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 한혜진이 올 겨울 와인에 빠진다. SBS <타짜> 후속으로 오는 12월1일 첫 방송되는 <떼루아>(극본 황성구·연출 김영민)의 여주인공 ‘우주’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다시 인사한다. ‘소서노’와 용기 넘치는 면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대책 없고 허술한 면이 많다. <떼루아>는 와인바 떼루아를 무대로 전통주를 만들어온 집안에서 자란 우주와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 태민(김주혁)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한혜진, 김주혁 외에 유선, 기태영, 송승환, 전수경 등이 출연한다. 제목 <떼루아>는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기후, 태양, 토양, 습도 등의 조건을 뜻한다.
절대 후각의 소유자 우주 역
명랑 쾌활 대책 없는 캐릭터
“<주몽> 이후 1년 반 만에 안방극장 복귀에요. 굉장히 오랜 시간 작품을 하지 못하다 <떼루아>를 하게 됐는데 무척 느낌이 좋아요. 드라마를 통해 와인이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서민도 즐길 수 있는 술임을 알리고 싶어요.”
우주는 한국의 술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꿈을 갖고 있는 똑 부러지는 여성이다. 타고난 절대후각 덕에 와인 감별에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밝고 씩씩한 오뚝이 같은 캐릭터다. 한혜진은 캐릭터에 맞게 경쾌한 단발머리를 선보인다.
“우주는 스파클링 와인 같은 여자죠. 미래나 사랑에 대해 불완전했던 우주가 태민을 만나 완전해지는 것이죠. 언뜻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와 우주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전혀 달라요. 금순이는 주변으로부터 많이 당하면서도 억척스러웠다면, 우주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 밝은 아이에요.”
전통주를 우뚝 세우려는 야심을 가졌던 우주는 와인을 접하게 되면서 금세 와인 맛 감별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코르크로 와인에 곰팡이 냄새 같은 것이 배는 것을 뜻하는 ‘부쇼네’도 그의 코에 걸리면 백발백중 잡힌다. 하지만 실제의 한혜진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
“와인 대신 포도주스로 찍어요”
“술을 안 마신 지 5년 됐어요. 예전에는 조금 마셨는데 이제는 입에도 못 대요. 함께 출연하는 유선도 술을 전혀 못하고, 김주혁은 맥주 한 잔이 치사량이죠. 한번은 모여서 회식을 하는데 술이 전혀 줄어들지를 않는 거에요. 술 못 마시는 사람끼리 만나 와인 드라마를 만드네요. 와인 대신 포도주스로 찍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드라마를 찍다 보니 와인에 대한 상식은 그 누구보다 풍부해졌다.
“그동안은 비싼 와인이 좋은 줄 알았는데 이번에 공부해보니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와인은 부츄층 사람들이 즐기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배워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촬영차 프랑스에 가보니 누구나 즐기는 술이었어요.”
한혜진은 2004년부터 1년짜리 드라마를 연달아 세 편 하고 총 네 편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1년간은 무조건 쉬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여행을 많이 다니며 재충전했다. 봉사활동도 펼쳐 선행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너무 부풀려진 것 같아 민망해요. 여행도 했고 라오스 같은 곳으로 봉사활동도 갔다왔어요. 1년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6개월은 드라마 준비를 했어요.”
오랜만에 하는 작품인 만큼 각오도 새롭다.
“쉬지 못하고 계속 작품을 했다면 지친 상태에서 했을 텐데 쉬고 나니 일을 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주인공을 맡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 알게 됐어요. 덕분에 예전에 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송혜교와 고등학교 동기…선의의 경쟁
가수 나얼과 공식 연인으로 알려진 한혜진은 지금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나얼과) 잘 만나고 있지만 거의 못 보고 있어요. 공백 기간이 길었지만 그분이 바쁘셔서 자주 보지는 못하고 혼자 놀러 다녔죠.”
12월1일 첫방송되는 <떼루아>는 현재 KBS 2TV 월화드라마인 송혜교 주연의 <그들이 사는 세상>과 시청률 대결을 벌이게 된다.
“송혜교와는 고등학교 동기에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너무 재밌어서 잘 보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맞붙게 될 줄은 몰랐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노희경 작가님 팬이라서 그분의 작품을 너무 좋아했어요. 송혜교도 너무 귀엽고 깜찍해요.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잖아요. ‘화이팅’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