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2)진군

당의 속셈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래, 지금 신라에서는 어찌 준비하고 있소?”

소정방의 말투가 부드럽게 변했다.

“방금 말씀 드린 대로 왕이 직접 나서서 나라 전체를 돌며 이번 참에 그야말로 사생결단하려 합니다. 물론 그 부분에 있어 대장군께 의지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소정방이 다시 헛기침했다.

“경은 돌아가서 내 의사를 전하도록 하시오.”


“어떻게 전할까요?”

발 빼는 당

순간 법민의 목에서 마른 침이 넘어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백제의 도성을 향해 나아갈 것이오. 그러니 그에 맞추어 신라 군사들을 내게 붙여주도록 하오.”

“대장군께 말입니까?”

“그렇소.”

법민이 잠시 머뭇거렸다. 당나라의 의도에 대해 이미 김유신으로부터 들었었다.


“대장군, 저희 번국이 어찌 대장군의 수고로움을 보고 있겠습니까?”

“그러면?”

“신라군이 육지에서 백제군과 정면대결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하오니 대장군께서는 기벌포로 이동하셔서 백제의 후미로부터 진군하신다면 수고로움 없이 백제를 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허허, 그래도 되겠소?”

“당연한 일입니다, 대장군.”

소정방과 헤어진 법민이 곧바로 무열왕이 머물고 있는 금돌성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무열왕을 비롯하여 김유신, 품일, 김유신의 동생인 흠춘 등 신라의 모든 장수들이 모여 법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에서 어찌한다는고?”

법민이 답에 앞서 유신을 바라보았다.

“상대등 대감의 말씀이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그래서요?”

유신이 목소리를 높이며 무열왕을 주시했다. 

“소정방이 아바마마를 비롯하여 전 신라군을 자신의 휘하에 들게 하라는 말을 주었습니다.”


“뭐라, 이런 건방진 놈이 있는가!”

“또한 당의 황제가 아바마마를 칙명으로 우이도행군총관으로 삼은 사실을 거론하며 보급품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말을 주었습니다.”

“이 놈들 소풍 왔군, 소풍.”

거듭된 흠춘의 말에 유신이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찌하기로 하였는가?”

“보급품은 제공하겠지만 백제 침공은 두 나라가 독자적으로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면 저들이 기벌포로 들어오겠다고 합디까?”

“그러합니다, 상대등 대감.”

“기벌포라니요?”

품일이 소리를 높였다.

“기벌포로 와서 금강을 타고 올라오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저들은 전시효과에 불과하니 그 부분은 신경 쓰지 맙시다. 어차피 우리 손으로 백제를 멸해야 후일 우리의 입장이 강화될 것이오.”

“도둑놈이 따로 없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진주가 혀를 차며 말을 잇자 천존이 거들고 나섰다.

“자,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저들도 나선다고 하니 우리는 저들에 앞서 움직이도록 합시다.”

김유신의 예상대로…백제로 진군
연개소문 전쟁터로…남건은 왜?

“전시효과를 노린다면서 먼저 움직이다니요?”

“당나라 군사가 기벌포에 도착하면 여하한 경우든 백제군은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되어있으니 우리가 서둘러서 사비성에 도달해야지요.”

품일의 반구에 유신이 잘라 말하듯 확고하게 정리했다.

“짐은 어찌하면 좋겠소?”

“전하께서는 당분간 이곳에 머무시면서 상황을 보고 움직이시는 게 이로울 듯합니다. 이곳에 계시다 백제를 점령하면 바로 거둥하시도록 하시지요.”

“그러면 대감은 탄현으로 길을 잡을 겁니까?”

“소장은 이곳을 출발하여 탄현을 지나 논산을 거쳐 곧바로 사비성으로 진격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무열왕이 유신으로 하여금 품일, 흠춘 등 장수들과 가려 뽑은 오만의 병력으로 백제로 진군하라 명을 내렸다. 

요동성에 주둔하고 있는 연개소문에게 온사문이 지휘하는 고구려 승병들의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황산에서 설인귀가 이끄는 당나라 군사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당의 장안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어느 순간 당의 대대적인 역습으로 퇴각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바뀌었다. 

소식을 접한 연개소문이 급하게 진군을 서둘렀다.

“아버지!”

막 막사를 벗어나려는 중에 남건이 들어섰다. 

“준비는 마쳤느냐?”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암 그래야지. 자고로 군인이라면 언제고 전쟁터에서 생을 마감할 마음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야지. 그런데 어인 일이냐?”

“아버지께서는 이곳에 남아 계셨으면 해서 그러합니다.”

“이곳에 말이냐?”

“그러합니다, 아버지.”

연개소문이 말을 하기에 앞서 남건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이 아비가 방금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어야 한다고.”

“아버지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뭐라!”

연개소문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버지께서는 이 고구려의 운명과 함께하셔야지요.”

“그러니 반드시 전쟁터로 가야지 않겠니. 그곳이 곧 고구려의 운명이니까.”

의미를 새기는지 남건이 눈을 깜박였다.

“그건 그렇고, 남건아!”

“말씀 주십시오, 아버지.”

“너는 이 아비가 왜 네 형을 제치고 너를 데려왔는지 그 이유를 알겠느냐?”

“소자가 어찌 아버지의 뜻을 알겠습니까. 하오나.”

“말하거라.”

“금번에 이곳에 오는 동안 내내 그 생각을 했습니다. 왜 아버지께서 형님을 제치고 저를 동반하셨는지.”

연개소문이 남건의 어깨를 잡은 손을 풀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남건아, 이 아비가 언제까지 살리라 생각하느냐?”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아비에게 너희 형제 중 네 형인 남생이 누구보다 소중하단다.”

“그래서…… 행여나 형님이 잘못될까 보아 저를 대동하셨다는…….”연개소문이 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남건이 그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아버지를 주시했다.

사내의 역할

“네 형은 그저 아비의 자식으로 소중하다는 의미란다.”

“하오면?”“자고로 사내란 자신의 역할이 있지 않겠느냐?”

“무슨 말씀이신지요?”

“네가 방금 네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남건이 자신의 뒷덜미를 긁적였다.

“아비의 경우 단순히 군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남건이 의미를 헤아린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