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중소기업 헐값매입 의혹 ‘진실게임’

“천사의 얼굴로 다가와 악마보다 더한 짓”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사조그룹이 화인코리아를 헐값에 빼앗기 위해 회생을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전남 최대의 닭·오리 전문 업체 화인코리아는 최근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요시사>가 이들 회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에 귀를 기울여봤다.

회생 도울 것처럼 접근하더니 노골적으로 방해
경매 진행시 공중분해…“50억에 넘겨라” 회유

화인코리아에 따르면 시간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은 화인코리아에 사조그룹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이 도와줄 테니 열심히 하시라"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의 신중하고 검소한 모습에 신뢰가 갔다. 사조그룹의 도움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회생이 가능할 것 같았다.

위장 계열사 동원

화인코리아는 회생 지원을 요청했고 사조그룹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했다. 회생 지원을 수락한 다음날 사조그룹이 위장계열사인 애드원플러스(옛 사조기획)를 통해 담보채권을 매입한 사실을 알게 된 건 후의 일이다.

건물청소대행 및 경비용역 파견 업체인 애드원플러스는 자본금이 1억5000만원에 불과한 회사다. 그럼에도 5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채권을 인수해 자금의 출처를 의심받고 있다.

사조그룹은 이후 화인코리아의 회생절차 개시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사조그룹은 먼저 관할 법원에서 진행된 회생인가 심문에서 ‘반대’ 뜻을 밝혔다. 화인코리아가 요구하는 회생계획안 가결에는 회생담보권자 75% 이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사조대림 등이 가진 회생담보권자는 37.9%로 이들이 모두 반대하면 사실상 가결이 불가능하다. 또 화인코리아가 보유한 부화장 시설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7월에는 사조그룹 계열사 대표가 “경매가 진행되면 회사는 공중분해 될 것”이라며 “50억원을 줄 테니 모든 지분을 넘기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화인코리아 경영진이 이 제안을 거절하자 사조그룹은 경매 등을 가속하겠다며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언행을 했다.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은 화인코리아가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악용해 헐값에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선 화인코리아 전 사장은 “재판부가 허가만 해준다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사조그룹의 채권을 즉시 변제할 수 있다”며 “수십년간 지역 대표기업으로 일궈왔는데 사조그룹이 지역경제의 타격이나 무담보채권자들의 손실은 무시한 채 우리를 강제 인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조그룹은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채권 매입과 관련해 사조그룹 측 관계자는 “위장계열사가 아니라 당시 대표의 개인주식회사였고 사조가 산다고 하면 채권값이 급등할 수 있어 우호회사를 통해 매입한 것”이라며 “자금은 사조그룹에서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회생절차 방해 의혹에 대해 “화인코리아는 지난 2010년 12월 채권단의 반대로 파산한 것”이라며 “1년간 회생절차를 거치고도 채권단들이 회생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일 뿐 사조그룹의 방해 때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50억원 제안설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당시 대표의 부인이 주식을 팔겠다고 해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며 “우리는 화인코리아가 파산결정이 난 상태니 회사 주식의 가치가 없어 50억을 제시했을 뿐 뒷거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세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조그룹이 헐값 매입 의혹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까닭에서다. 지난 2007년 오양수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흘러나왔다.

“법적 책임 묻겠다”

문제는 시가의 1/40도 안 되는 가격에 오양수산을 사들인 것이다. 오양수산은 김성수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과 다른 자녀들과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사조그룹은 당시 자산 5100억원의 회사를 126억원에 매입했다.

오양수산 노조 측은 사조그룹이 사실상 장물거래를 한 것이라며 그로 인해 수백 명의 무고한 직원들이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사조그룹은 오양수산을 인수할 당시 오양수산은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회사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오양 임직원 95%이상을 퇴출시켰다. 또 사조그룹은 김 부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고 그 자리에 주 회장의 20여세 된 아들을 이사로 앉히기도 했다.

한편, 사조그룹은 화인코리아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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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