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거물들의 쓴소리에 비트코인 상승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현재 비트코인은 전체의 80% 이상 채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400만개가량 남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그 희소성에 힘입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비트코인이 미국 월가 거물들의 쓴 소리에 9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이 비트코인에 연이어 부정적 의견을 쏟아내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통화의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상승세 꺾이나?
지난 9일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9068.58달러(약 980만원)로 24시간 전보다 3.03%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6일 9900달러 위까지 오르며 1만달러 턱 밑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내려앉아 9000달러 밑을 향해 떨어지는 중이다.
같은 기간 빗썸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1095만원서 1008만원으로 90만원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입’에서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빌 게이츠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CNBC 인터뷰서 “비트코인과 가상통화공개(ICO)는 투기이자 광기”라고 규정하고 “친구가 몇 년 전 생일선물로 준 비트코인도 곧바로 팔아버렸을 정도”라며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을 공매도 할 수 있다면 하겠다”라는 말도 남겼다.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 투자는 순전히 ‘더 큰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비트코인 투자는 완벽하게 바보 이론에 부합하는 투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것에 가격 상승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서 말하는 ‘더 큰 바보 이론’이란, 어떤 자산 가치가 상식 수준 이상으로 높아진 상황서도 투자가 계속되는 이유를 ‘나보다 더 높은 가격에 이 자산을 살 더 큰 바보가 있을 것’이라는 심리로 분석한 것을 말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도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살 ‘더 큰 바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사고 팔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워런 버핏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서 비트코인에 또 한 번 펀치를 날렸다.
버핏은 “비트코인은 쥐약을 제곱한 것과 다름 없다”고 혹평했다. 이후 이어진 CNBC와의 인터뷰서도 그는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산”이라며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지금의 행복한 상상이 끝나면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일갈했다.
하지만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진 비트코인이 최근 전체의 81%에 가깝게 채굴된 것으로 알려지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7일 암호화폐(가상화폐) 지갑 관련 서비스 업체인 ‘블록체인 룩셈버그(Blockchain Luxembourg)’에 따르면 현재까지 채굴이 완료된 비트코인의 개수가 1700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트코인은 향후 100년간 발행될 화폐량이 미리 정해져 있고 최대 2100만개까지만 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채굴이 가능한 비트코인 개수는 400만개 미만이 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5년 2월2일을 기준으로 1500만개가 채굴됐는데 2년 동안 200만개가 더 채굴된 것.
그러나 비트코인은 채굴 한계점에 다가갈수록 채굴 속도가 느려지게 설계됐기 때문에 수년 내 채굴이 종료되진 않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오는 2032년 경에 전체의 99%의 비트코인이 채굴될 전망이다. 사실상 채굴이 끝나는 상태다. 100% 채굴 완료까지는 2140년으로 예상된다.
빌 게이츠 “비트코인은 투기자 광기”
전체 80% 이상 채굴…남은 20% 기대?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의 양이 점점 줄어듦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치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트코인의 분실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증대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들은 지갑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지갑 파일을 분실한 경우 암호화폐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 추적 솔루션 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201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소 278만개서 최대 389만개의 비트코인들이 이러한 사용자 부주의로 인해 분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가모토 사토시가 2009년 1월 첫 블록을 채굴했을 당시 50개의 비트코인이 주어졌다. 이후 21만개의 블록이 채굴될 때마다 비트코인 보상은 절반으로 줄어 2016년 7월을 기해 현재의 12.5개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채굴 가능한 새로운 비트코인이 400만개 밖에 남지 않은 상황서 공급 증가율은 계속 줄어 비트코인은 디플레이션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은 대개 이 같은 ‘희소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마지막 비트코인이 채굴될 때가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코인이 탄생하지 않기 때문에 채굴자들은 온전히 거래 수수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블록 채굴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면 비트코인 체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블록 연장이나 포크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까 말까
비트코인의 미래가 암호화폐의 미래는 아니다. 현재 1500종 이상의 암호화폐가 등장했고 기술적으로 비트코인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것도 많다. 그럼에도 거래 규모나 가격서 비트코인을 넘어선 것은 없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서 가지는 실질적, 상징적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과연 비트코인은 계속 희소성이 증가해 금 이상의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