 비로소 상처의 근원을 알고 상처를 떠나보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상처 떠나보내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즈음이면 결국 내담자를 분석하는 것은 분석가가 아닌 자기 자신임을 일깨워 줄 것이다. <상처 떠나보내기>는 곳곳에 분석가가 내담자를 대하는 태도, 분석가와 내담자의 내밀한 심리상태, 꿈 해석ㆍ카우치 분석과 같은 다양한 분석 방법 등 정신분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세세하게 소개한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마치 내 이야기 같은 흥미로운 상담 이야기이며, 심리상담가나 정신분석가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교본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