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모그린텍 ‘국고 연구비’ 횡령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6.19 08:58:54
  • 호수 1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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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딴주머니 회장은 몰랐나

[일요시사 취재1팀 ] 박창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아모텍의 자회사 아모그린텍 임원이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연구원들의 연구수당을 ‘공동관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공동관리는 그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대학과 민간기업서 저지르는 대표적인 연구비 횡령과 유용 방법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연구비를 공동관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조사 과정서 연구책임자였던 임원 A씨 계좌로 연구원들 연구수당 7200만원 가량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관리 명목 
허술한 운용

산기평은 지난 5월 중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 의뢰했다. 

산기평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고발여부는 제3자에게 알릴 수 없다”며 “해당 정보의 특성상 외부에 유출될 경우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답했다. 부천지청은 관련 사건을 김포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연구비 공동관리란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을 연구책임자들이 회수해 연구실 차원서 관리,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책임자들의 ‘쌈짓돈’이다. 해마다 공동관리라는 미명으로 연구수당을 착복한 연구책임자들이 수사기관에 입건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과제)서 연구원 연구수당은 엄연한 국고다.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에 근거해  연구개발과제를 특정하며, 그 연구개발비(연구수당 포함)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공기금 등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연구수당 횡령·착복을 근절하게 위해 공동관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 제12조 및 ‘연구과제표준협약서’ 제4조(연구비의 관리 및 사용) 제2항에 따르면, 학사·석사 및 박사 과정 중에 있는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은 공동관리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 고위인사 연구비 횡령 혐의
산기평 조사 후 검찰에 수사 의뢰

이를 위배해 사용한 금액은 전액 환수 조치가 되며, 향후 국가연구개발 과제에 참여가 제한된다. 유용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관리 감독 부처서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

산기평은 지난 1월 아모그린텍이 2013년부터 수행했던 연구과제 3건을 전수 조사했다. 
 

산업기술 R&D 정보포털에 따르면 아모그린텍은 ‘다이렉트 나노패터닝용 도전성 소재 개발’(개발 기간-2008년 12월1일∼2013년 9월30일/정부출연금 17억6000만원), ‘스마트 기기용 대기 중 소결이 가능한 저가 나노 잉크 개발’(개발 기간-2014년 6월1일∼2017년 5월31일/정부출연금 30억5000만원) 등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했다. 


나머지 한 건은 산업기술 R&D 정보포털 나타나지 않았다.

산기평은 당시 연구과제 명단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현금 인출 내역과 계좌 등을 제출 받았다. 이를 조사한 결과 연구원들 계좌서 연구수당이 일정 비율로 현금 인출됐다. 이렇게 인출된 연구수당 7200만원 가량이 A씨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산기평은 분석했다. 

인출된 연구수당과 A씨 계좌에 들어간 현금의 ‘정합성’이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아모그린텍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한 직원 B씨에게 전달했다. 연구원들은 1년에 2∼3차례 연구수당을 받았으며, 연구수당은 참여비율에 따라 각각 달랐다. 

예를 들어 연구원 C씨는 25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으며, 이 중 100만∼130만원을 B씨에게 전달. 연구원 D씨는 30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아 100만∼150만원을 인출해 회사에 돌려주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 책임자 
연구비 착복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의 2분의 1 혹은 3분의 1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했던 B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B씨가 연구원들에게 되돌려 받은 연구수당을 A씨에게 다시 건넨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연구원들은 아모그린텍이 연구수당을 공동관리 했다는 ‘확인서’까지 작성해 산기평에 제출했다. A씨 역시 산기평 조사에서 ‘공동관리를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조사가 시작된 1월 전후로 A씨는 공동관리했던 연구비 일부를 연구원들에게 다시 돌려줬다고 한다. 
 

A씨와 아모텍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다. 내가 한 것은 없으며, 내부에서 (연구비) 일부가 회비형태로 운영된 게 있다. 그거는 조사 다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모텍 측은 “본 사안은 당사 연구소 내의 일부 연구원들이 회사에 보고 없이 자체적으로 행한 행동”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A씨와 아모그린텍이 공동관리 한 연구수당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각에선 아모그린텍이 공동관리 한 연구수당 규모는 산기평 조사에서 드러난 것보다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조금 계좌서 발견
사실 들키자 돌려줘


산기평이 아모그린텍 조사에서 연구원들에게 제출받은 현금인출 내역과 계좌 등은 전체 연구원(20여명 추정)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조사 과정에서 계좌 공개를 거부한 연구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연구원에게 걷어간 연구수당을 합한다면 현재까지 확인된 공동관리 금액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산기평의 이번 조사에서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나노융합2020사업’은 제외됐다. 나노융합2020사업(단)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노기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 9월 설립한 범정부 부처다. 2020년까지 연구개발을 위해 각 대학과 민간기업에 513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아모그린텍은 ‘플라즈마 처리 (중략) 방열 컴파운드 개발’연구사업을 하며 나노융합2020사업단으로부터 24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향후 나노융합2020 사업 지원금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른다면, 공동관리 금액은 더욱 커질 개연성도 있다. 
 

김병규 아모텍 회장(아모그린텍 대표)도 검찰 수사선상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황상 김 회장이 A씨의 연구수당 공동관리 사실을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아모그린텍의 기술개발 사업최종보고서들에는 주관기관 대표자에 ‘김병규’, 총괄책임자로는 A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회장과 선후배
회사 공동창업

김 회장과 A씨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동업자 관계다. 1980년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모 연구소서 함께 근무하며, 다섯 차례 공동논문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1994년에는 아모텍을 공동 창업했다. 연구수당을 걷어갔던 직원 B씨는 김 회장의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모텍은 지난해 8월 특정 종교(아모텍 ‘특정종교 강요’ 인권위조사 착수-일요시사 1139호 참조)를 강요한 의혹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모그린텍 상장 빨간불

아모그린텍의 연구비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모그린텍은 지난해 말 기업설명회를 열어 상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모텍은 일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공개 기업설명회에서 일부 관계사가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도덕성은 상장의 중요한 요건이다. 그런데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비 공동관리 등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선상에 놓였다. 더불어 오너 김병규 아모텍 회장에 대한 잡음도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김 회장은 특정 종교를 강요한 의혹으로 국가인권권익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수사에서 아모그린텍 임원의 공동관리 혐의가 인정된다면, 향후 아모그린텍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 사업비를 유용하면 최대 10년 동안 R&D 과제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창>

 

<기사 속 기사> 정부보조금 부정수급 얼마?

2013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적발액은 812억원이며 이 중 환수액은 6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3년 10월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가 설치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4241건의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를 접수해 이 중 997건을 수사 및 감독기관에 이첩 송부했다. 그 결과 719명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공무원 212명이 관리·감독 소홀로 징계를 받았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정부 복지·보조금·R&D 예산이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정수급 신고건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R&D 분야의 부정수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적발액 현황을 살펴보면, 보건복지 분야가 482억원99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자원 168억620만원, 노동 67억110만원, 농림 60억970만원, 해양수산 12억640만원 순으로, 이들 5개 분야가 전체 적발액의 9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가 수사 및 감독기관으로 이첩·송부한 997건의 사건 중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총 393건이 적발됐고, 이 중 보건복지 분야가 223건으로 가장 많았다. 10억원 이상 고액 적발액 건수도 12건으로 나타났다.

김재수 신고심사심의관은 “2013년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 출범 이후 투입예산 대비 100배(2013∼2017년, 운영예산 624백만원, 환수결정액 627억원)규모의 환수 성과를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공공재정의 파수꾼으로 정부 보조금이 국민의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적절히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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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