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모그린텍 ‘국고 연구비’ 횡령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6.19 08:58:54
  • 호수 1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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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딴주머니 회장은 몰랐나

[일요시사 취재1팀 ] 박창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아모텍의 자회사 아모그린텍 임원이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연구원들의 연구수당을 ‘공동관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공동관리는 그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대학과 민간기업서 저지르는 대표적인 연구비 횡령과 유용 방법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연구비를 공동관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조사 과정서 연구책임자였던 임원 A씨 계좌로 연구원들 연구수당 7200만원 가량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관리 명목 
허술한 운용

산기평은 지난 5월 중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 의뢰했다. 

산기평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고발여부는 제3자에게 알릴 수 없다”며 “해당 정보의 특성상 외부에 유출될 경우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답했다. 부천지청은 관련 사건을 김포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연구비 공동관리란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수당을 연구책임자들이 회수해 연구실 차원서 관리,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책임자들의 ‘쌈짓돈’이다. 해마다 공동관리라는 미명으로 연구수당을 착복한 연구책임자들이 수사기관에 입건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과제)서 연구원 연구수당은 엄연한 국고다.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에 근거해  연구개발과제를 특정하며, 그 연구개발비(연구수당 포함)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공기금 등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연구수당 횡령·착복을 근절하게 위해 공동관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 제12조 및 ‘연구과제표준협약서’ 제4조(연구비의 관리 및 사용) 제2항에 따르면, 학사·석사 및 박사 과정 중에 있는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은 공동관리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 고위인사 연구비 횡령 혐의
산기평 조사 후 검찰에 수사 의뢰

이를 위배해 사용한 금액은 전액 환수 조치가 되며, 향후 국가연구개발 과제에 참여가 제한된다. 유용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관리 감독 부처서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

산기평은 지난 1월 아모그린텍이 2013년부터 수행했던 연구과제 3건을 전수 조사했다. 
 

산업기술 R&D 정보포털에 따르면 아모그린텍은 ‘다이렉트 나노패터닝용 도전성 소재 개발’(개발 기간-2008년 12월1일∼2013년 9월30일/정부출연금 17억6000만원), ‘스마트 기기용 대기 중 소결이 가능한 저가 나노 잉크 개발’(개발 기간-2014년 6월1일∼2017년 5월31일/정부출연금 30억5000만원) 등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했다. 


나머지 한 건은 산업기술 R&D 정보포털 나타나지 않았다.

산기평은 당시 연구과제 명단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현금 인출 내역과 계좌 등을 제출 받았다. 이를 조사한 결과 연구원들 계좌서 연구수당이 일정 비율로 현금 인출됐다. 이렇게 인출된 연구수당 7200만원 가량이 A씨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산기평은 분석했다. 

인출된 연구수당과 A씨 계좌에 들어간 현금의 ‘정합성’이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아모그린텍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한 직원 B씨에게 전달했다. 연구원들은 1년에 2∼3차례 연구수당을 받았으며, 연구수당은 참여비율에 따라 각각 달랐다. 

예를 들어 연구원 C씨는 25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으며, 이 중 100만∼130만원을 B씨에게 전달. 연구원 D씨는 30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아 100만∼150만원을 인출해 회사에 돌려주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 책임자 
연구비 착복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연구수당의 2분의 1 혹은 3분의 1을 급여와 연구수당을 관리했던 B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B씨가 연구원들에게 되돌려 받은 연구수당을 A씨에게 다시 건넨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연구원들은 아모그린텍이 연구수당을 공동관리 했다는 ‘확인서’까지 작성해 산기평에 제출했다. A씨 역시 산기평 조사에서 ‘공동관리를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조사가 시작된 1월 전후로 A씨는 공동관리했던 연구비 일부를 연구원들에게 다시 돌려줬다고 한다. 
 

A씨와 아모텍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다. 내가 한 것은 없으며, 내부에서 (연구비) 일부가 회비형태로 운영된 게 있다. 그거는 조사 다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모텍 측은 “본 사안은 당사 연구소 내의 일부 연구원들이 회사에 보고 없이 자체적으로 행한 행동”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A씨와 아모그린텍이 공동관리 한 연구수당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각에선 아모그린텍이 공동관리 한 연구수당 규모는 산기평 조사에서 드러난 것보다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조금 계좌서 발견
사실 들키자 돌려줘


산기평이 아모그린텍 조사에서 연구원들에게 제출받은 현금인출 내역과 계좌 등은 전체 연구원(20여명 추정)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조사 과정에서 계좌 공개를 거부한 연구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연구원에게 걷어간 연구수당을 합한다면 현재까지 확인된 공동관리 금액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산기평의 이번 조사에서 아모그린텍이 수행한 ‘나노융합2020사업’은 제외됐다. 나노융합2020사업(단)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노기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 9월 설립한 범정부 부처다. 2020년까지 연구개발을 위해 각 대학과 민간기업에 513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아모그린텍은 ‘플라즈마 처리 (중략) 방열 컴파운드 개발’연구사업을 하며 나노융합2020사업단으로부터 24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향후 나노융합2020 사업 지원금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른다면, 공동관리 금액은 더욱 커질 개연성도 있다. 
 

김병규 아모텍 회장(아모그린텍 대표)도 검찰 수사선상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모그린텍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황상 김 회장이 A씨의 연구수당 공동관리 사실을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아모그린텍의 기술개발 사업최종보고서들에는 주관기관 대표자에 ‘김병규’, 총괄책임자로는 A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회장과 선후배
회사 공동창업

김 회장과 A씨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동업자 관계다. 1980년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모 연구소서 함께 근무하며, 다섯 차례 공동논문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1994년에는 아모텍을 공동 창업했다. 연구수당을 걷어갔던 직원 B씨는 김 회장의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모텍은 지난해 8월 특정 종교(아모텍 ‘특정종교 강요’ 인권위조사 착수-일요시사 1139호 참조)를 강요한 의혹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모그린텍 상장 빨간불

아모그린텍의 연구비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모그린텍은 지난해 말 기업설명회를 열어 상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모텍은 일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공개 기업설명회에서 일부 관계사가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도덕성은 상장의 중요한 요건이다. 그런데 아모그린텍이 국가연구개발비 공동관리 등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선상에 놓였다. 더불어 오너 김병규 아모텍 회장에 대한 잡음도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김 회장은 특정 종교를 강요한 의혹으로 국가인권권익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수사에서 아모그린텍 임원의 공동관리 혐의가 인정된다면, 향후 아모그린텍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 사업비를 유용하면 최대 10년 동안 R&D 과제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창>

 

<기사 속 기사> 정부보조금 부정수급 얼마?

2013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적발액은 812억원이며 이 중 환수액은 6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3년 10월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가 설치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4241건의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를 접수해 이 중 997건을 수사 및 감독기관에 이첩 송부했다. 그 결과 719명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공무원 212명이 관리·감독 소홀로 징계를 받았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정부 복지·보조금·R&D 예산이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정수급 신고건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R&D 분야의 부정수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적발액 현황을 살펴보면, 보건복지 분야가 482억원99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자원 168억620만원, 노동 67억110만원, 농림 60억970만원, 해양수산 12억640만원 순으로, 이들 5개 분야가 전체 적발액의 9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가 수사 및 감독기관으로 이첩·송부한 997건의 사건 중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총 393건이 적발됐고, 이 중 보건복지 분야가 223건으로 가장 많았다. 10억원 이상 고액 적발액 건수도 12건으로 나타났다.

김재수 신고심사심의관은 “2013년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 출범 이후 투입예산 대비 100배(2013∼2017년, 운영예산 624백만원, 환수결정액 627억원)규모의 환수 성과를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공공재정의 파수꾼으로 정부 보조금이 국민의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적절히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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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