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의 달인’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갈길 멀고 넘어야 할 산 많다 “어여 가세~”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양승태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청문회를 앞두고 몇가지 쟁점이 떠오르긴 했지만 사실상 임명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청문회를 무사통과한 전력 덕분이다. 도덕적인 흠결이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털어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양 후보자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호주제 최초 위헌제청…행정지원에도 세밀한 면모
타당성을 갖고 해결책 도출해 국민 권리 보호 앞장


9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후임에 양승태 전 대법관이 지명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목영준 헌법재판관, 박일환 대법관 등을 대법원장 후보로 함께 검토했으나 이념과 판결 성향 등의 측면에서 양 후보자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에 법원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양 후보자는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으로 오래전부터 ‘대법원장 1순위’로 거론돼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는 후문이다.

36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지난 2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양 후보자는 주요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및 차장 등 법원행정처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양 후보자가 가장
안정적으로 판단

양 후보자가 두각을 드러낸 건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을 맡으면서다. 당시 양 후보자는 파산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용불량자 구제제도를 정립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도산 기업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법정관리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1년에는 남성 우위의 호주제도에 대해 최초로 위헌제청을 했다. 또 2002년 부산지법원장 시절에는 효율적 청사관리와 민원인 위주의 행정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행정지원에도 세밀한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 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의 사법 현안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 법원 안팎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개별 사건에 있어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체적 타당성을 갖고 해결책을 도출해 국민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다. 집회 때 꽃마차 행렬을 하겠다고 신고 후 미신고 품목을 사용한 것을 두고 “집회 방법이 신고한 내용의 범위에서 현저히 일탈하지 않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동생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뒤 수면장애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 9세 아동에게도 질환과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도 유명한 판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대법관 재직 시절에는 대부분 다수 의견에 동조하거나 보수적인 판결 성향을 보였다. 이른바 ‘남북공동실천연대’ 사건에서 양 후보자는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에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성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09년 ‘삼성특검’ 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등에게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법질서 유지에 무게를 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이례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히말라야와 로키 산맥 트레킹을 떠났다.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최근에서야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
‘대법원장 1순위’

9월6일에서 7일 사이 예정된 청문회의 주요쟁점은 ▲대법관 증원 ▲과거사 재심 ▲편향판결 논란 ▲국보법 폐지 ▲사형제 ▲간통죄 ▲사면권 등이다. 양 후보자는 앞서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도덕성 하자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은 모두 털어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선 현안과 관련된 공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각 쟁점 대한 양 후보자의 입장은 2005년 대법관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와 대법관 재직 시절 표명했던 견해 등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부각될 현안으로는 최근까지 정치권과 사법부가 공방을 벌여온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문제를 들 수 있다. 양 후보자는 2005년 청문회 당시 사법개혁에 대해 “개혁이라는 게 기존 질서를 뒤엎고 전혀 새로운 걸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제도 중 무엇이 잘못됐는지 통찰력과 혜안으로 걸러 제도개선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양 후보자는 “1년에 2만 건이 넘는 사건을 접수·처리하다 보면 정책법원의 역할을 다하기 힘들다”며 “일반 상고사건을 어떻게든 줄여 역할을 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대법관 증원·과거사 재심·편향 판결 등 7대 쟁점
법조일원화·로스쿨 안착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이용훈 대법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과거사 청산과 재심 문제에 대해서는 “재판 자체를 내부적으로 다시 점검·조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재판 절차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 새 증거가 발견됐을 때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했다.

사법부의 편향 판결에 대한 외부 비판에 대해 유 후보자는 “재판이 이뤄졌을 때 새로운 방향,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감정 섞인 것(대응)은 사법부가 입는 상처가 상당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정확히 진단한 다음,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가 존폐와 개정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폐지됐으면 좋겠으나 국민 여론이 전체적으로 컨센서스를 이루지 않았다고 본다”며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 여부를 심판받게 되는 간통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했지만 입법 정책적 측면을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큰 타당성이 없는 법률인 것 같다”며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지켰다.

대통령 사면권과 관련해서는 “사면권을 너무 자주 광범위하게 행사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양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아직 결정 난 게 아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과거 두차례 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양 후보자의 첫 번째 과제는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양 후보자의 보수적인 판결 성향으로 사법부 판결 전체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편향인사를 통해 사법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양 후보자의 편향성을 판단할 잣대는 오는 11월 바뀌는 2명의 대법관에 누구를 제청하느냐다. 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인사를 대법관에 제청하면 우려가 현실이 될 심산이 크다. 반면 중도 성향을 가진 능력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제청하면 양 후보자의 보수적인 성향이 일선 법원 판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상과 역할의 혼선으로 갈등을 빚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조정도 해묵은 숙제다. 현재 대법원과 헌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통합론’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대법원에서는 통합론을 지지하지만 헌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양 후보자가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양 후보자가 통합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양측의 관계를 봉합하는 게 양 후보자의 임무다.

헌법재판소·대법원
관계 조정해야

현안도 산적해있다. 선결과제는 사법제도 선진화의 도약대가 될 ‘법조일원화’의 안착이다. 법조일원화는 사법연수원생을 법관으로 뽑는 대신 변호사·검사 중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신규 법관으로 100% 채용하는 새로운 법관임용제도로 2013년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가 2022년에 전면 실시된다. 정치권과의 힘겨운 협상 끝에 로드맵은 마련했지만 세부시행 방안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따라서 양 후보자는 실행단계에 접어든 법조일원화의 초석을 깔아야 한다. 2009년 도입돼 내년이면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로스쿨도 기존 사법연수원생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아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법관의 고유 권한인 양형을 국회에서 법으로 정하는 양형기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있다. 사법부는 이를 법원의 권위와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무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양 후보자는 공감할 수 있는 계획과 비전으로 정치권을 설득함으로써 사법부 주도의 개혁을 끌고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만한 대외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찰 없이 외압을 차단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나가는 게 차기 대법원장의 역할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프로필>


2009.02~2011.02 제16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05.02~2011.02 대법원 대법관
2003.09 특허법원 법원장
2003.02 법원행정처 차장
2002.02 부산지방법원 법원장
2001.02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장
2000.07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판사
1999.03 서울지방법원 파산수석부장판사
1995.02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1994.07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1993.10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1991.02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1989.09 사법연수원 교수
1986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1983.09 서울고등법원 판사
1982.09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0.09 대구지방법원 판사
1979.09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판사
1975.1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70.08 제12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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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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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