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의 달인’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갈길 멀고 넘어야 할 산 많다 “어여 가세~”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양승태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청문회를 앞두고 몇가지 쟁점이 떠오르긴 했지만 사실상 임명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청문회를 무사통과한 전력 덕분이다. 도덕적인 흠결이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털어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양 후보자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호주제 최초 위헌제청…행정지원에도 세밀한 면모
타당성을 갖고 해결책 도출해 국민 권리 보호 앞장


9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후임에 양승태 전 대법관이 지명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목영준 헌법재판관, 박일환 대법관 등을 대법원장 후보로 함께 검토했으나 이념과 판결 성향 등의 측면에서 양 후보자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에 법원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양 후보자는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으로 오래전부터 ‘대법원장 1순위’로 거론돼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는 후문이다.

36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지난 2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양 후보자는 주요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및 차장 등 법원행정처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양 후보자가 가장
안정적으로 판단

양 후보자가 두각을 드러낸 건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을 맡으면서다. 당시 양 후보자는 파산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용불량자 구제제도를 정립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도산 기업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법정관리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1년에는 남성 우위의 호주제도에 대해 최초로 위헌제청을 했다. 또 2002년 부산지법원장 시절에는 효율적 청사관리와 민원인 위주의 행정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행정지원에도 세밀한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 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의 사법 현안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 법원 안팎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개별 사건에 있어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체적 타당성을 갖고 해결책을 도출해 국민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다. 집회 때 꽃마차 행렬을 하겠다고 신고 후 미신고 품목을 사용한 것을 두고 “집회 방법이 신고한 내용의 범위에서 현저히 일탈하지 않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동생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뒤 수면장애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 9세 아동에게도 질환과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도 유명한 판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대법관 재직 시절에는 대부분 다수 의견에 동조하거나 보수적인 판결 성향을 보였다. 이른바 ‘남북공동실천연대’ 사건에서 양 후보자는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에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성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09년 ‘삼성특검’ 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등에게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법질서 유지에 무게를 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이례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히말라야와 로키 산맥 트레킹을 떠났다.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최근에서야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
‘대법원장 1순위’

9월6일에서 7일 사이 예정된 청문회의 주요쟁점은 ▲대법관 증원 ▲과거사 재심 ▲편향판결 논란 ▲국보법 폐지 ▲사형제 ▲간통죄 ▲사면권 등이다. 양 후보자는 앞서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도덕성 하자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은 모두 털어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선 현안과 관련된 공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각 쟁점 대한 양 후보자의 입장은 2005년 대법관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와 대법관 재직 시절 표명했던 견해 등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부각될 현안으로는 최근까지 정치권과 사법부가 공방을 벌여온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문제를 들 수 있다. 양 후보자는 2005년 청문회 당시 사법개혁에 대해 “개혁이라는 게 기존 질서를 뒤엎고 전혀 새로운 걸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제도 중 무엇이 잘못됐는지 통찰력과 혜안으로 걸러 제도개선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양 후보자는 “1년에 2만 건이 넘는 사건을 접수·처리하다 보면 정책법원의 역할을 다하기 힘들다”며 “일반 상고사건을 어떻게든 줄여 역할을 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대법관 증원·과거사 재심·편향 판결 등 7대 쟁점
법조일원화·로스쿨 안착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이용훈 대법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과거사 청산과 재심 문제에 대해서는 “재판 자체를 내부적으로 다시 점검·조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재판 절차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 새 증거가 발견됐을 때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했다.

사법부의 편향 판결에 대한 외부 비판에 대해 유 후보자는 “재판이 이뤄졌을 때 새로운 방향,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감정 섞인 것(대응)은 사법부가 입는 상처가 상당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정확히 진단한 다음,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가 존폐와 개정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폐지됐으면 좋겠으나 국민 여론이 전체적으로 컨센서스를 이루지 않았다고 본다”며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 여부를 심판받게 되는 간통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했지만 입법 정책적 측면을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큰 타당성이 없는 법률인 것 같다”며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지켰다.

대통령 사면권과 관련해서는 “사면권을 너무 자주 광범위하게 행사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양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아직 결정 난 게 아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과거 두차례 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양 후보자의 첫 번째 과제는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양 후보자의 보수적인 판결 성향으로 사법부 판결 전체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편향인사를 통해 사법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양 후보자의 편향성을 판단할 잣대는 오는 11월 바뀌는 2명의 대법관에 누구를 제청하느냐다. 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인사를 대법관에 제청하면 우려가 현실이 될 심산이 크다. 반면 중도 성향을 가진 능력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제청하면 양 후보자의 보수적인 성향이 일선 법원 판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상과 역할의 혼선으로 갈등을 빚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조정도 해묵은 숙제다. 현재 대법원과 헌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통합론’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대법원에서는 통합론을 지지하지만 헌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양 후보자가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양 후보자가 통합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양측의 관계를 봉합하는 게 양 후보자의 임무다.

헌법재판소·대법원
관계 조정해야

현안도 산적해있다. 선결과제는 사법제도 선진화의 도약대가 될 ‘법조일원화’의 안착이다. 법조일원화는 사법연수원생을 법관으로 뽑는 대신 변호사·검사 중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신규 법관으로 100% 채용하는 새로운 법관임용제도로 2013년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가 2022년에 전면 실시된다. 정치권과의 힘겨운 협상 끝에 로드맵은 마련했지만 세부시행 방안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따라서 양 후보자는 실행단계에 접어든 법조일원화의 초석을 깔아야 한다. 2009년 도입돼 내년이면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로스쿨도 기존 사법연수원생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아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법관의 고유 권한인 양형을 국회에서 법으로 정하는 양형기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있다. 사법부는 이를 법원의 권위와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무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양 후보자는 공감할 수 있는 계획과 비전으로 정치권을 설득함으로써 사법부 주도의 개혁을 끌고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만한 대외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찰 없이 외압을 차단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나가는 게 차기 대법원장의 역할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프로필>


2009.02~2011.02 제16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05.02~2011.02 대법원 대법관
2003.09 특허법원 법원장
2003.02 법원행정처 차장
2002.02 부산지방법원 법원장
2001.02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장
2000.07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판사
1999.03 서울지방법원 파산수석부장판사
1995.02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1994.07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1993.10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1991.02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1989.09 사법연수원 교수
1986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1983.09 서울고등법원 판사
1982.09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0.09 대구지방법원 판사
1979.09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판사
1975.1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70.08 제12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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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