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민주당 내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그 이유다. 전당대회에선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된다.
차기 당대표는 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막강한 권력이 부여되는 만큼 후보 간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당선될지 지켜보는 의원들의 복잡한 셈법 역시 주목된다.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서 크게 승리했지만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까닭이다.
지난 6·13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14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2곳 중 11곳서 승리했다. 대승을 거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기세가 총선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모양새다. 2년 후에 있을 총선 판세가 이번 지방선거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2020 총선의 주인공은 국회의원이다. 이들의 배지는 21대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차기 당 대표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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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8월로 예상된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임기가 오는 8월26일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추 대표의 뒤를 이을 후보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차기 당 대표 출마가 일찌감치 결정돼 후보들 간 신경전이 지방선거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민주당 내 의원들이 선거서 승리한 뒤에도 한 마음으로 웃지 못하고 동상이몽을 하는 이유다.
당 대표 후보로는 친문(친 문재인) 인사가 전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재보선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민주평화당·정의당·바른미래당 내 이탈파 의원·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진영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해 문 대통령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문희상 국회의장 내정자는 모두 친문 계열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개혁 드라이브가 추진력을 얻게 됐다. 새로운 당 대표 역시 친문 계열 인사가 선출된다면 문 대통령은 다소 완연하게 정책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 대표로 언급되는 친문계 후보들 중 원내 최다선인 이해찬 의원이 주목 받고 있다. 이 의원은 7선을 지냈고 교육부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만큼 실무경험과 국정운영 감각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수석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서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를 지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 의원은 강경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만큼 야당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목이 쏠리는 또 한 명의 친문 인사는 전해철 의원이다. 재선의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 중에 한 사람이다. 3철은 과거 ‘문재인의 비선’이라 불릴 만큼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경선서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에 패배했다. 이후 전 의원은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원팀’을 강조하며 이 당선인을 지원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서 당선되며 화려한 복귀전을 치른 최재성 의원 역시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최 의원은 이번 송파을 재보선서 승리하며 4선 국회의원이 됐다. 최 의원 역시 친문 인사다.
그는 문 대통령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 등을 맡으며 친문 인사로 부상했다. 이후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서 당시 안철수 전 새민련 대표의 탈당으로 당이 어수선해지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 수습을 도맡았다.
이후 민주당 총선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9대 대선 때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본부 1실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공직을 마다한 채 2선 후퇴했다.
총선 공천권 차기 당대표 손 안에
친문·친노 가운데 우뚝 설수 있나
다만 국회의장과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친문 인사가 자리하게 된다면 당 내외적으로 계파 갈등과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당 대표 선출은 국회의원 공천권이 걸려있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원 간 갈등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친노 좌장으로 분류되고, 전 의원과 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들이 당 대표를 맡을 경우 당내외적으로 ‘친문 계파의 국정 장악’이라는 비판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인사가 자리할 경우 계파 갈등 등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비문 인사로 통하거나 계파색이 옅은 후보들이 거론된다. 비문(비 문재인) 인사에는 6선의 이석현 의원이 꼽힌다. 이 의원은 지난 국회의장 선거서 출마 의지를 내비췄지만 뜻을 거두고 21대 국회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후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유세를 도왔다. 문재인정부 말기에 국회의장직을 맡겠다고 직접 밝혔지만 당내 중진의원으로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4선의 송영길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후보자로 꼽힌다. 송 의원은 비문 인사였지만 지난 대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기여했고, 현재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서 전국을 돌며 민주당을 지원한 까닭에 당 대표 출마를 위해 표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외에도 4선의 김진표·박영선·설훈·안민석 의원과 3선의 윤호중 의원, 재선의 박범계·신경민 의원 그리고 초선의 김두관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직 장관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등도 거론된다.
두 장관은 대표적인 비문 인사다. 이들이 발탁될 당시 ‘탕평 인사’라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이들은 당내 계파색을 옅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로 꼽힌다.
친문계 인사가 차기 민주당 대표에 자리하게 된다면 당내 장악력과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리게 된다. 반면에 당 내외서 계파갈등과 ‘문재인 독주’ 비판이 제기될 공산이 크다.
친문? 비문? 중도?
비문계와 중도계서 당 대표가 선출 된다면 계파색이 옅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내 주류로 자리한 친문·친노 세력 사이서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새로운 민주당 대표는 계파를 떠나 친문·친노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020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에게 공천권이 쥐어지는 예민한 상황서 누가 민주당을 이끌어 나가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