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잇단 악재에 골머리 사연

글로벌 진출 계획 초장부터 ‘삐걱’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롯데건설이 머리를 싸맸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악재 때문이다.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부당 하도급 거래로 공정위의 경고를 받았다. 앞서 7월엔 로비가 적발되기도 했다. 머리가 아플만도 하다. 특히 올해는 롯데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변모하는 원년으로 삼은 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불법 하도급 적발돼 경고…수십억대 로비도
부산서 엘리베이터 추락사고…안전관리 도마


지난 17일 오전 10시30분쯤,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 카이저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레일을 설치하던 근로자 이모씨가 25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씨의 몸에 달린 와이어가 갑자기 끊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현장 관리감독자 등을 불러 안전수칙 이행여부 등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롯데건설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히 해당 현장에서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공사현장 거푸집이 무너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어 롯데건설을 향한 질책의 목소리는 더욱 매섭다. 롯데건설로서는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도 7명 사상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하도급 거래를 하면서 서면계약을 지연 발급하고 대금을 뒤늦게 지급한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2009년 1월 현대제철 화성공장 건설공사 중 기계공사의 ‘가설 비계(고공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발판구조물)’ 추가공사를 시작한 수급사업자에게 작업 개시 6개월이 지난 뒤 서면계약서를 발급하고 공사를 마친 뒤 1년6개월이 흐른 지난달 19일에야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어음할인료 등 36억여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로비를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4000억원대 주택 재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수십억대의 현금을 뿌린 것이다.

2008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응암2구역은 부지면적이 11만여㎡로 아파트 2467가구가 들어선다. 응암2구역은 사업비만 4000억원대로 지난해 시공사를 뽑은 재개발사업장 중 최대 규모였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 16개 회사가 참여해 과열 경쟁을 벌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잡고 수사에 착수, 뇌물과 관련된 문건을 입수했다. 현금지급 대가로 조합원들한테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결의서 557장과 ‘입찰 경쟁사에 써준 결의서를 철회한다’는 각서 143장이었다.

검찰이 이를 토대로 수사한 결과 한모 롯데건설 상무 등이 용역업체를 통해 대의원 48명을 포함한 조합원 890명에게 현금 50만~3500만원을 건네는 등 총 87억1672만원을 뿌린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롯데건설은 조합원 매수에 사용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모용역업체에 용역비 명목으로 87억여원을 지급한 것처럼 꾸미고 용역업체가 이 돈을 자사 홍보요원들에게 인건비로 위장 송금했다가 나중에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현금깡’을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 관계자는 “돈 받은 대의원들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가장 낮은 평당 공사비를 제시한 경쟁사를 조합원 총회 전 대의원회의에서 미리 탈락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건설컨소시엄이 제시한 3.3㎡(1평)당 공사비는 399만8000원이었지만 대의원회의에서 떨어진 현대건설은 359만원이었다.

검찰은 한씨 등 3명에게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공여,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에 의한 입찰방해) 및 형법상 입찰방해죄, 그리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글로벌 건설사 도약?

그동안 재개발조합장이나 관련 공무원에 대한 뇌물비리는 많았지만 조합원 전체를 상대로 매수를 시도했다가 적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며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이 일로 롯데건설은 시공권을 잃게 됐음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롯데건설은 올해를 ‘글로벌 건설사’로 변모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불굴의 도전정신과 미래문화 창조’라는 비장한 슬로건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잇단 악재에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점을 미뤄보면 이들이 과연 2015년까지 ‘아시아 톱 10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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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